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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살충제로 사라지는 곤충… 모든 생명은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
정부희 우리곤충연구소장 2022년 10월호


올해 우리나라에서 약 78억 마리의 꿀벌이 월동 중에 폐사하거나 실종됐다. 기후변화와 살충제가 유력한 원인으로 꼽힌 가운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인류가 꿀벌 등 꽃가루 매개 생물을 통해 식량작물 4종 중 3종을 수확한다고 밝혔다. 기자가 만난 정부희 우리곤충연구소장은 곤충이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거대한 역할에 대해 역설했다. ‘한국의 파브르’라고도 알려진 그의 숱한 곤충기 시리즈 중에는 『벌레를 사랑하는 기분』이라는 책이 있다. 왜 하필 사랑하는 마음도, 행동도 아닌 ‘기분’일까? 인터뷰를 마친 후 그 의미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됐다.

생태계에서 곤충은 어떤 역할을 하나?
곤충의 첫 번째 역할은 ‘중매쟁이’다. 식물은 대를 잇기 위해 곤충을 불러들이고, 곤충도 이 식물 저 식물 찾아다니며 꽃가루, 꽃꿀을 먹고 자기 몸에 묻은 꽃가루를 다른 꽃의 암술로 옮긴다. 바람, 새도 이 역할을 하지만 곤충이야말로 최고의 꽃가루받이 공헌자다. 두 번째는 분해자 역할이다. 생물은 나면 죽는다. 죽으면 누군가 분해를 해줘야 거름으로 돌아가지 않나. 그 역할을 곤충이 한다.

우리도 식물을 먹으니 곤충의 역할이 중요하겠다.
그렇다. 곤충은 생태계의 기초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마치 건물의 주춧돌과 같은 존재다. 이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식물은 번식할 수 없고, 그 식물을 먹는 초식동물, 그를 잡아먹는 육식동물, 그들을 먹는 인간도 위태로워진다. 곤충이 인류 식량에 근간이 돼주고 있는 거다. 심지어 지구상의 150만여 동물종 중 곤충이 100만여 종에 이른다. 이는 정식 기록일 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름 없는 종은 훨씬 많다.

그 많던 곤충이 보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체감도가 클 것 같다.
5~6년 전부터 야외탐사를 나가면 위기감을 많이 느낀다.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보호하고 그들의 서식지를 복원하기 위해선 내가 하는 곤충분류학 연구를 통해 이 종이 어떤 식물을 먹고 사는지, 어느 계절에 나와 활동하는지, 어디서 번데기를 만드는지, 1년에 한살이[알-애벌레-(번데기)-어른벌레를 거치는 곤충의 생애주기]는 몇 번 돌아가는지, 천적은 누구인지 등에 대한 자료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 연구가 미처 이뤄지기도 전에 여러 요인에 의해 서식지가 급격히 파괴되고 있다. 원래는 1년에 한살이 과정을 몇 차례 갖는 곤충인데도 요즘은 그 과정을 한 차례도 보기 어렵게 됐고, 예전에 많이 봤던 종이 아예 안 보이기도 한다.

왜 곤충들이 보이지 않게 됐을까.
일단 기후변화가 곤충의 서식지에 최악의 영향을 준다. 여름의 장마는 몇백 년간 유지된 패턴이기 때문에 곤충들은 그에 적응해서 살아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여름이 열대지방의 우기처럼 변하고 있다. 원래 장마 시기에 번데기에서 어른벌레로 ‘우화’하는 곤충들의 사이클이 무너지게 된다. 그리고 곤충은 ‘식물의 시간’을 따라가지 못한다. 식물은 기온 변화에 맞춰 피고 지지만, 곤충은 자기들만의 생체리듬이 있어 바깥의 기온이 따뜻해졌다고 해서 예정보다 일찍 우화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5월 말에서 6월 초에 어른벌레가 된 곤충이 세상에 나와 꽃에서 짝을 만나 일주일간 살며 번식해야 하는데, 그때 피어 있어야 할 꽃들이 일찍 개화해서 이미 져버렸다. 먹이(꽃)가 사라진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곤충 종과 개체 감소에는 인간의 영향이 가장 크다.

