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68차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는 대한민국의 지위를 그룹 A에서 B로 변경하기로 했다. 그룹 B로의 이동은 대한민국이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이는 1964년 설립된 UNCTAD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한국의 성공이 그만큼 특별한 성취였음을 보여준다.
필자가 해외근무를 하며 만났던 학자들, 기업인들도 한국의 성공에 놀라워하면서 그 비결을 묻곤 했다. 무릇 이러한 성취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필자는 언제나 우리 국민들의 근면성과 더불어 전 세계시장을 누비며 다져온 개척정신을 꼽곤 했다. 전 세계 어딜 가든 만나게 되는 우리 기업인들과, ‘과연 이런 곳에서도 비즈니스가 이뤄질까?’ 싶은 곳에서 들려온 우리 기업의 수주 소식은 늘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했다. 세상 어느 국민보다 민첩하게 맡은 바를 해내고야 마는 책임감은 그간 현장에서 목격해 온 우리 국민의 저력이자 장점이며, 그동안 우리나라 수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1964년 최초로 1억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13년 만인 1977년 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지난해 세계 7위인 6,444억 달러를 달성했다. 57년 만에 수출규모가 6천 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수출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3,50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으며 특히 한류 관련 제품의 약진이 눈에 띈다.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직구·역직구가 확산되면서 한국산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려는 해외수요도 급증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코로나19로 한국 여행이 어려워지자 일본 내에서 한국을 소비하는 ‘도한놀이(한국여행 놀이)’가 유행했는데, 소비자들이 진짜 한국에 온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한글 포장지 그대로 제품을 수입하길 원하는 일본 바이어의 요청이 많다고 한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우리 수출에 희망적 예측을 가능케 한다. 우선 한국산 콘텐츠로 한국을 접한 세계인이 많아지면서 ‘Made in Korea’에 대한 인식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산 제품은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품질을 가진 가성비 상품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한국산 제품은 창의적이고 세련된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코로나19 이후 일반화된 디지털 수출환경 또한 우리의 강점을 돋보이게 해준다. 디지털 무역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국경 간 이동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쉽고 편리해졌고, 이는 바야흐로 ‘누구나 수출할 수 있는 시대’를 가능케 해주고 있다. 코트라 역시 이러한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팬데믹 동안 다양한 디지털 혁신(DX)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힘써왔다. 코트라의 수출 빅데이터 플랫폼인 트라이빅(TriBIG)으로 유망 수출시장과 잠재바이어를 찾고, 온라인 B2B 플랫폼 바이코리아(BuyKOREA)를 통해 우리 제품을 해외에 알릴 수 있다. 화상상담을 통해 출장 없이도 바이어와 만날 수 있고 수출계약에 필요한 공장 실사도 해결해 준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정착된 DX 플랫폼들은 앞으로 우리 수출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세계가 놀랄 정도의 성공을 대한민국이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자유무역의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는 K콘텐츠로 대변되는 강력한 소프트파워와 디지털 무역이라는 날개까지 달았다. 이제 대한민국은 지난 60년의 성공을 공고히 하는 성숙기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누구나 수출하는 시대’를 살아갈 수많은 대한민국 인재가 앞으로도 글로벌시장에서 활약하며 수출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