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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공통의 문제 응시하며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한국 문학
신지영 『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 『전생부터 가족』 작가 2025년 11월호
문학은 인간의 행동을 추동하는 현실의 근본적인 모순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장르다. 마사 누스바움의 말대로 숫자나 도표로 환원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성을 탐구하는 것은 정치경제학이 도달할 수 없는 문학의 영역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국 문학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물론 노벨상 수상 이전에도 한국 문학은 세계 문학의 주요 일원으로 호명되고 있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부커상을 수상한 이후 정보라의 『저주토끼』,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 천명관의 『고래』,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 등이 차례로 부커상 후보에 오르고, 더불어 김혜순의 『죽음의 자서전』, 김이듬의 『히스테리아』 등 시집이 독일, 영국, 캐나다, 미국 등에서 권위 있는 문학상을 받은 것이 그 방증이다. 이 외에도 김영하, 손원평, 조남주, 윤고은 등의 작품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물의 행위 기저의 사회구조적 모순에 질문 제기하는 
도전적 작품이 해외에서 주목받아 


흥미로운 건 해외에 소개된 상당수 한국 문학이 일정한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같이 고유성을 가진 개별적 인간의 서사에 동시대의 주요한 의제들을 결합해 인간의 본질에 대한 물음과 함께 인물의 행위를 유인하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다. 

SF, 추리소설 등 이른바 흥미 본위의 장르문학에 해당하는 작품에도 자본이나 권력구조에 상존하는 착취와 억압의 본질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소재 측면에서도 퀴어, 여성, 장애, 이주민, 지역 등 사회적 표준에서 배제된 소수자의 삶을 재현하며 문학장(한 사회에서 문학 작품의 생산, 평가 등을 둘러싸고 헤게모니 투쟁이 벌어지는 사회문화적 공간)을 비롯해 세계의 기본값으로 자리 잡은 다수자의 지배담론에 균열을 가져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요컨대 세계인이 주목하는 한국 문학 작품들은 단순히 흥미 위주의 서사를 넘어 사회 변화에 실천적으로 개입한다. 이를 염두에 둔다면 향후 세계인들이 관심을 가질 국내 문학 작품들을 유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주목받는 작품들은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구축한 중견작가들의 역사소설이다. 식민, 전쟁, 민간인 학살, 민주화 항쟁 등 한국 역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사건에 연루돼 운명이 바뀐 개인의 서사를 다루고 있다. 방현석의 『범도』는 일제강점기 한국 사회의 복잡한 역사적 맥락을 기저에 두고 항일 무장투쟁에 나선 사람들을 조망한다. 이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홍범도를 주인공으로 삼지만, 소설은 그에 대한 영웅적 묘사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투쟁에 함께했지만 이름을 남기지 못한 사람들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13년에 걸쳐 집필하며 만주 현지답사를 다녀오는 등 철저한 고증을 거친 작품이다. 

한국 민중문학의 대표 작가인 현기영의 작품 『제주도우다』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미군정을 거쳐 제주 4.3사건에 이르기까지 제주도의 방대한 역사를 풀어낸 역작이다.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가는 개개인의 이야기를 다양한 시각에서 재조명하고 있으며,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제주도의 비극으로부터 인간이 되기 위한 조건에 대해 묻는다.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한국전쟁을 거치며 좌우 이념 대립이 한 개인과 그의 주변 인물에 미치는 영향과 인물 간 갈등이 치유되는 과정을 흡입력 있는 문체로 구현한다. 전직 빨치산이자 사회주의자였던 아버지의 삶을 부인하던 딸이 아버지의 장례식을 거치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그의 삶을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입체성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이 외에도 일제강점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윤정모의 『그곳에 엄마가 있었어』와 김숨의 『간단후쿠』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새로운 도시의 풍경을 그리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다. 박솔뫼의 단편집 『그럼 무얼 부르지』는 기성세대와 불화하는 청년세대의 모습을 담았다. 기성세대에게 광주는 1980년 5월 민주화운동의 기억이 지배하는 도시이며, 광주의 지역성은 5월의 기억을 배제하는 것이 암묵적으로 금기시돼 있다. 하지만 이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청년세대에게 광주의 기억은 장막을 사이에 둔 것처럼 흐릿하다. 박솔뫼의 작품은 동일한 사건을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 세대 간 차이를 부각하며 고유의 기억과 언어를 가지고 싶어 하는 새로운 세대의 욕망을 서술한다.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은 수도권 인근의 신도시를 배경으로 IT산업에 종사하는 직장인의 현실을 그린 소설이다. 자연스럽게 인적 구성이 혼재된 다른 도시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지역 특색을 유쾌하면서 페이소스가 담긴 문장으로 재현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고학력이지만 노동시장에서 경험하는 위계와 착취의 구조는 변함이 없다는 사회적 메시지와도 연결된다는 점이다. 문동만의 시집 『구르는 잠』 또한 생존의 조건으로서 노동과 억압으로서 노동의 이중적 지위를 서정적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도시 이면의 가려진 그늘의 삶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만하다. 