개발로 인한 곤충 서식지 파괴 같은 것을 말하는 건가?
그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곤충은 몸집도 작고 움직이는 속도가 느려 멀리 이동하지 못한다. 숲을 파헤쳐 휴양림이나 산책로를 만들면 그곳에 사는 곤충들은 터전을 잃고 결국 죽게 된다. 게다가 곤충은 한 마리씩 나타나지 않고 대체로 대단위로 나타난다. 그러면 사람들은 벌레에 대한 정서적 혐오감, 식물 피해방지 등의 이유로 살충작업을 한다. 이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약이 뿌려진 곳에는 타깃 종만 없어지는 게 아니라 모든 생물이 전멸한다. 식물을 살리기 위해 뿌린 약이 그 식물을 ‘진짜’ 살리는 곤충을 전멸시켜 결국 식물도 죽는다. 이때 천적들도 같이 죽어 개체 수 조절이 되지 않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래서 도심에서 러브버그, 대벌레가 눈에 띄게 번성하는 소동이 벌어진 거다(러브버그와 대벌레는 해충이 아니라고 인터뷰이는 덧붙여 설명했다). 살충제 하나로 지금 당장은 곤충 수백 마리, 수백 종이 사라지는 거로 끝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나중에는 어떤 하나의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나타나게 될 거라 본다.

도시에서 보이는 곤충은 더 한정적인 것 같다.
맞다.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처럼 나는 ‘침묵의 도시’라고 부른다. 살충제로 온 도시를 소독하고 있어 내성이 강한 모기, 파리 외에 다른 생물들은 거의 살지 못해 도시는 텅 빈 곳이 됐다. 이렇게 되면 어떤 한 종이 대번성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특히 외래종이 빈 곳을 차지하게 되는 거다. 시골이나 숲속보다 도시에서 선녀벌레, 꽃매미 등 외래종을 더 많이 목격하게 되는 이유다.

생태계 변화를 막기 위해 우리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면?
지금은 곤충들이 겨울을 준비하러 땅이나 나무속으로 들어가는 시기라 ‘해충’이 별로 없다. 꼭 필요하다면 곤충의 생체리듬 시기에 맞춰 살충작업 횟수를 줄여야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온대지방이어서 독을 가진 곤충이 거의 없다. 말벌 정도가 있는데, 독이 있다고 무조건 살충해 버리기엔 말벌은 모기와 파리의 천적이다. 나는 관의 적극적인 역할이 제일 시급하다고 본다. 예컨대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곤충이 나타나는 장소에 생태적 특징을 써두는 거다. ‘이곳에 사는 곤충은 무엇이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애벌레 시기와 어른벌레 시기는 얼마나 되고 어떤 계절에 나타난다’ 같은 정보를 써두면 곤충을 전혀 모를 때보다는 정서적 거부감이 덜 할 거다.

소장님 같은 연구자의 역할이 있다면.
미국에서도 꿀벌 대실종 현상, ‘군집 붕괴 현상’의 원인을 정확히 꼽지 못하고 61가지의 가설을 세웠다. 우리도 우리 땅에서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앞으로는 기후, 강수량 등의 변화와 동물의 종과 개체 수 모니터링을 정밀히 진행해, 그 축적된 기초자료를 토대로 곤충 생태계 변화와 인과관계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해 보이는데.
그건 거대한 행동이나 마음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다. 곤충을 생각하는 ‘기분’ 하나면 된다. 어떤 결심이나 계기를 통해 갖는 게 마음이라면 기분은 그저 공기처럼 느끼는, 보다 가볍게 접근하는 방법이다. 내 발밑의 돌멩이, 나무의 잎사귀에 다른 생명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 거기에도 ‘소우주’가 존재한다는 것, 더 이상 돌멩이나 잎사귀를 예사롭게 생각하지 않는 것…. 그런 것 말이다. 그러다 보면 저 곤충이 어떤 습성을 갖고 사는지 보이고, 그들이 해롭기도 하지만 이로움을 주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될 거다. 곤충의 습성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고 모든 생명은 저마다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곤충의 일부분만 보고 ‘이래서 죽여야 하고 이래서 살려야 한다’는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소장님께 곤충은 어떤 존재인지.
나에게 곤충은 동료이자 위안을 주는 동반자다. 일상에서 벗어나 오솔길로 접어들어 길옆에 핀 야생화들을 찾아와 열심히 식사하는 곤충을 보고 있으면 ‘이게 바로 무릉도원이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나의 정신세계를 살리는 존재다. 쉽게 말하면 나는 현대인들이 열망하는 힐링과 치유를 곤충에서 찾는다. 일명 ‘곤충 멍’을 때린다(웃음). 그래서 나에게 위안을 주는 이 아이들이 내 마음에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그림으로 나타내 보려 한다. 어떤 모습이 담길지 몰라 나 스스로도 기대가 된다. 

 
신정아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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