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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모든 동물의 복지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존중 필요하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2022년 06월호


유네스코 ‘세계동물권리선언’에 따르면 모든 동물은 그 자체로 존중받고, 학대받거나 착취당하거나 버려지지 않을 권리 그리고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고 본래의 습성과 수명에 따라 살아갈 권리가 있다. 우리는 이것이 당연하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AWARE)는 2017년부터 동물복지(Animal Welfare)에 대한 인식(Awareness)을 개선하고 동물의 사회적 지위와 복지기준을 향상하고자 관련 연구(Research)와 교육(Education)을 하고 있다. 10여 년간 동물복지정책 개발과 제도화에 힘쓰고 있는 이형주 어웨어 대표를 만나 우리 시대의 동물복지에 관해 물었다.

동물복지, 동물권이란 무엇인가?
동물복지란 동물이 신체적·정신적으로 부정적인 경험을 겪지 않고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상태를 보장받으며, 그들의 안녕을 위해 윤리적으로 대우받는 것이다. 인도적인 안락사부터 사육환경 개선이나 관리기준 강화 등이 동물복지다. 동물권은 학대 등 인간에 의한 고통을 피할 수 있는 권리라고 소극적으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정확하게는 삶의 주체로서 내재적 권리를 보장받고 착취되지 않을 권리다.

동물복지 관련 제도의 실태는 어떠한가.
「동물보호법」은 극도의 학대를 피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동물복지를 향상하고자 한다면 동물학대 등 범죄를 예방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우리가 가장 힘쓰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모든 동물의 소유와 관리 책임이 있는 사람의 최소한의 의무기준(물·사료 제공, 치료 의무, 쉴 곳 제공 등)을 정해 강화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소유자의 책임과 의무를 강하게 제시하고 있지만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는 권고 사항에 그친다. 동물을 학대한 사람에 대한 처벌만이 아니라 동물에 대한 어떤 책임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할 것들을 정하고, 하지 않았을 때 제재가 가해질 수 있도록 해야 동물복지를 이야기할 수 있고 그 수준이 향상될 수 있지 않을까?

동물복지에 대한 우리의 인식 수준은?
지난해 2천 명을 대상으로 동물복지 정책 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했는데, 동물의 복지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는 많이 형성돼 있었다. 그러나 농장동물의 경우 물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단절돼 있다 보니 인식·정보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케이지(철망으로 된 우리를 쌓아 올린 형태의 사육장)’라는 용어를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에 가까웠고(47.2%), 돼지농장에서 관행적으로 일어나는 무마취 거세와 절치에 대해 각각 56.1%, 71.0%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다.  

「동물원수족관법」 제정 운동을 했다고.
최초의 공립동물원인 창경원이 설립된 지 100여 년이 지났음에도 관련법이 없어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나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동물원이 설립되고 있었다. 2016년에 법 제정 운동을 해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고, 다음 해 법률 개정으로 동물관리위원회 설치와 5개년 종합계획 수립 등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최근에는 국회 토론회와 보고서를 통해 전문성이 있는 검사관이 방문해 생태적 습성이 각기 다른 수백 종의 동물을 관리·감독하고, 동물원을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로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전면개정안을 지난해 7월에 발의해 현재 국회의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반려동물 유기 문제가 심각하다.
동물유기는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근본적으로 이를 예방할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반려동물 등록을 매년 갱신하는 ‘등록갱신제’를 도입했다. 갱신 의무 이행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해마다 인식표 색도 바꾼다. 등록 갱신을 통해 보호자가 바뀌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 있고, 보호자의 책임도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 ‘쉽게’ 동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도록 하는 구조를 없애는 것도 필요하다. 영국은 사육자가 브리더 인증자격을 받아야 번식·거래가 가능하고, 온라인 판매를 막기 위해 6개월 이하의 새끼를 입양할 경우 모견과 태어난 환경 등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고 데려오도록 한다.

무분별한 야생동물 거래를 근절하는 야생동물 ‘백색목록’을 제안했다고.
동물원이 아닌 시설에서 체험을 명분으로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분별한 야생동물 거래와 소유에 대한 규제와 법적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다. 미어캣, 하이에나 등 가정에서 번식·사육하는 데 적합하지 않은 야생동물을 수입·반입·판매해도 법적으로 규정된 게 없어 제재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희귀한 야생동물을 애완용으로 사육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이들은 개, 고양이처럼 사람과 친숙하게 지낼 수 있는 종이 아니다. 벨기에, 네덜란드처럼 개인이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는, 생태계 교란이나 인수공통감염병 위험성이 없는 종을 지정하는 ‘백색목록’ 제도 도입을 제안했고 이 내용이 담긴 관련법 개정안을 지난해 1월에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는데. 
대표적인 인수공통감염병이 광견병인데,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되던 광견병 병원체가 미국 동부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이런 위험성이 발견될 확률이 높은 개농장은 면역력이 약해진 개뿐만 아니라 닭, 돼지 등도 도살되는 환경이고, 쥐나 철새, 야생동물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그 개가 구조돼 반려동물이 되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은 줄여나가는 것이 국제사회의 기조다. 인간의 건강을 위해서는 인간·동물·생태계·환경의 유기적인 연결성을 인지하고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원 헬스(one health)’ 개념이 코로나19 이후 널리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를 ‘원 웰페어(one welfare)’로 확장해 동물복지가 마련되지 못하면 사람의 복지와 건강도 담보할 수 없다고 보기도 한다.

최근 「동물보호법」이 전면개정됐다.
실험동물 규정 향상과 사설보호소 관리 대상 포함 및 지원 근거 마련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나, 핵심적으로 빠진 것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동물학대 예방을 위해 학대자가 다른 동물을 기르지 못하게 법적으로 제재하고, 학대한 동물에 대한 소유권도 제한하는 내용이 통과되지 못했다. 처벌의 방법으로 개인의 소유권을 제한하는 국내 선례가 없다는 게 이유였는데, 해외사례 등을 참고해 학대자의 소유권 제한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려고 한다. 축산 부문에서는 도축장 내 전기몰이 도구 사용 등 동물학대 여부나 위법 사항 등을 파악하도록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반영되지 못했다.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부처마다 담당하는 동물이 각기 달라 동물복지의 기준이나 개념도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범부처 차원에서 동물복지에 대한 통합된 원칙을 확립해 제도와 정책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 원칙은 인간 중심이 아닌 동물에 대한 이해, 동물복지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바탕된 것이어야 한다. 앞으로의 방향은 환경·시설 중심에서 동물 중심의 시각으로 전환돼야 한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우리가 동물을 어떻게 대하고 있고, 사회가 동물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파악에서 시작해 보자. 반드시 동물을 좋아해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존중이 필요할 뿐이다. 누군가가 싫다고 해서 내 눈에 보이지 않게 할 수 없다. 동물의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를 인정하고, 동물과 사람의 관계를 ‘위계적 사다리’가 아닌 공존하는 ‘가지’의 관계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동물복지 인증 제품 구매 등 동물을 위해 비용을 더 지불하는 것을 주저하는 사람도 있다. 동물을 위해 우리가 희생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나누는 것이라 여긴다면 달리 보이지 않을까.  

신정아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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