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생태계는 플랫폼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 확인되듯이 플랫폼 사업자는 소비자, 기업, 중개자, 판매자를 다면적으로 연결하며 시장 지배력을 비약적으로 높이고 있다. 아울러 플랫폼은 공감각적 콘텐츠와 알고리즘에 기반한 동영상을 활성화해 대중의 소통 방식에서도 큰 변화를 이끌고 있다.
플랫폼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은 두 가지 효과를 통해 확장된다. 첫 번째는 어떤 사람의 이용이 다른 사람의 이용을 촉진해 사용자 수에 비례해 플랫폼의 가치가 상승하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다. 둘째는 이 과정을 통해 특정 플랫폼의 이용이 증대되고 독과점이 강화되며 다른 플랫폼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게 되는 잠금효과(lock-in effect)다. 알고리즘은 두 효과를 이끄는 플랫폼의 기술적 자원이다. 이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는 사회규범과 시장윤리에 대한 책무성을 부여받는다. 즉 독과점 등 플랫폼으로부터 파생되는 역기능의 해소라는 명목과 이윤추구에 대한 반대급부로 제도적 규율이 허용된다. 특히 글로벌 플랫폼은 초국적 행위자로 활동하기 때문에 개별 국가는 물론 국제기구나 EU 같은 지역블록의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EU의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과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은 글로벌 플랫폼에 적용되는 가장 강력한 규제다. 요약하면 「디지털시장법」은 시장에서 중대한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키퍼 플랫폼(gatekeeper platform)’으로 규정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불공정 경쟁을 제어한다. 이는 공정한 시장경쟁을 담보하기 위한 일종의 사전규제 방식에 해당한다.
「디지털서비스법」은 「EU 기본권 헌장(Charter of Fundamental Rights of the European Union)」의 권리를 수호하는 내용규제 제도다. 「EU 기본권 헌장」에는 인간의 존엄을 비롯한 표현·정보의 자유 및 개인정보 보호와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보편적 기본권이 포함돼 있다. 「디지털서비스법」은 EU 집행위가 규제 권한을 행사하는 대상으로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달리 미국은 연방법 차원의 행정명령(Executive Order) 방식으로 플랫폼을 규제하고 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 첫째, 미국 기업이 글로벌 플랫폼 생태계를 독식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입법규제에 소극적이다. 둘째, 역사적으로 미국은 수정헌법 제1조인 표현의 자유를 강하게 옹호해 왔기 때문에 헌법 가치에 위배되는 입법에 대단히 논쟁적이다. 따라서 연방 차원에서 실효성을 담보한 플랫폼 내용규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한국의 플랫폼 규제는 상호주의(EU)와 보호주의(미국)의 기로에 서 있다. 가령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국내 기업을 역차별한다는 이유로 산업계가 강력하게 반대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자율규제 흐름이 강화됐지만 독과점 플랫폼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에 관한 기업의 반발과 미국의 견제가 뒤따랐다. 그 결과 21대 국회에서 22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입법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플랫폼 규제의 핵심인 알고리즘 이슈는 우리 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이는 플랫폼 규제의 본질이 상호주의와 보호주의의 글로벌 균열 구조 속에서 국가, 시장, 이용자의 이익과 이해를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데 있음을 알려준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공세적인 탈세계화 보호무역주의 기조에서 동맹 관계를 고려한 국가전략 차원의 플랫폼 규제 입법 필요성이 제기된다. 동시에 국민기본권 보호와 보편적 국제규범의 실현을 입법 준거로 삼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요컨대 행정규제와 자율규제의 양립이 규제정책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