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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이해성 한국경제신문 중기과학부 차장 2022년 09월호


지난 8월 5일 한국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가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을 타고 우주로 향했다. 팰컨9 1단은 다누리를 보낸 뒤 방향을 틀어 지구로 귀환했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이 경이로운 기술은 유도항법제어(GNC), 추력제어 등이 핵심이다. 이들 기술은 모두 수학에서 비롯된다.

초중고 내내 수학을 배우는 학생들이나 현재 대다수 성인도 ‘대체 수학을 왜 배울까’라는 의문을 품는 경우가 많다. 수학을 배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수학은 자연의 법칙을 탐구하는 자연과학(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의 제왕이자 ‘과학의 언어’다. 그 자체로 인간의 근원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보다 현실적인 두 번째 이유는, 인간이 누리는 모든 기술의 기저에 수학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탑건: 매버릭>의 주인공은 극초음속 전투기에 몸을 싣고 ‘마하 10(음속의 10배=초속 3.4km)’으로 기체 한계를 시험한다. 이런 어마어마한 속도를 감내할 수 있게 전투기를 설계하는 기술도 수학에서 비롯된다. 전투기 속도가 마하 1(음속)을 넘어가면 기체 뒷부분에 공기와의 마찰로 인한 불연속면(소닉붐)이 생긴다. 속도가 극초음속에 가까워질수록 소닉붐이 커지면서 저항이 막대해지는데, 그러면 기체가 못 견뎌 폭발할 수 있다. 주인공은 영화에서 비상탈출로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이런 현상을 기술하는 수식이 ‘나비어-스톡스’ 방정식이다. 이 방정식을 연구하면 소닉붐 크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 전투기 성능 테스트인 ‘풍동실험’을 하기 전 나비어-스톡스 방정식으로 미리 시뮬레이션을 하는 게 항공업계의 불문율이다.

우주항공까지 갈 필요도 없다. 몇 분이라도 손에서 떨어지면 허전함을 느끼는 휴대폰을 보자. 스마트폰이 현재와 같이 다양한 기능을 갖게 된 건 반도체 선폭이 나노미터 단위로 초소형화되면서다. 이런 크기 패턴을 새기는 장비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이 독점 생산하는데, 사실 이 장비의 핵심을 이루는 대형 부품인 조명광학계와 투영광학계는 독일 기업 자이스가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이 부품의 기원을 따져 올라가면 수학자였던 자이스 공동창업자 에른스트 아베가 153년 전 창안한 수학 공식이 나온다.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사진을 찍고 인터넷을 하며 여러 가지 앱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비결이 사실 수학인 셈이다.

이제는 트렌디한 단어가 된 인공지능(AI)도 수학의 힘이 없으면 탄생하지 못했다. AI 알고리즘인 딥러닝은 수학으로 설계한다. 딥러닝에 입력되는 빅데이터 자체가 선형대수(행렬 벡터)로 표현되고 출력값도 마찬가지다. AI의 최적화 과정에선 미분과 확률 이론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수학 없는 AI는 없다. 수학에서 다차원 행렬을 ‘텐서’라고 부르는데, 구글의 AI 플랫폼 이름이 ‘텐서 플로우’인 것을 떠올려보자.

4G, 5G 등 통신 기술의 진화도 수학 덕분이다. 무선통신 안테나 설계에 활용되는 전자기학, 전자공학 등은 온통 미분 방정식으로 돼 있다. 전자소자의 특성이 전압 또는 전류의 미분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기지국 설계엔 고주파의 위상 변화를 표현할 수 있는 복소수(실수+허수) 등비수열이 필요하다. 이 밖에 물류 최적화, 첨단의료 장비, 금융 보안 등 수학이 활용되는 경우는 일일이 셀 수가 없다. 수학은 우리가 마시고 내쉬는 공기와 같이 늘 우리 주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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