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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이제는 국가 전략으로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2025년 06월호
우리는 지금 전례 없는 정보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정보 유통의 속도와 범위를 비약적으로 확장한 소셜미디어가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은 단순히 플랫폼을 넘어 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주도하며 우리의 인식 방식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강력한 매체 환경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관심을 바탕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고, 이는 확증편향을 강화해 시민을 각자의 정보 세계에 고립시킨다. 클릭 수 경쟁에 내몰린 언론사들은 자극적인 기사를 양산하고,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이를 우선 노출한다. 상업 논리와 기술 구조가 맞물리며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시민의 의식과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 분열과 극단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식별하는 것을 넘어 누가, 왜, 어떤 맥락에서 정보를 생산·유통하는지 분석하는 시민적 사고 훈련이다. 다시 말해 시민이 자신의 미디어 사용을 성찰하도록 돕는 교육을 의미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국내에서도 오래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1980년대 시민사회에서 시작된 교육은 교사들의 자발적 실천으로 학교 현장에 확산됐지만 공교육에서 실효성은 여전히 떨어진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디지털 소양’이 핵심 역량에 포함되고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성취 기준도 확대됐으나 실제 교육은 여전히 비교과 활동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정책적 목표와 전략적 합의의 부재는 국내 미디어 교육의 구조적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이 지향해야 할 핵심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 이를 실행할 전담 기구나 제도적 틀도 미비하다. 그 결과 교육은 디지털기기 활용, 중독 예방 등 기능 중심에 치우쳐 있으며 비판적 사고와 시민성 함양이라는 본질적 목적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반면 해외 주요 국가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시민의 핵심 역량으로 인식하고 국가 정책 차원에서 체계적 교육 전략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교육부 산하 미디어 교육 전담기구 클레미(CLEMI)를 중심으로 교사 연수, 수업 자료 보급, 언론사 협업 프로그램 등의 사업을 시행한다. 매년 열리는 ‘학교 미디어 주간’은 프랑스 대부분의 학교가 참여하는 행사로 학생들이 표현의 자유와저널리즘 윤리 등을 실천적으로 체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핀란드는 교육문화부 주도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전 교과에 통합하고, 학교·도서관·시민단체·언론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협력 구조속에서 교육을 실시한다. 학생들은 초등교육 단계부터 기술 활용과 비판적 사고를 함께 학습하고, 교사들은 이에 맞는 수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연수와 지원을 받는다. 이처럼 정책 목표, 실행 전략, 다양한 교육 주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는 핀란드를 세계 최고 수준의 미디어 리터러시 국가로 만든 원동력이다.

이러한 해외 사례는 한국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정보 민주주의’ 시대에 부합하는 핵심 시민 역량으로 재정립돼야 하며, 명확한 국가 정책 수립과 체계적 이행이 필요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법·제도 기반 마련, 전담 기구 설립, 교사 양성체계 구축, 시민사회와 언론의 협력 등 다층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략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진실 그 자체가 아니라, 진실을 판별할 수 있는 시민의 역량에 의해 유지된다. 알고리즘과 상업적 이해가 얽힌 정보 환경 속에서 시민은 더 이상 무비판적 소비자로 남아선 안 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시민을 능동적이고 성찰적인 정보 주체로 길러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교육 수단이며, 민주주의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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