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가 가장 빠른 속도로 전달되며,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 속에 우리는 살아간다.”
정보를 중심으로 인류의 굵직굵직한 역사를 다룬 『뉴욕타임스』 과학기자 출신 제임스 글릭의 책 『인포메이션』에는 위와 같은 문장이 나온다. 이처럼 인류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디지털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한편 미국 워싱턴대 데이비드 레비 교수는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기기와 멀티태스킹의 자극에 익숙해지면서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정보에만 반응하는 현대인의 뇌를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라 표현한 바 있다.
뇌는 외부로부터 입력된 정보를 처리하고 출력하는 일종의 정보처리 기관이다. 뇌의 기본적인 구조와 기능은 변하지 않았는데 수렵·농경·산업·정보화 사회를 거치면서 정보의 양은 급증했다. 즉 정보 자체가 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쏟아지는 정보가 뇌로 유입되면서 지금 나의 선택이 주체적 자아가 내린 선택인지, 아니면 뇌 속 정보가 나로 하여금 선택하게 한 것인지 혼란스럽다. 이처럼 정보 종속성이 커져가는 시대에 ‘나’를 잃어버린 뇌는 과연 어떻게 될까.
인간의 뇌는 하드웨어가 고정된 컴퓨터와 달리 정보처리 과정에서 하드웨어인 뇌 신경망이 변한다. 선택의 주체성을 상실하게 되는 중독 증상에서 뇌 하드웨어 변화의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중앙대병원 한덕현 교수팀이 프로게이머와 게임 중독자의 뇌를 MRI로 비교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프로게이머의 뇌는 게임 중독자보다 대상피질이 커져 있었다. 반면 중독자의 대상피질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았고 도파민 신경 물질이 분비되는 부위가 커져 있었다.
대상피질은 뇌의 바깥쪽에 있는 대뇌피질과 아래 대뇌변연계 사이에 자리 잡고 있고,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신경다발인 뇌량 주위를 옷의 깃처럼 감싸고 있다. 또한 전측 대상피질은 전두엽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주의 통제나 감정 조절, 운동 통제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측 대상피질이 손상되면 무감동, 부주의, 정서 불안이나 성격 변화 같은 다양한 정서적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즉 같은 게임을 해도 프로게이머는 통제력을 갖고 게임을 훈련 대상으로 삼지만, 중독자는 맹목적인 쾌락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2024년의 단어로 선정한 ‘뇌 썩음(brain rot)’ 현상은 주체성 상실이 본질인 중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독 현상을 이해할 때 자주 얘기되는 것이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의 하나로 도파민이 많이 분비될 때 쾌감이라는 보상이 생겨난다. 그러나 도파민이 과다 분비돼 뇌가 도파민에 내성이 생기면 무엇을 해도 금세 질리고 쉽게 귀찮아지며,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SNS를 통해 손쉽게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오늘날 ‘정보 중독’은 술이나 마약 중독보다도 더 큰 위험성을 갖는다.
이 같은 뇌 구조와 그 기능 변화보다 위험한 것은 ‘나’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반복 입력과 몰입 경험을 통해 변한다. ‘나’라는 기제가 약해진 채 정보가 반복 입력되면 뇌에서는 ‘집착’ 상태가 형성되고, 집착이 반복되면 결국 중독으로 이어진다.
정보화 시대가 인간 뇌 속 정보처리 방식에 미친 변화 중 중요한 부분은 신체 활동이나 사람 사이의 정서적 교류 대신 스크린을 통한 정보 입력과 신경망의 패턴화가 강화된 것이다. 이른바 ‘무의식적 습관’이 형성되고 있다. 우리는 유튜브에서 숏폼을 보거나 SNS를 할 때 특별한 노력을 들이지 않는다. 그런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익숙해지면 뇌는 나도 모르게 ‘뇌 썩음’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를 잃어버린 그 자리에 ‘정보’가 주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