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Now
“1등이 독식하는 AI 시대…AI는 늦었지만 AX는 앞서가야”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전 중소기업청장 2025년 09월호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전 중소기업청장)

광복 후 지난 80년 동안 우리는 산업전환을 통해 여러 위기를 극복해 왔다. 어떤 사례가 가장 기억에 남는지.
많은 사람이 공감하듯 1997년 IMF 외환위기다. 당시 위기 극복 과정에서 김대중 정부는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고 했다. 우리는 그간 일본, 미국, 유럽 등을 추격하는 경제모델이었다. 새로운 변화에 ‘퍼스트무버’로 대응하지 않았다면 그저 선진국만 따라가는 데 그쳤을 것이다. 21세기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는데도 여전히 아날로그 강자로 안주하고 있던 일본과 달리 우리는 ICT 통신망을 전국에 구축하는 등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했다. 이는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됐다.

외환위기 당시에 대우그룹에 있었다고 들었다.
1980년부터 20년간 대우그룹에서 근무했다. 외환위기 직전에는 대우전자가 프랑스 최고의 전자회사 톰슨 멀티미디어를 인수하는 일을 담당했다. 대우그룹 세계화 과정의 일환이었다. 예상을 뒤엎고 인수자로 결정됐지만, 프랑스의 자존심을 무명의 한국 기업에 팔 수 없다는 시위가 샹젤리제 거리 등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바람에 결국 인수가 무산됐다. 외환위기 이후 기획본부장을 맡아 대규모 외자 유치에 성공하기 직전 대우그룹의 워크아웃으로 중단됐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대우가 톰슨 인수에 성공했다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 워크아웃 양상이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게다가 외환위기 당시는 원·달러 환율이 2천 원에 달하는 등 수출 중심 사업 구조의 계열사가 많았던 대우그룹에 유리한 환경이었다. 결국 대우그룹은 해체됐지만 당시 경쟁력 있었던 대부분의 계열사들은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포스코인터내셔널(구 대우인터내셔널) 등 주인만 바뀌어 여전히 잘나가고 있다. 

미래의 대한민국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대안으로 디지털 전환이 떠오르는데 그 개념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디지털 전환(DX)은 연결성·데이터·AI라는 세 가지 요소가 있는데, 결국 사물, 서비스 등을 연결해 데이터를 모으고 AI가 집적된 대규모의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다고 DX가 아니다. 산업 부문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요즘은 AI 전환(AX)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AX는 DX의 일부 내지 연장선이라고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AI 경쟁력은 어떤가?
지금 전 세계 6위 수준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미중과 함께 AI 3대 강국의 역량을 갖추는 걸 목표로 하고 있지만 중요한 건 디지털 세계나 AI 세계는 1등이 산업을 독식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정보화 시대를 선점한 것처럼 AI는 늦었지만 AX는 앞서가는 전략으로 공략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본다. 특히 주력 및 첨단 제조산업에 AI를 잘 접목하는 AX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우리나라처럼 반도체, 자동차, 조선, 기계·항공 등 A부터 Z까지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 강점인 국가는 전 세계에 몇 없다. 미국은 해외 제조업에 의존해 데이터가 취약하고 독일, 일본도 반도체, 조선, 배터리 등은 우리보다 약하다.

우리가 AX 최강국이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AI 모델·인프라, 산업 데이터, 도메인 노하우 3박자를 잘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의 강점은 양질의 산업 데이터뿐만 아니라 그 산업만의 설계·공정 등 전문 노하우를 보유했다는 거다. 특히 이런 암묵지, 전문 노하우를 AI가 학습해 형식지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 산업 AX에서는 GPU 확보나 LLM 개발 등 AI 분야에서 꼭 100점이 아니어도 된다. 소형언어모델(sLLM)을 기반으로 자동차 AX 등 특정 산업에 초점을 맞춘 버티컬 AI에 집중하면 AI 역량 점수가 80점이어도 특정 AX에서는 우위에 설 수 있다. 미국은 AI가 100점이지만 각 산업의 데이터가 부족하다. 중국은 우리보다 AI 인프라가 많고 산업별 데이터는 풍부하지만, 산업 노하우 부문에서는 우리가 앞서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그 틈새를 노릴 수 있다.

