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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미국보다 좋을 수 없다… 글로벌 자금 미국으로 쏠려
오현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2022년 11월호


급등하는 물가를 잡고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확대된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한 지 7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의 긴축 강화 속에서 주요 선진국 통화 약세로 달러화 강세가 촉발되며 달러화지수는 9월 중 114.8까지 치솟아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이후 20여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달러화 강세는 좀처럼 꺾일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유로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천연가스 등 에너지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유로화·달러화 등가(1유로=1달러) 수준이 붕괴됐고, 파운드화는 영국의 경기가 악화되는 가운데 트러스 정부가 재정 확대 및 감세 조치를 발표하며 크게 약세를 보였다. 일본 엔화는 일본은행(BOJ)의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에 따른 내외금리차 확대 등으로 주요 통화 중 가장 큰 폭의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원화 또한 약세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 1,187원을 저점으로 상승세를 지속하다가 9월 말에는 1,440원을 돌파하면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의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지속과 내국인들의 해외투자 확대 등으로 외화수급 여건이 악화되는 데다 원화와 동조화를 보이는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나타난 측면도 있으나, 달러화가 초강세를 지속한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세계경제 회복세 둔화되는 가운데 
미 고용·경기 지표 상대적으로 나은 모습

이처럼 최근 달러화가 초강세를, 여타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한마디로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제여건에 기반해 기준금리를 매우 큰 폭으로 인상하고 있어 미국으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회복과정에서 세계경제가 큰 폭으로 반등한 후 올해는 방역조치 완화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인플레이션 확대, 통화긴축 강화 등으로 회복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유로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으로 겨울을 앞두고 에너지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 어려워 여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이할 전망이다. 에너지 문제의 직격탄을 맞은, 유로존경제의 핵심동력 독일,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간 엇박자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하고 있는 영국 등 유럽지역은 총체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 뒤늦게 코로나19 영향을 받으며 주요 도시 봉쇄를 단행하고 부동산시장 침체로 성장둔화를 겪고 있는 중국,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저물가·저성장에 신음하고 있는 일본도 상황은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국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고용지표와 경기지표 등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미국의 경제여건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인상을 지속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고 있다.

하지만 미국보다 경제상황이 나은 국가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만큼 정책금리를 가파르게 올릴 수 있는 국가도 없는 모습이다. 미국 연준(Fed)은 팬데믹 충격으로 제로금리 정책을 시행한 지 2년 만인 올해 3월 정책금리를 25bp 인상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확대되자 정책금리를 50b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그래도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자 3연속 자이언트스텝(75bp)을 시행하면서 10월 기준 미국의 정책금리는 3.25%를 기록하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미국의 긴축 가속화와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통화긴축의 속도와 강도가 매우 높아 금리격차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 같은 통화정책 차이에 따른 금리차 확대를 달러화 강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미국이 3월부터 5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총 3.0%p 올리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은 7월부터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해 현재 미국과는 2.0%p의 금리격차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물가보다 경기회복에 초점을 맞춰 나홀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써 미국과의 금리차가 큰 폭으로 확대돼 엔화가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를 잃은 지 오래다. 통화정책 차이에 따른 금리격차는 자본의 이동을 통해 환율이 조정된다는 이자율 평형설에 비춰 볼 때 미국으로의 자금유출 우려 등을 확대하며 달러화 강세, 여타 통화 약세를 유발하는 요인이 됐다. 또 한편으로는 연준의 긴축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를 제공함으로써 미국 달러화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심리 높아지며
달러화 수요 늘어


더욱이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위험회피,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하며 달러화 수요를 늘리고 있다. 러시아의 핵 사용 우려 등 러시아발 뉴스는 연일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으며, 석유수출국기구플러스(OPEC+)발 감산소식, 미중 간 군사적 긴장 및 반도체 갈등 부각, 대만과 중국 간 남중국해 분쟁, 북한의 잇따른 도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안전자산인 달러화 수요를 확대해 달러화 강세압력을 높이고 있다.

달러화 초강세가 지속되는 상황은 대외채무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흥국의 경우 달러표시 부채 부담이 높아지면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나아가 신흥국발 부채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러한 위험은 신흥국에만 국한되지 않아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달러화 강세로 각국의 수입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자국통화 방어를 위한 조치에 나서며 외환보유고가 소진되고 있는 점 또한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원화 약세는 경쟁국 통화의 절하가 동반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위축까지 나타나는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어 한국경제는 고환율로 얻을 수 있는 수출확대 등의 이점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대신 수입품 물가 상승, 조달비용 상승에 따른 기업투자 위축, 외환보유고 감소 등 잃을 게 많은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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