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별로 유사한 축제가 난립하는 현 구조를 그대로 두기보다는 국가 차원에서 소수의 브랜드형·전략형 축제 중심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그 외 축제는 지역 특성에 기반한 틈새형·생활형 축제로 차별화하는 정책 추진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역축제가 단기 소비를 끌어오는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인구감소 지역의 산업 구조와 정주 기반을 강화하는 중장기 정책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지방소멸이 가속화되는 지금, 산업 기반이 취약한 중·소규모 지자체는 전통적인 지역경제 정책만으로는 지역 활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특히 인구 2만~10만 명 수준의 농어촌 지역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기반이 약해 외부 방문객이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이런 구조적 한계 속에서 지역축제는 단순히 즐길거리 제공을 넘어 생활인구 증가와 소비 진작, 지역 브랜드 강화까지 이끌어내는 실질적 정책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축제가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며, 성공과 실패의 격차는 매우 크다. 따라서 지역축제를 지방소멸 대응 전략의 맥락에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화천군, 산천어 축제로 3,876억 원의 경제파급효과 창출…
우후죽순식 축제 양산과 지역 고유성 부재는 한계
강원도 화천군과 충남 보령시 사례를 보면 지자체에서 지역축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 두 지역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 지역으로, 경제 기반이 취약해 외부 활력 유입이 중요하다. 지역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어려운 만큼 축제는 지역경제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몇 안 되는 전략 수단이며, 정책 효과도 명확히 나타난다.
먼저, 화천군의 산천어축제 개최 효과를 살펴보자. 인구 2만 3천 명의 산촌에 2025년 23일 동안 186만 명이 방문하며 3,876억 원의 경제파급효과를 창출했다. 이는 화천군 지역내총생산(GRDP) 1조8,265억 원의 약 1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방문객 규모 역시 군 인구의 81배로, 단기간에 생활인구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며 지역 상권과 소비 지출을 크게 자극하는 구조다. 보령시의 머드축제도 마찬가지로 2025년 169만 명이 찾으며 1,398억 원의 경제효과를 냈다. 축제 자체 수입만 11억5천만 원으로 숙박·음식·교통 등 관광서비스업 전반의 매출 증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거시적 통계를 보더라도 축제의 경제적 영향은 분명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문화관광축제를 통해 총 1,196만 명의 관람객과 6,038억 원의 소비지출 효과가 발생했다고 발표했으며,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분석에서도 공연축제 개최 지역은 비개최 지역 대비 방문객이 19.5% 증가하고 관광업종 소비지출이 6.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축제가 지역경제에서 사실상 ‘단일 산업’에 준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관광산업이 굴뚝 없는 산업이라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긍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역축제 정책의 한계도 있다. 많은 지자체가 성공 사례를 모방하며 축제를 우후죽순 양산하고 있고, 지역 고유성이나 축제의 일탈성 없이 공연·부스 중심의 이벤트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방식은 비용 대비 효율성이 낮고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외부로 유출되는 문제를 야기한다. 축제의 주제성 미흡과 수용태세 부족, 바가지요금과 같은 부정적 경험은 방문객의 재방문 의지를 떨어뜨려 축제의 지속 가능성뿐 아니라 해당 지자체의 방문 매력을 약화한다.
반면 김천 김밥축제처럼 지역 농특산물과 생활문화인 김밥 콘텐츠를 창의적으로 결합해 독자적 브랜드를 구축한 사례는 지역축제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단순한 먹거리 판매가 아니라 지역 특산물을 지역 브랜드로 연결해 로컬 정체성을 재해석하고, 지역상권 활성화와 주민참여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가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확인된다.
새로운 여가·근로 생태계가 확산되는 만큼
단순 단기 체험 중심 → 중장기 체류형 프로그램으로 확장
지역축제가 지방소멸 시대의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 전략이 되기 위해서는 축제를 단순한 흥미 중심의 행사로 보던 관점에서 벗어나, 지역 고유 자원과 산업을 결합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융합형 관광산업의 한 축으로 인식해야 한다. 지역 특산물, 주력 산업, 로컬 상권을 축제 프로그램과 유기적으로 연계함으로써 축제가 불러오는 방문과 소비가 지역 농가·상점·숙박업 등 실제 경제주체의 소득 확대로 이어지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구조적 접근이 가능할 때 지역축제는 지역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핵심 정책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변화하는 생활·여가 패턴 또한 중요한 고려 요소다. 주 4.5일제 도입 논의, 탄력근무 및 워케이션 확산 등 새로운 여가·근로 생태계가 확산되는 만큼, 단순 당일·단기 체험 중심의 축제에서 벗어나 며칠 이상 머무르며 일과 휴가를 병행할 수 있는 중장기 체류형 프로그램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교통·숙박·디지털 인프라의 질을 높이고, 바가지요금과 같은 부정적 경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방문객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지자체별로 유사한 축제가 난립하는 현 구조를 그대로 두기보다는 국가 차원에서 소수의 브랜드형·전략형 축제 중심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그 외 축제는 지역 특성에 기반한 틈새형·생활형 축제로 차별화하는 정책 추진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역축제가 단기 소비를 끌어오는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인구감소 지역의 산업 구조와 정주 기반을 강화하는 중장기 정책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과거를 답습한 지역축제는 살아남지 못하고 오히려 지역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고 예산 낭비만 초래한다.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면서 지역의 고유 자원을 토대로 다른 지역과 차별화하는 전략을 한층 강화할 때 지역축제 활성화는 지방소멸 시대 지역경제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는 강력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수도권 중심의 관광 구조를 완화하고 지역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산업계 모두 지역축제가 다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창조적으로 육성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