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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독점에서 노골적 독점으로
백욱인 서울과기대 명예교수 2025년 05월호

거대 플랫폼 기업은 검색서비스로부터 출발해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를 거쳐 챗GPT의 생성형 AI에 이르기까지 이용자를 포획해 자신의 플랫폼 안에 머무르게 했다. AI서비스가 새로움을 내걸고 있지만 거대 독점 기업 주도로 이뤄지는 플랫폼 기반 서비스임에는 변화가 없는 것이다.

최근 “내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만들어줘”가 인기를 끌면서 챗GPT 월간 이용자 수(MAU)가 전월 대비 30% 늘어 가입자가 5억 명을 돌파했다. 오픈AI 최고경영자인 샘 올트먼은 쇄도하는 이미지 생성 요청에 “GPU가 녹아내리고 있다”며 만족해한다. 짧은 시간에 너도나도 자신의 사진을 지브리 만화 스타일로 바꾸고 이를 서로 공유하는 사태는 플랫폼서비스의 네트워크 효과가 독점을 만드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그들은 플랫폼을 무료로 이용하도록 하고 새로운 이용자를 유입시켜 이용자의 서비스 의존성을 높인 뒤, 다양한 방식을 통해 상업화한다. 이런 순환을 거쳐 이용자들의 경로의존성은 더 커지고 플랫폼 독점은 더 강화된다.

그런데 이용자가 넘긴 개인의 사진 이미지와 데이터 중 일부는 고스란히 독점 플랫폼으로 넘어가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데이터 세트가 된다. 예를 들어 구글은 검색 알고리즘인 페이지랭크(PageRank)를 통해 실시간으로 쌓이는 이용자의 검색 결과를 자체적으로 축적·가공해 부가서비스에 활용했다. 이는 최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의 빙(Bing)과 같은 검색엔진이 AI를 연동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까지 이어진다. 플랫폼 기업이 이용자 활동 결과물을 흡수하고,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자를 추적해 최적화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셈이다. 게다가 이용자가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콘텐츠를 생산할 때 독점 플랫폼은 이용자의 활동 데이터와 자발적으로 올린 정보를 마음대로 활용한다.

독점 플랫폼 기업은 개인 이용자뿐만 아니라 창작자들의 저작권 역시 침해할 수 있다. 공들여 축적한 지브리 스타일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작가는 황망한 처지에 놓였다. 지브리의 창립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AI 기술에 대해 ‘삶에 대한 모독’이라며 “이 기술을 내 작업에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이런 입장은 온당하지만 이런 부정적 입장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플랫폼 독점의 손아귀에 갇히지 않으면서 이를 지혜롭게 이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용자들 각자가 플랫폼 기업에 휘둘리지 않을 방법을 모색하고 자신만의 이용법을 개발함과 동시에 이런 독점체제가 갖는 문제들에 사회적으로도 엄밀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생성형 AI의 달콤하고 재밌는 서비스에 이용자가 열광하는 동안 눈에 드러나지 않게 무서운 미래를 만들고 있는 AI의 숨겨진 미래는 따로 있다. 1990년대 말 닷컴버블 직전 페이팔(PayPal)을 설립한 창업가이자 벤처 자본가인 피터 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의장은 경쟁이 아니라 독점을 노골적으로 옹호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 『제로 투 원』에서 진보의 원동력이 독점이라는 과감한 주장을 펼친다. 경쟁은 단순히 상대방을 따라가는 것이고, 신기술국가주의자들은 기존 플랫폼 기업이 소프트웨어 기술을 소셜미디어나 일상적 재미, 사소한 서비스에만 활용해 AI 기술을 국가적 패권으로 연결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이들이 추구하는 AI 기술이 군사와 방위산업 및 정부 기관 데이터와 결합해 본격적인 통제를 시행할 때가 되면 지브리 이미지를 만들면서 즐거워했던 과거가 그리워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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