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돌봄(care)’의 시대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몸을 씻고 식사하고 운동하는 등 매일 스스로를 돌본다(self-care). 어릴 때는 부모에게 돌봄을 받고 성인이 되면 자녀를 돌보거나 노인이 된 부모를 돌보는 등 돌봄은 우리 생애에서 중요한 일상이다. 이처럼 돌봄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데, 특히 아동, 장애인, 노인, 정신질환인 등은 스스로를 돌보기 어려워 다른 사람의 가사수발과 신체수발 등의 서비스를 받아야 하고 아프면 의사, 간호사, 작업치료사 등의 보건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
지난해 3월 26일 제정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지원법」)은 이처럼 혼자서 자신을 돌볼 수 없어 다른 사람의 돌봄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법이다. 「돌봄통합지원법」의 목적은 특히 노인, 장애인 등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과 같은 시설에 입소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자신이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그러려면 대상자들이 집에서 이용할 수 있는 보건의료, 복지, 주거, 사회참여 등의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즉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가 맞춤형으로 제공되고, 서비스 시간도 충분해야 한다.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에 간호서비스 활성화와
재활서비스·이동지원서비스의 신규 급여화 절실
우리나라 통합돌봄의 체계는 그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한데도 정부는 여전히 근본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첫째, 대상자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도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가령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노인의 약 11%가 이용하는 대표적인 돌봄서비스인데, 재가급여 수급자의 경우 대부분 방문요양서비스를 이용한다. 요양보호사가 가사수발과 신체수발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북유럽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서비스가 너무 기본적인 서비스여서 전문업체에 외주를 주고 축소하는 추세다. 대신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과 같은 전문인력을 통해 건강과 기능 상태를 실질적으로 개선·유지하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재활서비스는 장기요양보험으로 급여화되지 않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이동지원서비스가 없어서 병원에 가는 것도 어렵다. 「돌봄통합지원법」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간호서비스의 활성화, 재활서비스와 이동지원서비스의 신규 급여화 등이 절실하다.
마찬가지로 장애인의 경우에도 장애의 종류에 따라 집에서 이용할 수 있는 보건의료와 사회참여 등 다양한 서비스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대규모 시설에서 나와 그룹홈처럼 집 같은(homelike) 곳에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탈시설화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제정, 기초지자체의 행정체계 구축에 관심이 있으며, 대상자 입장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어떻게 새롭게 활성화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가 부족하다. 필수적인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용자 중심의 관점이 필요하다.
둘째, 「돌봄통합지원법」은 당초에 보편적인 대상자를 위한 ‘돌봄의 기본법’이자 모법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갈수록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고 있다. 현 정부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광주광역시는 자체 예산을 대거 투입해 노인, 장애인뿐만 아니라 고립과 은둔 상태의 청년과 중장년을 포함한 포괄적 돌봄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정부는 사실상 노인 중심 체계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고 있는데, 기초지자체 현장으로 내려오면 사각지대의 고립과 은둔, 고독사의 대상자 역시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다. 보건복지부 지역복지과에서 사각지대 발굴,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고독사 예방·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굳이 분리해서 통합돌봄을 수행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기초지자체에서 활용 가능한 공무원 인력이 제한된 현실을 감안할 때 기존 사각지대, 고독사,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등의 업무와 통합돌봄의 업무를 적극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자체가 돌봄기관들과 대상자 정보 공유할 수 있는
전달체계 마련 시급
셋째,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시행하려면 여러 기관의 협조적인 전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돌봄통합지원법」이 통과됐으니 기초지자체가 지역 돌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의 돌봄서비스 이력 등 각종 정보를 손쉽게 확보해 지역 돌봄 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돌봄 전달체계는 매우 분절적이다. 가령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하는 노인 대상자에 대한 정보를 지자체에 제공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에서 상대적으로 건강한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 노인들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예산 낭비가 심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전산망을 지자체와 연결해 대상자를 상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기초지자체는 복지 중심의 부서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데, 보건소나 치매안심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국민연금공단(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등의 기관들이 서로 대상자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 않다. 기초지자체가 돌봄기관들과 협력해 정보 공유 시스템을 연계·통합하는 것은 능력과 권한 밖의 일이다. 그러므로 정부 차원에서 솔선수범해 통합적인 전산망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통합돌봄이 전국적으로 실행되려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더 많은 인력이 확보돼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요양보호사와 활동지원사 등이 부족해 돌봄 공백으로 대상자의 건강과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등 직접 돌봄인력에 대한 처우를 크게 개선하고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실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