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는 ‘푸드테크(food tech)’ 기업들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푸드테크가 올해 처음으로 공식 행사 주제로 선정된 데다 팬데믹 시기 건강한 먹거리를 고민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서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도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푸드테크 기술들이 대거 공개됐다.
가장 주목받은 건 ‘식물성 단백질’(대체육)이다. 이번 CES에서 미국 마이코테크놀러지(MycoTechnology)는 버섯 균을 활용해 만든 소고기 대용 인공고기로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7월 SK가 투자하면서 국내에 알려진 대체 단백질 스타트업 네이처스 파인드(Nature’s Fynd)도 CES에 참가해 자체 발효기술로 만든 버거 패티와 크림치즈 등을 소개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제품도 큰 인기를 끌었다. 요카이 익스프레스(Yo-Kai Express)의 경우 단 2분 만에 라면, 우동, 스파게티, 덮밥 등 10여 개 요리를 조리해 주는 음식 자판기를 선보였다. 국내 스타트업인 비욘드허니컴(Beyond Honeycomb)은 AI 로봇이 조리 과정을 단기간 학습해 이를 그대로 재현하는 기술을 뽐냈다. 실제로 CES 행사장에서 이 로봇은 관람객의 요리 과정을 보고 그 자리에서 해당 음식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에 따르면 해당 로봇 한 대는 요리사 세 명 몫의 일을 해낸다.
미국 소재 베어로보틱스(Bear Robotics)는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는 AI 서빙로봇을 공개했다. 지난해 4월 미국 휴스턴 도요타센터에서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경기에 이 로봇을 제공하기도 했다. AI 로봇뿐 아니라 여러 신기술을 활용해 구축한 자동화된 레스토랑을 선보인 곳도 있다. 부엌 로봇 제작사인 수비(Suvie)와 생활가전 업체인 휘벡(Vorwerk)이 함께 만든 AI 레스토랑이 대표적이다.
AI와 자율주행, 데이터 분석 기반의 작물 재배도 푸드테크 분야다. 미국 농기계 제조사인 존 디어(John Deere)는 CES 2022에서 전 세계 인구를 대상으로 충분한 식량을 제공하려면 AI·자율주행 등 기술로 농업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회사는 이에 기여할 수 있는 자사 자율주행 트랙터를 소개했다. 이 트랙터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아도 지정된 토지로 이동해 농작물을 심는 등 작업을 수행한다. 사용자는 PC·태블릿·스마트폰 기기에서 실시간 작업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이 제품은 상용화돼 판매 중이다.
국내 기업 엔씽은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모듈형 컨테이너 수직농장’을 개발했다. 설비 운영과 작물 재배 등 시스템을 자동화해 제공한다. 수직농장은 기존 창고형 컨테이너와는 달리 수평으로 연결하고 수직으로 쌓을 수 있어 농장을 보다 유연하게 구축·확장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컨테이너별로 각기 다른 환경을 구성해 여러가지 작물을 한 번에 재배하는 것도 가능하다. 엔씽은 CES 2022에서 ‘지속가능성, 에코 디자인 및 스마트에너지’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푸드테크 분야 시장은 앞으로도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이머전리서치는 전 세계 푸드테크 시장 규모가 2019년 2,203억2천만 달러(약 264조 원)에서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6%를 기록하며 3,425억2천만 달러(약 411조 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푸드테크는 기존 식품산업에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기술이 결합되는 것을 말하며, 식품 생산과 가공, 유통·외식 등 전반에 적용된다. 무인매장, 배달 드론, AI 음식 추천 서비스 등이 모두 푸드테크의 일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