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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대신 나를 좋아하기로 했다
김재웅 와이즈넛 AIDX개발팀 개발자 2025년 04월호
코로나 시절, 나는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SNS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메시지나 댓글을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일이 즐거웠다. 화면 너머의 사람들과 나누는 짧은 대화로 외로움을 잊었고, 마치 오래갈 인연이라도 얻은 듯한 행복감을 느꼈다.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SNS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었다. 가족과 함께 떠난 소중한 여행에서도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들어 게시물을 확인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여행지의 풍경과 공기를 온전히 느끼는 시간뿐 아니라 가족과의 대화마저 점점 줄어들었다. 모두가 어렵게 시간을 내어 온 여행지에서 오직 그 순간, 그 장소에서만 남길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을 제대로 간직하지 못한 채 내 마음은 SNS 속 세상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SNS는 즐거움보다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가 돼버렸다. 24시간 공개됐다 사라지는 게시물인 ‘스토리’를 올리고 나면 누가 봤는지 확인하곤 했다. 누군가 내 게시물을 보지 않은 것을 알게 되면 ‘왜 보지 않았을까?’ 하며 걱정에 빠졌다. 또한 무심코 화면을 내리다 보면 나 없이 다른 친구들끼리 만나 즐겁게 놀고 있는 게시물이 보이기도 했다. 그럴 때면 ‘왜 내겐 연락하지 않았을까?’ 하는 서운함과 미움이 마음속에서 자라났다. 이런 생각들로 소중한 시간과 감정을 허비하며 눈앞에 놓인 일들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서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그런 걱정들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깨닫곤 했다.

결국 2023년 6월,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시작하면서 SNS를 삭제하기로 결심했다. 중요한 시기였는데도 핸드폰 알림 소리에 습관적으로 반응하며 해야 할 일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타인의 행복한 모습과 나를 비교하며 점점 우울감을 느끼고 있었다. 당시 내 유튜브 검색 기록은 ‘우울증’, ‘마음 다스리는 법’ 같은 정신 건강 관련 주제로 가득했다. 더 이상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해 SNS를 지웠다.

SNS를 삭제한 후 일상은 이전보다 차분하고 여유로워졌다. 가장 먼저 달라진 건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습관적으로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대신, 창밖의 풍경과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게 됐다. 덕분에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깊이 고민할 수 있게 됐다.

글을 읽는 태도도 변했다. 과거에는 긴 글을 읽을 때 쉽게 지루해했다. 하지만 이제는 긴 글을 읽으며 그 속에 담긴 의미와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곤 한다. 빠르고 자극적인 도파민만을 좇던 습관에서 벗어난 덕분이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과거의 나는 나 없이도 즐겁게 노는 친구들을 보며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하곤 했다. 그러나 SNS를 삭제한 이후부터는 그런 감정 소모에서 자유로워졌다. 결국 직접 만나 나누는 대화와 함께 보내는 시간만이 진정한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SNS는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하지만 나는 SNS를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았다. SNS를 삭제한 지금의 나는 이전보다 더 행복하고 정신적으로도 더욱 건강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나도 끊고 싶은데···. 삭제하면 너무 심심할 것 같아.” 하지만 어쩌면 SNS가 차지하던 그 시간과 공간에는 더 의미 있고 즐거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SNS라는 세계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 머물고 빠져들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공간이다. 이 점을 항상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고, 한 번쯤 SNS가 없는 삶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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