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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들여다본 소셜미디어··· 우리 뇌가 썩고 있다
한귀영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2025년 04월호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성장하는 아이들의 뇌를 망가뜨리고 있다.” 빌 게이츠가 꼭 읽어보라고 추천한 『불안세대』의 저자이자 세계적 석학 조너선 하이트의 진단이다. 지난해 12월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brain rot)’을 선정한 바 있다.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의 과잉 소비로 집중력 저하, 문해력 약화 등 지적 퇴화가 심각해지는 현상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최근 극우의 부상, 민주주의 위기 등 한국의 정치 상황을 이해하는 열쇠 말로도 주목받고 있다.

먼저 성장기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과 ‘뇌 썩음’ 문제를 들여다보자. 스마트폰을 가지고 아동기를 보낸 아이들은 중독으로 뇌 회로에 심상치 않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기쁨의 감각을 지배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를 위해 뇌가 스마트폰으로부터 더 많은 자극을 원하면서 중독 위험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서사가 없는 짧은 숏폼 콘텐츠에 노출된 아이들이 긴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점은 여러 데이터로 확인된다. 국제학업성취도(PISA) 지표에서 한국 학생들의 읽기 분야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2009년 5.8%에서 2022년 14.7%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또한 친구와의 교감을 통해 사회성을 키우는 대신 숏폼에 시간을 뺏겨 관계의 맥락, 감정의 맥락을 읽지 못하는 경우가 늘면서 스마트폰 과의존, 사회성 악화, 과의존 심화의 악순환에 갇힐 위험성도 크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과 ‘뇌 썩음’이 세계 각국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자 아동기 스마트폰과 SNS를 금지하는 강력한 규제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뇌 썩음은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인, 심지어 정치 리더들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허위 정보에 기반한 각종 음모론이 일부 유튜브를 통해 급속히 확산하고 신봉자도 늘고 있다.

뇌 썩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 인지의 특성과 이를 이용해 이윤을 추구하는 플랫폼 기업의 수익 모델을 동시에 봐야 한다. 인간은 인지능력의 한계로 진실을 전부 파악하기 어렵고 인지 과정에서 자원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특성으로 인해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오랜 기간 생존을 위해 내 편과 적을 명확히 구분하는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이런 인간의 인지적 한계는 SNS를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 그 핵심에 알고리즘이 있다.

플랫폼 기업은 인간의 인지적 특성을 활용해 플랫폼에 최대한 오래 묶어두려고 하는 ‘관심경제 모델’을 구축했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는 “실리콘밸리 천재들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연구”하고 우리는 집중력을 대가로 SNS를 무료로 사용하며 중독에 이른다고 비판한다. 플랫폼 기업이 알고리즘 기술로 우리의 주의력을 약탈해 가고 집중력 위기가 심해지면 민주주의에도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미디어 사회학자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제이넵 투펙치는 “플랫폼의 수익 모델은 민주적 논의보다 화제성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주요 문제에 대해 충분히 숙의해서 결정하는 과정이 중심이 될 때 견고해질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집중할 수 있는 시민의 능력이 필수적이다. 집중력이 결여된 사람들이 많을수록 권위주의적 해결책에 쉽게 이끌릴 가능성이 높다.
결국 대안은 문해력 강화, 즉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위해 시민 교육을 강화하는 것으로 모인다. 이는 개인 차원의 노력과 함께 가야 한다. 요한 하리는 디지털 디톡스, 즉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끊임없는 알림과 정보의 홍수는 주의력 분산을 가져오기 때문에 충분한 수면, 독서, 명상 등을 통해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독서는 매우 중요한데, 주의력을 높이도록 훈련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촉진해 건강한 시민, 좋은 사회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알고리즘 규제도 매우 중요하다. 트위터의 공동창업자 에번 윌리엄스는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지금처럼 관심이 아닌 가치와 선행에 보상하도록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유발 하라리는 알고리즘으로부터 민주주의의 자정 기능, 투명성, 책임성을 지키기 위해 ‘설명을 요구할 권리’를 도입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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