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의 성공은 창의성과 기술 그리고 사회적 투자가 조화를 이루며 일궈낸 성과라 할 수 있다. 이제 그 지속 가능
성은 산업 생태계를 얼마나 안정적이고 탄탄하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앞으로의 정책은 단기적인 성과나
지원사업의 확대를 넘어 창작자가 자유롭게 도전하고 시장이 자율적인 역동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K콘텐츠의 성장은 이제 문화 현상을 넘어 우리 경제를 움직이는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게임과 음악, 방송과 영화, 만화와 지식정보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콘텐츠산업은 2021년 기준 매출액 137조 원, 부가가치액 53조 원, 수출액 124억 달러를 기록했다. 10여 년 전과 비교해 각각 2.3배, 1.8배, 3.9배 성장한 셈이다. 이제 콘텐츠산업은 통신·전자·자동차 같은 전통적인 주력 산업의 뒤를 잇는, 한국경제의 또 다른 성장엔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콘텐츠, 창의성-기술-네트워크-IP의 선순환 구조 위에서
성장했으나 구조적 과제도 여전
하지만 화려한 성장 이면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들도 남아 있다. 산업 내 불균형, 중소기업의 디지털 역량 부족, 저작권 침해 같은 구조적 문제가 그 예다. 이제 정부 정책도 단기적인 지원을 넘어, 산업 생태계의 기반을 다지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한층 더 세밀하게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
콘텐츠산업의 성장 과정을 들여다보면 세 가지 뚜렷한 변화가 눈에 띈다. 그중 첫 번째는 단연 ‘질적 도약’이다. 최근 2년간 넷플릭스 비영어권 콘텐츠 상위 100편 중 약 30%가 K콘텐츠로 집계될 만큼 한국 작품은 이제 글로벌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도 수상 횟수와 비율이 2010년대 이후 가파르게 늘었다. 단순히 작품 수가 많아진 것이 아니라, ‘잘 만든 이야기’의 힘으로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점이 K콘텐츠의 진정한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둘째는 ‘CPND 생태계’의 성장이다. CPND는 콘텐츠(Contents), 플랫폼(Platform), 네트워크(Network), 디바이스(Device)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하나의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고(콘텐츠), 이를 담는 그릇이 형성되며(플랫폼), 기술 인프라를 거쳐(네트워크), 소비자와 만나는 과정(디바이스)까지를 의미한다. 한 나라 산업 간 존재하는 상호 의존성을 계량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인 산업연관분석 결과, 2020년 콘텐츠산업의 자기산업 투입계수(특정 산업의 생산 활동에 필요한 중간재 중 해당 산업 자체에서 생산된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는 0.112로, 일반 제조업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하나의 콘텐츠가 웹툰에서 드라마로, 다시 게임과 캐릭터 상품으로 확장되는 ‘선순환 구조’를 보여준다.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이 생태계 덕분에 K콘텐츠는 한층 두터운 산업 기반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셋째는 지식재산권(IP)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파급력이다. 기업 단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콘텐츠기업이 보유한 IP가 한 건 늘어날 때 평균 매출은 4.1% 증가한다. 특히 IP 중 저작권만 보면 매출 증가폭이 무려 11.6%에 달한다. 단순히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는 차원을 넘어, IP가 기업의 성장과 산업 전체의 수익 구조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K콘텐츠의 성장은 ‘창의성-기술-네트워크-IP’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 위에서 유지되고 있다.
콘텐츠산업의 성장은 결국 ‘창작물의 가치를 얼마나 잘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저작권 보호체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2 콘텐츠산업백서」에 따르면 149개 지원 프로그램 중 27개가 저작권 관련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현행 정책이 일부 프로그램에 집중돼 있는 만큼 보다 폭넓고 유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모태펀드가 중소 제작사의 IP 확보를 지원하듯 저작권 보호 기능도 콘텐츠산업 전반의 지원체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 또한 불법 이용의 90% 이상이 온라인에서 발생하고 일부 해외 서버 기반 사이트가 단속을 회피하고 있는 만큼, 저작권 침해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K콘텐츠의 해외 확산과 함께 국외 저작권 침해 사례도 증가하고 있어 주요 수출국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해외 단속 및 수사 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결국 중소 콘텐츠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그들이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중요
디지털 제작과 온라인 유통이 빠르게 확산하는 오늘날의 환경에서 콘텐츠산업의 경쟁력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는 바로 ‘연결’이다. 거래 네트워크 범위가 넓을수록, 즉 더 많은 플랫폼과 협업 파트너를 확보할수록 기업의 성장 가능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중소 콘텐츠기업이 이러한 네트워크에 원활히 참여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중소 콘텐츠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 제작, 디지털 마케팅,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활용 등 실무 중심의 교육을 확대하고, 정책 지원의 성과를 주기적으로 점검·보완할 수 있는 평가체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국내 콘텐츠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과 콘텐츠산업 진흥 정책을 긴밀히 연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 전반의 스마트화 정책을 콘텐츠 분야로도 확장해 AI 기반 영상·음원 편집 도구, 클라우드 협업 시스템,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 등을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규모가 작은 기업들도 더욱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중소 콘텐츠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그들이 새로운 시장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돕는 일이 K콘텐츠의 다음 도약을 이끌 실질적이면서도 중요한 과제다.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액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2021년 기준 콘텐츠산업조사」 결과 여전히 전체의 약 70%가 중국·일본·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렇게 편중된 시장 구조는 지정학적 변화나 지역 경기 변동에 따른 위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아시아 중심의 수출을 넘어 북미와 유럽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보다 체계적인 권역별 맞춤형 진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제작 지원을 넘어 각 지역의 콘텐츠 소비 트렌드와 법·제도, 문화적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번역, 현지 마케팅, 규제 대응 등 전 과정을 포괄하는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콘텐츠를 중심으로 연관 산업과의 시너지를 높이는 전략도 중요하다. K콘텐츠와 연계된 캐릭터, 패션, 뷰티 상품 등이 해외시장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유통망을 확충하고, 온라인몰 입점이나 오프라인 매장 개설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콘텐츠가 다양한 산업의 해외 진출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K콘텐츠의 성공은 창의성과 기술 그리고 사회적 투자가 조화를 이루며 일궈낸 성과라 할 수 있다. 이제 그 지속 가능성은 산업 생태계를 얼마나 안정적이고 탄탄하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앞으로의 정책은 단기적인 성과나 지원사업의 확대를 넘어 창작자가 자유롭게 도전하고 시장이 자율적인 역동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반이 차근차근 마련돼 K콘텐츠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한국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