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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이분법적 사고의 근간을 바꾸다
함태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2년 06월호

 

오늘날 동물에 대한 국민들의 보편적 정서와 인식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면서 이들을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고, 이와 함께 동물권과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동물보호 및 동물복지에 기초한 정책 및 입법을 요구하는 사회적 요청이 증대하고 있다. 

전부개정된 「동물보호법」,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 반영돼


이러한 사회적 요청을 입법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법률이 「동물보호법」이다. 이 법은 1991년 총 12개의 조문으로 이뤄진, 형식적이고 실효성이 결여된 명목상의 법률로 출발했다. 또한 국내적으로 자체적인 입법 필요성에 의해 제정된 것이라기보다 국내외 동물보호단체 등의 압력에 떠밀려 이뤄진 타율적 입법으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이후 30여 년 동안 여러 차례 개정 작업을 거치면서 미흡한 점들을 보완했고, 최근 들어서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신속하게 반영하면서 제도적 개선을 이뤄가고 있다. 

지난 4월 26일 「동물보호법」은 조문 수가 100개가 넘는 대형 법률로 전부개정됐다. 동물학대 행위 등을 구체화하고 처벌을 강화했으며, 맹견 사육허가제도와 기질평가제도의 신설,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도 신설,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자격제도 도입, 반려동물 영업 관련 제도의 정비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동물 보호 및 복지 증진을 위한 제도를 확대하고 실질화하고자 했다.

한편 지난해 7월에는 동물과 관련된 또 하나의 커다란 법적 변화의 움직임이 있었다. 법무부에서 동물의 새로운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이다. 「민법」 개정안 제98조의2 제1항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최근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가 급증하고 동물권과 동물복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재설정하고자 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입법적 변화는 현대 문명국가에서의 커다란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은 민사법 영역에서 동물의 법적 지위를 높이고 있는데,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규정한 입법례로는 오스트리아 「민법」 285a조(1988년), 독일 「민법」 90a조(1990년), 스위스 「민법」 614a조(2003년), 리히텐슈타인 「물권법」 20a조(2003년), 네덜란드 「민법」 3:2a조(2011년), 체코 「민법」 494조(2012년), 캐나다 퀘벡주 「민법」 898.1조(2015년) 등이 있다. ‘동물은 지각력이 있는 생명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해 특별히 고려하는 입법례로는 프랑스 「민법」 515-14조(2015년), 포르투갈 「민법」 201조(2016년), 콜롬비아 「민법」 655조(2016년), 벨기에 「민법」 3.38조, 3.39조(2020년) 등이 있다.

우리나라 「민법」 개정안 제98조의2 또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한 입법적 시도이면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동물에 대한 가치를 법에 담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동 규정에 대해서는 단순한 상징적·선언적 규정이라는 비판이 가능하지만,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민법」의 변화는 전통 법학의 ‘인(人)-물건(物件)’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의 근간을 바꾸는 사건에 해당한다. 「민법」이 사법(私法)의 기본법이라는 지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동물에 대한 국민의 인식 및 우리나라 동물 관련 입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동물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 변화의 모습은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개 식용 관련 문제는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해 2002년 월드컵 전후에는 국제적 여론전까지 가세하며 더욱 논란이 된 사안으로, 40여 년 이상 우리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오래된 갈등 사안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개 식용을 오래된 식문화로만 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가 빠르게 늘고 있고, 개 식용을 종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1월 25일 개 식용의 공식적 종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집중적인 논의를 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어 12월 9일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2022년 5월 현재에도 개 식용 종식의 절차·방법, 국민 소통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 

학대 행위자의 사육금지처분, 
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 규정 등 포함해야


이처럼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을 함께 생활하는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려는 최근의 입법적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동물 보호 및 복지 증진을 위한 제도의 틀은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2022년 「동물보호법」 개정안 초안에는 동물사육금지처분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으나 국회 법사위 논의과정에서 삭제됐다. 동물사육금지처분은 법원 등 권한 있는 기관의 결정으로 동물학대 행위자에 대한 동물 소유권을 제한 또는 박탈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제14조에서 학대받은 동물을 소유자로부터 ‘격리’할 수 있다고 규정할 뿐, 동물소유자의 소유권 자체를 제한하거나 상실시키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동물사육금지처분 규정의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은 우리 헌법상 재산권 보장 규정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그러나 오늘날 동물은 물건 또는 재산이 아니라는 점을 각국의 「민법」과 우리 「민법」 개정안이 담아내고 있는 시점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논거다. 

생각건대, 동물학대 행위자에 대한 동물 소유권 제한 또는 박탈에 관한 규정을 「동물보호법」에 둘 필요가 있다. 독일은 동물학대 행위자에 대한 동물보유금지 조항을 두고 있고, 동물 매매나 일시적인 접촉 등을 금지하고 있다. 영국 및 미국의 법령에도 법원의 결정으로 소유권을 박탈할 수 있는 규정이 있고, 대만은 관할 당국이 소유자의 동물을 몰수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 향후 「동물보호법」 개정 시 동물이 학대를 당하거나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 기타 제3자(시민단체 포함)가 해당 동물소유자의 소유권 제한 또는 박탈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편 동물의 법적 지위와 관련된 「민법」 개정안에도 미흡한 부분이 있다. 「민법」 개정안에는 손해배상액의 범위 조정과 관련된 손해배상청구 규정, 반려동물에 대한 압류금지 등 동물의 법적 지위를 실질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내용들이 빠져 있다. 예컨대 반려동물이 사고로 상해를 입거나 죽은 경우 기존 법체계에서는 여전히 물건으로 취급돼 그 배상액은 동물분양가 상당액 또는 시장가격 상당액을 기준으로 하게 된다. 치료비 등 재산적 가치를 넘는 부분에 대한 배상을 인정하고, 반려동물 보호자의 정신적 피해를 인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동물소유자가 채무불이행으로 강제집행을 당하는 경우 반려동물도 재산압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국민들의 법감정(法感情) 및 해당 동물의 보호·복지에도 반하는 것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압류를 금지하는 「민사집행법」 개정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이 또 있다. 건전하고 책임 있는 반려동물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는 동물 유기 및 학대 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하고, 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보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만들기 위한 국민들의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고, 법적·제도적 뒷받침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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