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산림 손실 및 토지 황폐화를 막고 산림을 복원하기 위한 ‘산림 및 토지 이용에 관한 글래스고 정상선언’이 발표됐다. 이 선언에는 한국을 포함한 133개 국가가 참여했다. 그동안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담론으로 주로 재생가능 에너지와 전기차로의 전환만 다뤄진 터라, COP26의 산림 손실 감소 및 산림 복원에 대한 선언이 다소 생뚱맞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선언은 기후위기로 인한 재앙이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필연이다.
기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대기 중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더라도 그 효과는 최소 70~80년 정도 지나야 나타난다.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잔류시간이 150년에 달해 그 정도 시간이 지나야 기존에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절반 정도 줄기 때문이다. 반면 산림 손실이 줄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실시간으로 줄어든다. 숲이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숲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28%에 달한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19년 발표한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 사이 산림 손실로 연평균 49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증가했다. 2018년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이 340억 톤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이다.
2002년부터 2019년 사이 아마존 밀림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열대우림 3분의 2가 사라졌다. 지구 열대우림의 70%를 차지하는 아마존 밀림의 경우, 파괴되는 숲의 80%가량이 축산과 관련 있다. 육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니 가축을 방목할 목초지, 사료용 유전자 변형(GMO) 콩과 옥수수를 재배할 농지를 얻기 위해 숲이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 농지의 77%는 축산과 관련해 이용되고 있고, 인간이 직접 먹을 작물을 위해서는 단 23%만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동물성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칼로리는 인류가 섭취하는 총칼로리의 18%에 불과하다. 엄청난 낭비다. 전체 농지의 23%에서 수확한 식물성 식품을 통해 총칼로리의 82%를 섭취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식물성 식품 재배면적을 단 5%p만 더 늘려도 전체 칼로리의 100%를 식물성 식품으로 섭취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나머지 70%가량의 농지는 다시 숲으로 되돌려 대기 중 온실가스를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음식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음식은 인간의 건강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지구의 미래까지도 결정한다. 음식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책임감 있는 음식 선택 태도를 ‘기후미식’이라고 한다. 이미 네덜란드와 캐나다 같은 나라는 기후미식을 국가 식이가이드(food-based dietary guidelines)에 적용해 육류뿐만 아니라 생선·달걀·우유 등 동물성 식품 섭취를 제한하고, 풍부한 채소와 과일, 통곡물로 된 빵과 파스타 섭취를 권장하며, 단백질은 될 수 있으면 식물성 식품을 통해 섭취할 것을 권하고 있다. 2018년부터 네덜란드 교육부는 기관이 주최하는 모든 행사의 만찬에서 채식을 기본으로 하고 육류나 해산물을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세계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넘어 ‘흡수량 증가’를 위한 기후미식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이 기후위기 대응 모범국이 되려면 지금이라도 기후미식을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