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ICT 관련 기업 및 관계자들이 모여 그들의 제품과 전략을 펼쳐보이며 그해 트렌드와 전망을 논의하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지난 1월 열렸다. 전부 디지털로 진행된 2021년과 달리 올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병행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진행돼 ‘위드 코로나’라는 새로운 환경에 처한 기업들의 단면적 모습뿐 아니라 미래 성장 방향성에 대한 고민과 진행 현황을 잘 보여줬다. 그런 관점에서 CES 2022의 핵심 키워드는 혼돈(Chaos), 친환경(Environment), 공간(Space) 즉 C.E.S.라고 말할 수 있겠다.
혼돈 속 제각각 다른 대응 나선 기업들…
지속 가능한 사회 위한 논의 이어져
먼저, 위드 코로나 시대 복잡성이 증가된 사업 환경 속에서 혼돈(Chaos)은 활용해야 하는 새로운 성장 기회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똑같은 전시회 환경에서 기업들은 저마다 다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떤 기업은 과거 오프라인 행사 시대로 완전히 돌아가고, 어떤 기업은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하기도 했고, 또 어떤 기업은 이 둘을 혼합해 진행했다.
대표적인 예로 세 기업을 들어보면, 삼성은 코로나19 이전의 전통적 방식인 완전한 오프라인 방식으로 직접 발표하고 시연하는 키노트 발표를 진행했다. 또 다른 키노트 발표 기업인 GM은 온라인으로 스트리밍했다. 원래 오프라인 행사장에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급하게 변경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LG는 오프라인 행사임에도 행사장에서 QR코드로 확장현실을 통해 LG의 신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오프라인 공간을 가상공간으로 접속하는 통로로 활용했다. 물론 코로나19라는 어려운 환경에서 오프라인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불만을 사기도 했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측면에서 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두 번째로 친환경(Environment)은 반드시 고려하고 활용해야 할 요소가 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보다 더 크고 본질적으로 사업에 영향을 미칠 외부환경으로 손꼽히는 것이 기후변화 등 환경 요인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에너지 소비·저장·절약 등 친환경이란 키워드를 테크산업의 성장에서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로 인지하고 있다.
친환경에 대해서는 기업 또는 산업별로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 업계는 소비자들의 ESG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 관점에서 친환경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현재 진행 중인 전기화를 친환경과 접목시켰고, 사회·규제 관점에서는 전기에너지 소비 확대에 따른 준비와 대응을 위해 친환경화가 주목받고 또 확산되고 있다.
그 예로 삼성은 탄소배출 감소 및 재활용 소재 활용, 미세플라스틱 배출 저감 및 대기전력 제로화 등 제품 생애주기 전 단계에 걸친 친환경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미세 플라스틱 배출 저감을 위해서 파타고니아와 기술개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GM은 더 깨끗하고 안전한 세상을 위해서 교통사고 제로, 탄소배출 제로, 교통체증 제로 등 트리플 제로를 선언하고, 그를 위한 전기차 플랫폼 소개와 함께 커머스 업체와의 협업을 알리기도 했다. 아울러 스마트홈 또는 스마트시티 관련자 모두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에너지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간적 가치 재정의로 사업 확장 꾀해
마지막으로, 공간(Space)의 재정의를 통해 사업 확장 기회를 모색했다. CES 2022에서는 각 기업별로 그들이 제공하고 있는 공간적 가치를 재정의해 사업 확장을 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코로나19 시대에 새롭게 주목받은 안전한 자신만의 공간이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이라 보인다.
예를 들어 현대차는 메타버스와 로보틱스가 결합된 메타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다. 영화 <써로게이트>처럼 사람들이 가상공간에서 경험 또는 활동하는 것을 로봇이 실제 현실에서 대신 활동해서 그 경험을 다시 사람에게 제공하는 모빌리티 환경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LG는 가전의 강자임을 활용해서 집이라는 공간이 제공하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차량·오피스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 예로 미래 자율주행차의 콘셉트 모델인 LG 옴니팟을 통해서 이동수단인 자동차가 집에서 느끼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소니는 창작자들의 공간적 제약을 없애기 위해 크리스탈LED와 베니스2라는 촬영장비를 통해 실제 공간이 아니라 가상공간에서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하는 버추얼 프로덕션(Virtual Production) 상품을 공개했다. 그리고 소니가 엔터테인먼트 경험의 공간을 모빌리티로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비전S(Vision-S) 전기차를 소개하고 소니 모빌리티라는 자회사도 설립했음을 알렸다.
한편 이 같은 C.E.S.라는 키워드 외에 눈에 띄는 것은 CES 2022에서 앞으로 관심 갖고 주목해야 할 영역으로 새롭게 추가된 주제인 대체불가토큰(NFT), 푸드테크, 우주테크다. 먼저, NFT는 기존 예술작품시장을 완전히 변화시켰다는 평가다. 예술작품의 환금성 및 기준가격 부재가 일반인들의 투자를 어렵게 했으나, NFT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또 예술가가 갤러리 없이 직접 고객과 소통하고 판매하고 2차 판매 과정에도 관여할 수 있게 됐다. 둘째, 푸드테크는 기존 식품과 외식 산업에 인공지능(AI), 로봇 및 대체식품화를 적용하는 기술이다. AI와 로봇을 통해 요리 및 서빙까지 자동화하거나, 비건용 치즈 등 새로운 식품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마지막으로, 우주테크는 상업용 우주 프로그램이 나오는 가운데 우주선 및 우주인들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 등을 선보이며 관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