1990년대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일상생활에 편리함을 더해 줬지만 동시에 정보격차에 대한 우려도 키웠다. 정보격차는 사회구성원의 능력계발이나 성장을 억제하거나 불균형을 심화시켜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회문제로 인식됐다. 이에 우리나라는 2001년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현 「지능정보화 기본법」)을 제정한 이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다.
정보격차란 사회적·경제적·지역적 또는 신체적 여건 등으로 인해 지능정보서비스 및 그와 관련된 기기·소프트웨어에 접근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기회에 차이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이는 방송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방송환경은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아날로그방송에서 디지털방송으로의 전환이 이뤄졌고 유료방송 도입으로 다매체·다채널 시대가 본격화됐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방송망을 통한 통신서비스 제공, 통신망을 통한 방송서비스 제공이 이뤄지면서 방송통신 융합이 확산됐다. 최근에는 OTT(Over The Top)가 등장해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시청자는 유료방송이나 OTT에 가입해 TV, 인터넷, 모바일 등으로 실시간 방송과 주문형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방송은 시각과 청각으로 이뤄진 서비스라 시·청각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이나 고령층은 방송에 접근하기가 여의치 않다. 이에 정부는 2000년 「방송법」에 의거 방송사업자로 하여금 한국수어, 폐쇄자막, 화면해설로 이뤄진 장애인방송 제공을 권고하고, 제작비 일부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방송법」을 개정해 방송사업자의 장애인방송 제공을 의무화했다. 또한 정부는 시·청각 장애인용 TV를 무료 보급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17년 국정과제로 선정돼 올해 저소득층 시·청각 장애인 대상 누적보급률 100%를 달성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지난 10월 12일 ‘미디어 포용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1년여 동안 관련 전문가들과의 연구를 병행하며 포용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이번 종합계획은 디지털기술 발전에 따른 방송환경 변화와 코로나19로 가속된 미디어 이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장애인, 고령층 등 소외계층의 방송시청 편의성 제고를 통한 정보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춰 다음의 4개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실시간 방송에서 주문형 방송까지 장애인방송과 장애인 맞춤형 콘텐츠 제작 지원을 확대하고, 접근성 역량을 높이기 위한 콘텐츠 개발과 교육 등으로 미디어 콘텐츠 제작 지원체계를 강화한다. 둘째, 시·청각 장애인용 TV 보급 대상을 저소득층에서 전체 시·청각 장애인으로 확대하고, 화면해설방송 통합 플랫폼 구축, 특화기능 지원 셋톱박스 개발, 기술표준화를 추진함으로써 포용적 미디어 접근성을 보장한다. 셋째, 디지털 신기술의 포용적 혁신에서는 스마트TV 전용 장애인방송 소프트웨어 개발, 맞춤형 재난미디어 서비스 개발, 인공지능 기반 한국수어 및 화면해설방송 편집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넷째, 대국민 인식제고 활동과 장애인방송 품질평가, 한국수어 의무편성비율 상향, 주문형 방송에서의 장애인방송 의무화, ‘장애인방송 지원 기본법’ 제정 등 법제도를 개선해 소외계층 미디어 포용 기반을 조성한다.
이들 추진과제는 변화된 방송환경에 발맞춰 소외계층이 방송서비스에 보다 편리하게 접근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이들 추진과제가 결실을 맺으려면 방송사업자, 장애인단체, 가전회사 등 여러 이해관계자와의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미디어 포용은 정부 및 공공기관의 노력만으로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누구나 미디어에 동등하고 편리하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세상, 미디어 포용사회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