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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기준, 지구가열 1.5도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2022년 10월호


인류 역사는 쉼 없이 발전해 왔는데 이것은 안정적인 기후조건 덕분에 가능했다. 이 기후에서만 현재 세계 인구 80억 명을 먹여 살리고 현대사회를 지탱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기후는 인간 활동으로 인해 ‘전례 없는’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불안정해지고 있다. 이대로는 문명이 지속할 수 없다.

지구에 태양에너지가 들어온 만큼 그 열이 우주로 다시 빠져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는 지글지글 끓게 될 것이다. 온실가스는 태양에너지를 그대로 투과시키는 반면 다시 우주로 빠져나가는 에너지를 가둔다. 이에 따라 기온이 상승하는데, 이를 온실효과라고 한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태워 증가한 온실가스는 1초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다섯 개 규모의 에너지를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1998년 이후 약 30억 개의 원자폭탄과 같은 양의 에너지를 가둬 지구가열이 일어나고 있다. 온실가스는 미세먼지처럼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곡차곡 쌓인다. 지구가열 ‘난로’를 계속 켜놓고 사는 셈인데 난로에 온실가스를 더 집어넣어 화력을 키우고 있다.

기온이 높아지면 폭염과 가뭄은 더욱 빈번하고 심해지며, 산불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맹렬해진다. 공기는 따뜻할수록 수증기를 더 많이 머금을 수 있어 폭우가 증가한다. 태풍의 연료인 따뜻한 바다는 보다 강력한 태풍을 만들고 있다. 해양은 뜨거워지는 만큼 팽창하고, 빙하도 녹아 해수면이 높아진다. 이 모든 변화가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한 상황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발간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보고서」는 2030년대에 기온상승 폭이 1.5도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5년 파리협정에 따라 각 나라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완벽히 지킨다고 해도 이번 세기말에는 2.5~3도의 지구가열이 일어날 것으로 봤다.

앞으로 기온이 상승하면 그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그것은 이미 겪어온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파괴’를 의미한다. 극단적인 날씨에 대한 대응은 일반적으로 과거 재난의 경우를 지침으로 삼지만, 이 방식은 지구가열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쓸모없게 된다.

기온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감축해야 하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의 인위적 배출량이 인위적 흡수량과 균형을 이뤄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에 변화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탄소중립은 우리나라가 스스로 정한 과제가 아니다. 세계 주류 시장에 참가하려면 요청되는, 외부로부터 강제되는 프레임이다. 그 예가 바로 RE100과 탄소국경세다.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기후위기 이전에 경제위기를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할 처지다.

지구의 한계가 인간이 만드는 세상의 한계를 결정한다. ‘1.5도’는 넘어서면 안 되는 지구의 한계다. 지구가열 1.5도가 넘는 세상으로 진입한다는 것은 지뢰밭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이런저런 이유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는 주장은 “어쩔 수 없으니 계속 지뢰밭을 향해 걸어 들어가겠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것은 터무니없다. 가던 길에서 당장 방향을 바꿔 지뢰밭에서 빨리 벗어나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기후위기는 문명 자체의 위기다. 해오던 방식대로 하면 지속할 수 있는 미래로 갈 수 없다. 지금까지의 화석연료 기반 문명에서 벗어나는 담대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파국이 인류의 운명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세상을 바꿀 능력과 시간이 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뿐이다. 선택은 우리 것이며 그 기준이 지구가열 1.5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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