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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비건 아이템으로 채워질 옷장을 기대하며
신하나 낫아워스 공동 대표, 브랜드 디렉터 2022년 02월호


우리의 옷장과 신발장은 동물성 소재로 만든 제품들로 가득하다. 가죽으로 된 지갑과 가방·신발 외에도 울 코트, 오리털 패딩 등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모피 코트는 없더라도 소매나 칼라, 모자에 부분적으로 토끼나 여우 털 장식이 달린 외투는 시중에서 구하기 쉽다. 비싼 가죽이나 100% 울 소재가 고급스럽고 좋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영상플랫폼에서 게리 유로프스키라는 비건 활동가의 강연을 보게 됐다. 그 강연을 계기로 동물을 먹고 입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됐고, 비거니즘을 실천하기로 다짐했다. 비거니즘은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아닌 동물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착취를 최대한 배제하는 삶의 방식이고, 이는 동물뿐 아니라 결국 환경과 사람을 위한 실천 철학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한 패션 브랜드에서 만나 지금의 사업 파트너가 된 박진영 낫아워스(NOT OURS; 동물의 털과 가죽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가진다) 디자이너는 처음 만났을 때 이미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있었다. 내가 비건이 된 후 다시 만난 우리는 동물성 소재가 만연한 패션 업계에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로 작게나마 변화를 일으켜 보자는 생각으로 뭉쳤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인조 모피 코트 한 벌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시작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낫아워스는 ‘좋은 제품을 하나 사서 오래 사용하자’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품질이 좋은 비동물성 소재와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 정성스러운 만듦새의 제품을 선보인다. 소위 인조 모피, 합성 피혁 같은 ‘가짜’ 소재로 만든 제품들은 저렴한 가격만큼이나 품질이 낮은 제품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 같은 현실과 편견을 깨기 위해 인조 모피나 인조가죽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렇지만 사업 초기만 해도 비건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해 그 의미부터 설명해야 했다. 동물이 어떻게 소재가 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환경에는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등 왜 비건 패션이 필요한가에 관한 글을 연재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패션산업은 정유산업 다음으로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엄청날 뿐 아니라, 한 번 입고 버려지는 상품 혹은 판매조차 안 된 재고 문제가 무척 심각하다. 그 까닭에 처음 1년 반 동안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주문을 받아 제작했고, 자사 온라인몰로 옮긴 후에도 대부분의 제품을 선주문 방식으로 생산하며 재고를 최소화하고 있다. 

비동물성 소재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물건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제품을 하나 더할 때 쓰레기를 덜 만드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포장도 퇴비화가 가능한 생분해 택배 봉투나 종이 포장재, 종이테이프 등 플라스틱 프리를 지향하면서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7년만 해도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비건 소재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선택지가 조금씩 다양해져 선인장 가죽으로 만든 카드 지갑과 가방, 유기농 면 티셔츠, 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터 코트 등을 출시했다. 낫아워스의 취지에 공감하는 고객도 많이 늘어났는데, 주 고객은 20~30대 여성들이다. 

최근 친환경적 비건 소재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정적이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비건 소재를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친환경 비건 소재 개발에 보다 많은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비건 브랜드는 비건 소재를 사용할 뿐 일반 브랜드와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윤리적 소비, 가치 소비라는 단어에 함몰되지 않고 브랜드만의 철학이 담긴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장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출 수 없기 때문에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큰 도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좋겠다. 

하나씩 바꿔가는 브랜드가 늘어날수록 소비자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앞으로 다채롭고 풍성한 비건 아이템으로 채워질 옷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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