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1천만 명에 육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에 따라 국내 반려동물시장에서는 엄청난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인 성장도 이뤄지고 있다. 또한 「동물보호법」도 점점 강화되고 있어 동물을 학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기준이 마련됐다.
동물을 하나의 물건으로 대하던 시대에서 개체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인정해 줘야 한다는 방향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이미 하나의 가족처럼 생각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뜻하는 단어 ‘pet’과 ‘가족’을 뜻하는 ‘family’가 합쳐져 ‘펫팸족’이라는 단어가 생겼을 정도이니, 확실한 추세라고 할 수 있겠다.
20년간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마음가짐이어야
이 모든 변화와 현상은 반려동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2000년 초부터 시작됐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반려문화 성숙도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2000년 초반 대한민국은 어느 정도 경제 발전의 궤도에 올라 이제 먹고사는 문제에만 집중하기보다는 행복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려동물을 집에 들이는 가정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당시에는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마음가짐이 지금과는 조금 달랐다. 대부분 ‘예쁘고 귀여워서’ 반려동물을 입양했고, 사실상 존중해야 할 생명체라기보다 살아 있는 장난감을 대하는 태도가 만연했다. ‘예쁜’ 강아지들을 낳기 위한 공장식 번식장이 성행했고, 이를 경매장에서 사서 파는 펫 숍도 유행했다. 펫 숍 쇼윈도 너머 좁은 공간에서 꼬물거리는 어린 강아지와 고양이를 보다가 충동적으로 ‘구입’하는 일도 흔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한 입양은 파양이나 유기로 곧잘 이어졌다. 예쁘고 마냥 작을 줄 알았던 동물들이 심하게 짖고 벽지를 뜯고 가구를 망가뜨리고 대소변 실수를 한다는 이유로, 더 나아가 단순히 너무 커졌다는 이유로도 유기됐다. 또 결혼이나 출산 등 가족 구성원이 변화했다는 이유만으로 반려동물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상황은 2022년인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매년 유기동물 보호소에서는 입양 공고 기간이 끝난 동물들이 안락사에 처해지는데 그 수가 2만 마리가 넘는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이유는 아직까지도 반려동물의 입양을 너무 가볍게 결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입양을 선택하게 될 경우 최소한 20년이라는 기간 동안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하며, 그 기간 중 일부는 노쇠하거나 만성질환에 걸린 상태여서 보호자의 보살핌과 시간적·경제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내가 입양하게 되는 동물의 습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맞춘 보살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파양의 큰 원인 중 하나인 반려동물들의 문제행동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특히나 중점 사회화 시기인 생후 7주령 이내에 어미와 떨어져 좁은 분양장에 갇혀서 생활하게 되는 동물들의 경우, 정서적 발달이 온전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문제행동이 발생할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진다.
그러므로 펫 숍을 통한 입양은 최대한 지양해야 하며, 만약 펫 숍을 통해 입양했다면 반려동물의 특성과 습성 파악을 위해 보호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매일 일정한 시간에 개라면 산책, 고양이라면 사냥놀이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보살핌을 의무적으로 하는 등 동물의 복지 향상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개를 기르는 보호자라면 특히나 펫티켓에 대해서도 미리 숙지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다른 반려동물 보호자 또는 반려인이 아닌 일반인들을 위해서 꼭 지켜야 하는 부분이다. 매일의 산책은 잘 시켜주지만 산책 중 반려견의 분변을 치우지 않거나, 목줄을 너무 길게 잡는 등의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과 불안감을 초래할 수 있다.
교육이 돼 있지 않아 낯선 사람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라면 입마개를 착용시키고 목줄의 길이를 충분히 짧게 해 예기치 못한 불상사에 대비해야만 한다. 물론 비반려인들도 반려동물이 귀엽다며 무턱대고 만지려고 하거나 접근하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반려동물 등록제 확대, 사회적 공론화 등
국가적 노력도 계속돼야
이러한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국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반려동물 등록제도를 더욱 정착시켜야 하며 그와 함께 반려동물을 위한 다른 정책들도 진행시킬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 확보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렇게 사용 목적이 뚜렷한 정책 추진을 위한 예산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보호자들에게 일정 부분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구체적인 예산의 규모와 쓰임에 대한 공고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많이 남아 있지만 반려동물의 복지와 안녕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면 분명 지금보다 성숙한 반려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과정 중에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지금 바로 내 옆에 있는 반려동물이 행복한지 반려동물의 눈높이에서 고민하면서 책임감을 갖고 돌보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