장애인, 퀴어, 여성 등을 다루는 소수자문학은 여전히 한국 문학의 주된 주제다. 최의택은 선천성 근위축증으로 키보드를 누르기도 어렵다. 그의 소설집 『비인간』은 폐기 예정의 AI, 배터리가 방전된 로봇, 장애인 등 사회적 표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비존재들을 SF의 문법으로 호명한다. 나아가 장애를 극복의 대상이나 불편이 아닌 하나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제의식을 보여준다. 황시운은 사고로 후천적 장애를 가지게 된 작가다. 그의 소설집 『그래도, 아직은 봄밤』은 장애를 주요 주제로 다루는 동시에 장애인을 돌보는 주변인들의 고충과 사회의 무관심을 핍진하게 그려낸다. 또한 빈곤, 가정폭력, 청소년 성매매, 가출 패밀리, 고독사 등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이슈들을 냉정한 시선으로 묘사한다. 

하명희의 『고요는 어디 있나요』는 18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돼 있다. 서사와 콘텐츠의 분량이 점점 축소되는 최근의 경향에 따라 서사의 밀도 또한 흐릿해지는 경우들이 있지만, 그의 소설은 여전히 밀도를 잃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다. 주제 또한 소년범, 재래시장 상인, 농촌의 노인, 반지하 이웃, 노숙자 등 사회에 겨우 존재하는 사람들을 주요 인물로 다루며,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 



장애인, 여성 등 소외된 존재를 다양한 장르로 호명하고 
AI·기후위기 등 쟁점에도 흥미로운 서사와 철학적 사유로 응답


지구상에서 지금 가장 뜨거운 주제는 생성형 AI 그리고 인류세(Anthropocene; 인류가 지구 생태계에 미친 영향에 주목해 제안된 지질 시대 구분)와 기후변화 문제일 것이다. 한국 문학 역시 이에 대한 문학적 응답을 준비하고 있다. 

박금산의 소설 『AI가 쓴 소설』은 실직 상태인 소설가가 AI가 쓴 소설을 리뷰하는 일상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허구로 점철된 소설을 쓰는 능력을 AI가 획득했을 때, 다시 말해 인간을 속이는 능력을 갖출 때 AI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고 답한다. 최종천의 『인생은 짧고 기계는 영원하다』는 자동화가 가져올 노동해방의 미래를 믿고 있는 인류에게 보내는 진혼곡이며,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는 낙관에 경고를 보내는 시집이다. 나아가 자동화 시대가 도래해도 인간이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이유는 오히려 노동에 있다는 역설적인 결론을 철학적 사유로 보여준다.

김기창의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은 기후변화라는 상시적 재난 상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한국 최초의 클라이파이(Cli-Fi, 기후소설)다. 기후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현재와 가까운 미래 모습부터 조금은 먼 미래의 포스트 아포칼립스(대재앙 이후)까지, 기후변화의 다양한 양상을 통해 그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나아가 기후위기라는 온당하지만 일견 무의미한 말을 흥미로운 서사를 통해 감각적으로 이해시킨다. 

문학은 인간의 행동을 추동하는 현실의 근본적인 모순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장르다. 세계적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말대로 숫자나 도표로 환원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성을 탐구하는 것은 정치경제학이 도달할 수 없는 문학의 영역이다. 한국 문학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 문학이 세계인의 경의를 받을 수 있는 원동력은 단순한 판매 수익이 아니라 어려운 환경에도 끊임없이 인류 공통의 문제를 응시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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