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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극복 위한 실천, 우리의 식생활 전환으로부터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 2022년 02월호


2022년, 너무 많이 변해버린 세상은 인류에게 서둘러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재촉한다. 온실가스 배출 등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지표면 온도가 1.09도 상승했던 지난해의 기후재난은 우리가 상상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영구동토층이 녹아 메탄이 분출되고, 북극 바다에서도 메탄이 분수처럼 솟구치는 장면이 포착됐다. 기상관측 사상 처음으로 그린란드 정상에 눈이 아닌 비가 내려 엄청난 양의 빙하가 녹아내렸고, 만 년 만의 열돔 현상으로 캐나다에서는 23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또 겨울에 알래스카에 발생한 열돔 현상은 관측 사상 최고기온인 19.4도까지 수은주를 끌어올렸다. 

이런 변화는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전해진 “기후와 생태계의 티핑 포인트(어떤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 폭발적 변화를 일으키는 시점)가 평균기온 1.5~2도 상승 구간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진단과 겹치면서, 기후변화가 선형적 진행을 넘어 예측할 수 없는 돌변 현상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비건채식, 지구와 생명 구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기회될 수 있어

과학자들은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1.5도에 묶어두기 위해서는, 2021년 행성의 생태계 상황을 기준으로 볼 때 매년 온실가스를 10%씩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한다는 정부의 감축안으로는 1.5도 달성 확률이 절반 정도로 떨어지게 된다. 우리가 진정으로 기후 안정화를 이루고 재난을 줄이고자 한다면 정부의 계획과 로드맵을 뛰어넘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1.5도 달성을 위해서는 메탄과 아산화질소를 이산화탄소 감축 속도와 똑같은 속도로 줄여야 한다고 한다. 메탄과 아산화질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영역은 축산업이다. 먹거리 전환이 에너지 전환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또한 현재와 같은 육류 위주의 식생활을 지속하는 한 2050년 넷제로(Net-zero) 달성은 불가능하다. 지금처럼 ‘먹던 대로 먹으면’ 먹거리 영역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만 해도 114억 톤에 달한다. 그런데 비건채식으로 전환하면 이를 34억 톤으로, 무려 70%나 줄일 수 있게 된다. 먹거리 이외의 영역에서 발생할 불가피한 배출을 감안하면, 넷제로 성공의 여부는 우리의 식생활이 어떻게, 얼마나 빨리 달라지느냐에 달려 있다.

비건채식으로의 전환은 건강과 재정적 측면에도 큰 이익을 가져온다. 옥스퍼드대를 비롯한 다국적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비건채식으로 전환할 경우 조기사망률이 10% 줄어들며, 고혈압, 고지혈, 당뇨, 비만, 암 등의 질병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1,180조 원에 달하는 의료재정을 아낄 수 있다고 한다. 

비건이 이 시대의 새로운 흐름으로 대두된 또 다른 이유는 생명과 동물권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한 해 도축되는 가축의 수는 720억 마리를 넘는다. 매일 2억 마리의 축산동물이 도살되고, 야생동물과 물고기를 합하면 거의 30억 마리가 죽임을 당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엄청난 숫자 뒤에 감춰진 진실은 그들도 인간과 똑같이 고통을 느끼며, 우리처럼 삶을 즐기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다른 존재와 더불어 사회생활을 하고, 가능한 한 오래 살고 싶어 한다. 대부분의 축산동물은 유아기, 청소년기에 도살당하는데, 너무도 짧은 그들의 삶은 평생 영원한 지옥처럼 고통스럽다.

2009년 미국영양협회는 비건채식으로도 인간의 전 생애주기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살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것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놀랍고 다양한 비건식품이 등장하는 등 우리는 선택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육류와 우유를 대체하는 제품들은 신기술로도 각광을 받으며, 대체품산업은 날로 확장일로에 있다. 미국 최대 육가공회사 타이슨푸드의 톰 헤이즈 전 CEO는 “미래의 식량에는 고기가 없을 것이다”라고 한 바 있다. 이 회사는 대표적인 육류대체식품회사인 비욘드 미트의 주식을 5%가량 소유하고 있다. 비건으로의 전환은 지구와 생명을 구할 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기회의 영토를 열어준다. 

탄소배출이 적은 식품과 채식선택권 보장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인류가 지구로부터 받은 지불 청구서는 3, 4년 전에 받았던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안타깝게도 지불해야 할 금액은 급증했고, 기한도 짧아졌다. 먹거리 대전환이 시급한 까닭이다. 하지만 개인이나 시민사회의 노력만으로는 기한 내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국가의 정책 의제가 수립돼야 하고, 정부의 개입을 통해 이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 국가의 정책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 인식 증진과 행동의 변화를 격려하는 부드러운 조치부터 세금과 보조금 개혁 같은 적극적인 정책을 사용할 수 있다. 

우선 정부는 육류 위주의 서구식 식생활이 건강하지도 않고, 지속 가능한 생활방식도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또한 탄소배출을 줄이고 자원을 적게 소모하는 식품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반대로 탄소배출과 생태계 파괴의 주범인 육류와 같은 먹거리에는 세금을 부과해 지속 가능한 식품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소비자가 시장에서 유기농 채식이나 육류 대체품을 적정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면, 전환의 속도가 그만큼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채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나 지자체는 채식식당이나 채식메뉴 제공 식당에 대한 세제감면 혜택 등을 통해 채식 인프라 확대에 힘써야 한다. 학교를 비롯한 공공급식소에서는 비건채식선택권을 보장하고, 주 1회 이상 채식급식 의무화를 추진해야 한다. 프랑스는 이미 입법을 통해 전국적으로 주 1회 이상 채식급식을 의무화했고, 독일은 농림식품부가 나서서 육식급식을 주 2회 정도로 제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또 급식업체에 채식선택권 보장을 입찰 조건으로 제안하는 독일 도시도 늘고 있다. 이처럼 급식기업이 채식선택권을 보장해줄 경우 법인세 감면 혜택을 준다거나, 혹은 기업이 채식의 날 운영 등 적극적으로 채식급식에 앞장서면 행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먹거리 영역에서 비건은 지속 불가능해진 세상을 회복시키고, 지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존재가 그들에게 허락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물러서서 존중하며 공존하는 삶의 방식이다. 비건 철학에 담긴 이런 내재적 가치는 자연에의 경외와 감사함을 되찾고, 물질적 성장 대신 삶의 밀도를 중요하게 여기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거두려는 새로운 시대의 문화적 패러다임으로 변화·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담는 그릇이 도시마다 ‘비건 문화의 거리’로 형상을 입고, 비건이 더 이상 특정 연령대나 사회적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결정적 순간’을 맞은 지금 우리의 뉴노멀로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비건, 비긴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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