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에서는 대선 기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트위터 팔로워들의 분포를 각각 분석했다. 양 후보 지지자들은 서로 소통이 없는 두 개의 극을 형성하고 있었고, 특히 트럼프 후보 팔로워들이 결속력 강한 덩어리로 뭉쳐 있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만든 강력한 네트워크에서는 “교황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와 같은 허위정보가 진실한 뉴스로 유통됐다.
허위정보가 확산되는 것은 소셜미디어 때문만은 아니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그를 지지하는 ‘가짜뉴스(fake news)’가 어디서 만들어졌는가를 추적하던 BBC 취재진이 다다른 곳은 미국 내 지역이 아니라 북마케도니아의 작은 도시였다. 취재에 응한 열아홉 살의 대학생은 “미국인들은 우리 얘기를 좋아하고, 우린 그걸로 돈을 벌죠”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미국의 우파 사이트에서 만들어진 조작된 이야기를 적당히 짜깁기해 페이스북에 올리면 ‘좋아요’와 ‘공유’가 일어나고 광고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허위정보로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로 인해 사회가 치러야 하는 비용은 막대하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는 동안, 의료진은 바이러스만이 아니라 ‘백신 주사를 통해 인체에 감시용 칩을 심으려 한다’는 음모론과 싸워야 했다. 부정선거가 치러졌다고 믿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계엄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치른 사회경제적 손실은 현재로서는 추산조차도 쉽지 않을 듯하다.
정치적 목적 때문이든, 돈이 돼서든, 허위정보가 끊임없이 만들어진다면 대응할 방법은 무엇일까. 생성형 AI가 팩트체크를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출처 없이도 그럴듯한 정보를 생성하는 환각(hallucination)을 일으키고, 오직 입력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하기 때문에 입력되지 않은 실시간 뉴스나 최근 발언은 반영하지 못한다. 인간의 최종적인 검증 없이 AI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팩트체크는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진보 정부도 보수 정부도 ‘가짜뉴스 척결’을 외쳤지만,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허위정보 억지 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한국 사회의 정보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파적 이해를 초월한 허위정보 실태조사 분석, AI활용을 포함해 억지 대책에 관한 연구개발이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플랫폼 기업도 영향력만큼의 책임을 져야 한다. 자칫하면 플랫폼 기업들이 공권력을 대신해 ‘사적 검열’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허위정보를 막기 위해 플랫폼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언론은 본업인 진실 추구를 더욱 철저히 수행해 사실에 근거한 정보가 유통되게 하고 시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진실 추구에는 비용과 시간이 든다. 그러나 이렇게 공들인 기사들은 맥락 없는 속보나 가십거리보다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정부가 보도 내용에는 간섭하지 않되 양질의 언론을 살리기 위해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궁극적으로 허위정보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주체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건강한 회의, 나와 입장이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이라도 사실일 경우 인정하는 관용을 갖춘 시민들이 많아질 때만 공론장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민주사회의 시민들이 갖춰야 할 소양을 기르는 평생 교육으로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