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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는 MZ세대를 어떻게 사로잡았나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식품개발팀 농업연구사 2022년 12월호


최근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을 여러 곳에서 느낄 수 있다. 언론의 관심은 물론이고 예비창업자, 전통주전문점, 생산량까지 모든 부문에서 우상향 모습이다. 다양한 연령층의 전통주 소비가 증가했는데 그중에서도 MZ세대의 소비 증가가 눈에 띈다. 

왜 MZ세대들은 전통주에 빠졌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MZ세대에게 술은 ‘취할 때까지 마시는’ 음료가 아닌 ‘즐기는’ 음료로 인식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화를 이어주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매개체’로 소비되고 있다. 그러기에 독한 술보다는 저도수, 모두가 찾는 대중적인 술보다는 비싸더라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술에 관심을 보인다. 여기에 발맞춰 전통주 업체들도 다양한 재료를 첨가해 선택의 폭을 넓힌 제품들을 내놓고, 타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젊은 세대가 즐기는 술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일례로 최근 MZ세대의 관심을 끄는 전통주가 나왔다. 가수 박재범이 자신의 이름을 건 증류식 소주 ‘원소주’를 출시한 것이다. 그 인기가 대단해 문 열자마자 달려가 구매한다는 ‘오픈런’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통주에 대한 셀럽의 관심은 전통주를 알리는 데 큰 힘이 됐다. 

그런데 일반인이 전통주로 생각하기 쉬운 막걸리나 약주는 전통주 범주에 들지 않고, 국산 농산물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만들어 마시던 형태의 술이 아닌 ‘진’과 ‘애플사이다’ 등의 주류가 전통주로 등록돼 있다. 게다가 ‘원소주’는 온라인 판매가 되는데 우리나라 업체가 만든 막걸리나 약주는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하다. 이것이 국산 농산물을 사용한 지역특산주(전통주)와 일반 주류의 주종 간 논란이다. 

현재 전통주가 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주세법」과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가 지정한 장인이 만들거나(무형문화재 술), 식품명인이 만들거나(식품명인 술), 지역농민이 그 지역 농산물로 만들어야 한다(지역특산주). 이 중 첫째와 둘째는 신규 지정이 없거나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라 일반 양조장들이 지정받기 어렵다. 결국 신규 양조장들은 지역특산주 조건으로 전통주 신청을 한다. 지역특산주의 전신은 농민주다. 농민주는 1993년부터 농업인 등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의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추진됐다. 주류제조면허에 필요한 시설요건을 완화해 손쉽게 주류산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영세한 농가들이 만든 술을 전통주에 포함해 통신판매와 자금 지원 혜택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제도라도 시간이 지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진과 애플사이다처럼 말이다. 이들은 농민 또는 농업회사법인이 지역농산물을 사용해 만든 지역특산주로 현행법상 전통주 범주 안에 속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소비자의 기호가 다양해지고 지역특산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져 과거 제조방식의 술만으로는 소비자의 다양성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됐다. 결국 지역특산주 양조장들이 외국 제조법이나 지역의 외국 허브 재료들을 활용하는 것으로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주는 주류시장에서 ‘약자’에 속한다. 충분한 자본이 없기에 홍보를 하거나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셀럽들이 전통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소비자들도 와인이나 사케와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전통주 하나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전통주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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