버티컬 AI 부문에서는 후발주자인 우리도 승산이 있다는 건데,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DX 적용 시기도 늦고 AX에 꼭 필요한 데이터와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유럽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다. 유럽은 제조 데이터 공유생태계 구축을 위해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2019년부터 제조업, 농업, 행정, 에너지 등 광범위한 분야의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가이아-X’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산업별 데이터 표준화 생태계도 조성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제조업 전반의 데이터 허브인 메뉴팩처링-X’, 자동차산업에 특화된 ‘카테나(catena)-X’, 화학·바이오산업 전문의 ‘켐(chem)-X’ 등의 플랫폼을 구축했다. 또 독일 중소기업들은 CoE(Center of Excellence)라는 일종의 지역별 역량지원센터를 중심으로 AX 교육, 데이터 축적, 연구, 모범사례 공유 등을 위한 클러스터를 형성해 공동 대응하고 있다.

유럽 사례에서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무엇일까.
어떤 목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할지를 먼저 설정한 뒤 그 목적에 따라 산업별 특화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는 목적 설정 이전에 데이터 댐, 데이터 레이크 사업 등 방대한 데이터를 모으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독일 CoE처럼 지역별 테크노파크·스마트제조혁신센터 등 산업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할 인프라는 있지만 AX를 위한 노력은 아직 부족하다. AX를 잘하려면 결국은 기업이 모여 AX의 목적을 명확히 설정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노하우를 학습·적용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성공 사례들을 다시 공유하고 다시 데이터를 축적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데이터 표준화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 유럽과 협력하는 방안도 모색해 볼 만하다.

AI 인재 확보가 정말 중요한데, 우리는 ‘의대 쏠림’ 현상이 심하다.
중국은 의대보다 공대 출신이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우수 인재들이 공대에 많이 간다. 미국 의사 역시 고연봉이지만 실리콘밸리 엔지니어 연봉이 더 높다. 결국 의대 열풍이 꺾이려면 의사에 버금가는 연봉을 받는 과학기술 분야 직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또 최근 국내 AI 인재가 해외로 나가는 ‘두뇌 유출’ 우려가 많은데 단기적 대책도 필요하나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측면도 있을 수 있다. 중국이 미국을 쫓아가는 가장 큰 원동력은 미국에서 AI를 공부하고 중국으로 돌아오고 있는 인재들이다. 우리나라도 해외로 간 인재들이 선진지에서 배운 것들로 언젠가 한국에 기여한다면 보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인위적으로 못 나가게 막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 해외로 갈 사람은 가고 국내에서는 우수 인재들이 의대를 가더라도 의료·바이오 스타트업 등과 연계해 여러 갈래에서 성공 사례가 나오도록 지원해야 한다.

미래는 피지컬 AI 시대가 된다는데, 국내외 상황을 진단한다면?
피지컬 AI 시대는 대표적으로 로봇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로봇 개발 분야에 ‘모라벡의 역설’이란 말이 있다. 로봇에겐 논리계산은 쉽지만 감각, 운동처럼 사람이 쉽게 하는 기능은 오히려 어려워 사람에 준하는 로봇을 만들기 힘들다는 의미다. 로봇을 만들더라도 기능이 한정된 저가 로봇이나 다기능의 고가 로봇은 시장성이 없었다. 하지만 AI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그 ‘벽’들이 무너졌다. 중국의 유니트리는 고성능 로봇을 약 800만 원에 출시했고 미국의 테슬라, 보스톤 다이나믹스 등 쟁쟁한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한국은 산업용 AI 로봇 분야는 발달했지만 서비스용 로봇 같은 경우는 아직 약하다. 기술 측면에서는 미국에, 가격에서는 중국에 밀리는 샌드위치 상황이다. 우리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범용이 아닌 산업용 AI 로봇 중 특정 분야의 제조로봇 부문을 강화해 전략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향후 피지컬 AI 시대에 앞서가기 위해 집중해야 할 부분은?
피지컬 AI 승부처는 초저전력 반도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력 소모가 심해 하루에 두 번 충전해야 하는 로봇보다는 초저전력으로 이틀에 한 번 충전하는 로봇이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따라서 AI 학습에 활용된 고전력 반도체 GPU보다는 AI 추론에 특화된 초저전력 반도체 신경처리장치(NPU)가 로봇에 더 적합하다. 최근 메타가 8억 달러(약 1조2천억 원)에 인수하려 했던 퓨리오사AI, 사피온과 합병한 리벨리온 등 우리나라 대표 NPU 기업의 현재 타깃은 데이터센터와 AI 에이전트 등 클라우드 분야에 최적화된 고성능·저전력 NPU다. 앞으로 피지컬 AI에 적합한 NPU 등 초저전력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면 우리도 승산이 있다. 
오성록 『나라경제』 기자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