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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을 넘어 전 국민의 사랑 받는 막걸리 만든다
2022 찾아가는 양조장 ‘오산양조’ 2022년 12월호

 

지난 11월 9일 경기도 오산 오색시장 끝자락에 위치한 오산양조를 찾았다. 붉은 벽돌로 쌓인 네모반듯한 양조장은 오색시장과 오산 주민광장을 이어주는 공간이자 수문장 같았다. 입구로 다가서자 그 앞에서 비질을 하고 있던 김유훈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곧바로 양조장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마침 막 쪄낸 고두밥을 삽으로 퍼 식히는 작업이 진행되던 참이었다.

이곳에는 18개의 발효조가 각자 다른 시간을 품고 있었다. 식힌 고두밥은 물과 누룩, 밑술과 버무려져 일정한 온도로 열흘간 발효되는데 이 과정을 두 번 거치면 이양주, 세 번 거치면 삼양주가 되고, 증류를 하면 증류주가 된다. 한 개 발효조는 한 달에 약 300병의 막걸리를 만들어낸다. 오산양조가 지난해 사용한 오산 세마쌀은 11톤, 올해는 상반기에만 10톤을 소비했다. 지역 내 쌀로 술을 빚어 지역을 알리겠다는 이들의 꿈이 익어가고 있었다.

전통주로 오산을 알리는 데 뜻 모아

오산양조는 2016년 8월 김유훈 대표와 오서윤 기술이사가 만나 의기투합해 그해 12월 마을기업 형태로 설립됐다. 지역에서 3대째 식자재 회사를 이어오던 김 대표가 새 사업을 구상하던 때 오 이사가 오산에 양조장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사업계획서를 들고 시청에 찾아간 건 기막힌 운명 같다. “제가 오산에 양조장을 세우면 좋겠다고 사업계획서를 갖고 갔는데 시쳇말로 까였습니다. 오산에 양조장이 없으니 그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없었던 거예요. 안 되는 건가 포기하려던 찰나 시청에서 김 대표님을 소개해 주시더라고요.”

둘은 돈 버는 일보다 전통주로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오산을 알리는 일을 하자는 데 뜻을 같이하고 1년 반 동안 오산양조만의 전통주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오 이사는 무엇보다 사람들이 전통주, 특히 막걸리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다. 싸고, 아저씨들이 마시고, 들이켠 뒤엔 자연스럽게 트림이 나오는 술. 그는 탄산이 없으면 이런 이미지를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탄산 없는 술을 만들려고 오로지 레시피 개발에 매달렸어요. 냉장과 상온 상태에서 각각 압력계를 달고 압력이 올라가면 아, 발효가 더 됐구나 고치고, 다시 빚고 또 다시 빚고….” 수많은 실험과 실패를 거쳐 나온 오산막걸리는 탄산이 없어 목 넘김이 부드럽고 흔들어도 터지지 않아 개봉할 때 조심하지 않아도 된다. 감미료도 들어 있지 않다. 

오래 걸렸지만 만족할 만한 술이 나왔다 싶었는데 코로나19가 터졌다. 지역 내 납품하던 열 곳의 식당 중 두 곳만 납품을 받아줬다. 어려운 순간이었지만 기회이기도 했다. “지역특산주라서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니까요. 코로나로 오히려 온라인 판로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봐요. ‘까마귀가 막걸리를 너무 좋아해서 많이 마셨더니 하얘졌다’는 하얀까마귀 스토리와 캐릭터, 인형도 만들고 패키지에도 더 신경 쓰게 됐구요. 하나로마트, 생협에도 판로를 연 상황이에요.” 오산양조엔 오산막걸리 외에 하얀까마귀, 독산 30, 독산 53과 요리술이 있고 경기쌀막걸리와 13도 프리미엄 탁주인 산수화, 약주 율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오산막걸리가 지역에 기반해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싶은 술이었다면 이젠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사수 만에 이뤄낸 ‘찾아가는 양조장’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하는 ‘찾아가는 양조장’에 금풍양조(인천 강화), 산막와이너리(충북 영동), 맑은내일(경남 창원) 그리고 오산양조가 꼽혔다. 우리나라 전통주를 활성화하고자 2013년부터 시작된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에 선정되면 2년간 맞춤형 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다. 오 이사는 2019년부터 네 번째 도전이었다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사수를 했다지만 저희 업력이 짧긴 해요. 그런데도 계속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오산양조 전통주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전통시장과 연계해 지역과 상생하고 지역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교육과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찾아가는 양조장’에 맞았던 것 같아요.”

오산양조는 농림부 지원으로 교육장을 단장하고 있었다. 전통주 교육과 체험을 강조하는 이유를 묻자 오 이사는 “전통주 하면 흔히 마트에서 파는 막걸리로만 아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제가 교육으로 알았기 때문에 다른 분들도 이런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오산양조가 오산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지역의 유무형 자원을 제품에 담고 지역공동체가 모이는 장이 되고 있다는 걸 알리는 보람도 크고요.”

전통주시장에 제안하고 싶은 것을 묻자 오 이사는 “젊은 분들이 전통주 업계에 뛰어들고 있는데 굉장히 좋은 일이에요. 시장이 커지면 가능성도 커지는 거니까요. 그런데 최근 지역특산주로 전통주 만드는 분들 사이에서 전통주를 벗어난 제품이 나오고 있어요. 그러면 소비자도 혼란스럽고 제조하는 입장에서도 불만이 생길 수 있잖아요. 전통주에 대한 법적 정의가 명확해지면 좋겠어요. 전통주는 좀 더 눈에 띄게 표시할 수 있게 해주고, 전통주 제조업체가 생산하더라도 전통주가 아니면 전통주로 홍보할 수 없게 하는 근거를 만들고요. 제조능력도 없는 사람이 이름만 걸고 전통주라고 사업하면 진심으로 전통주 만드는 사람은 속상하잖아요. 이런 건 보호를 해줘야 한다고 봐요.” 

오산양조의 근간은 좋은 술에 있다. 오 이사는 좋은 술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빚는 데 가장 무게를 둔다. 담금 단계별로 날씨와 온도에도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즐기면서 일하고 있다고 했지만 그의 오감은 늘 양조장에 가 있는 것만 같았다. 
표초희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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