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류시장의 80% 이상을 희석식 소주와 대기업 맥주가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생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유형의 술자리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는 셈. 이재욱 술담화 대표는 2018년 다채로운 술자리를 만들고 취향에 맞는 ‘인생술’을 찾아주는 소믈리에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국내 최초 전통주 정기구독이 가능한 플랫폼을 열었다.
‘전통주를 구독한다.’ 어떻게 이런 서비스를 생각했나?
창업할 땐 전통주에 특화된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사이트를 잘 만들어도 과연 사람들이 전통주를 구입하고 싶어 할지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일단 전통주를 마셔보면 계속 찾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어떻게 마시게 할까 고민하다가 구독서비스를 생각했다. 이용층으로는 30대가 제일 많고 20대와 40대 비중은 비슷하다.
소비자와 양조장을 중개해 수익을 얻나.
술담화는 쇼핑몰과 구독서비스를 맡는 담화컴퍼니와 농업회사법인 술담화라는 두 개 법인으로 이뤄져 있는데, 농업회사를 만든 이유가 있다. 중개만 할 때는 우리 몰에서 판매된 제품의 중개수수료만 받을 수 있었다. 즉 소비자가 구매한 술의 양조장이 다르면 배송비도 따로따로 붙여야 했다. 구독자에게도 한 달에 양조장 한 곳 제품만 보낼 수 있었다. 일반 법인은 술을 소유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2020년 4월 법 개정으로 전통주 제조자가 다른 제조자의 술을 사입(仕入)할 수 있게 됐다. 여러 양조장 제품을 사입해 하나로 포장해서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곧바로 양조면허를 따 농업회사법인을 만들었다. 중개만 했다면 지금의 확장성과 차원이 달랐을 거다.
쇼핑몰에는 양조장이 얼마나 들어와 있나.
300~400개 정도 된다. ‘인생술을 찾아주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말은 누군가의 인생술이 될 만큼 양질의 술이라고 판단돼야 입점시킨다는 뜻이다. 여러 소믈리에가 모여 내부 심사와 검증을 거쳐 선발한다.
어떤 전략으로 전통주를 소개하고 있는지?
전통주를 경험하도록 하는 게 제일 어려운데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구독서비스다. 마셔보지 않은 술이라도 쇼핑몰에서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무슨 맛인지, 어떤 음식이나 어떤 술자리에 어울리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큐레이션한다. 술은 소믈리에가 있을 정도로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한 기호식품인데 마셔보고 살 수 없다. 소비자에게 이러한 유통구조가 다채로운 술자리 기회를 뺏고 있다는 걸 알리고 전통주는 가치 있는 소비라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 이후 제도적으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예전엔 양조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출고가에 술을 샀다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출고가가 아닌 소매가 개념이 생겼다. 그런데 어디에 어떻게 세금을 매길지 기준이 없었다. 또 술은 「주세법」상 쿠폰이나 경품 활용이 제한적이고 홈쇼핑이나 옥외광고 등에도 노출할 수 없어서 가뜩이나 어려운 제품 알리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술담화의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2026년 국내 전통주시장이 소매가 기준으로 1조5천억 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한다. 낙관적인 수치는 아닌 것 같다. 전통주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해외진출도 준비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술자리와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룰 수 있겠다. 술뿐만 아니라 잔, 안주, 숙취해소제도 필요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