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을 너무 좋아해 한때 ‘김밥’이라는 별명을 가져본 적 있는 자, 세 끼 모두 김밥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자, ‘전국김밥일주’ 인스타 계정을 초창기부터 팔로우하던 자, 그런 기자에게 이번 인터뷰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연말 연기대상에서 신인상과 우수상을 단번에 거머쥐는 배우처럼 지역축제계에 등장하자마자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축제가 있다. 지역 인구 13만보다 많은 15만 명의 방문객을 불러 모은 경북 김천의 김밥축제!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궁금했던 그 축제를 낳고 기른 이봉근 김천시청 관광마케팅팀장을 만났다.
김밥축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신규 축제에 대한 요구가 있었나?
2023년 7월에 발령 받았는데 마침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대부분 해제되며 관광을 활성화하자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었다. 김천이 역사, 문화, 관광 쪽으로 특별한 자원이나 인프라가 있는 건 아니어서 신규 축제를 통해 새롭게 수요를 만들어내야 했다. 마침 MZ세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니 김천 하면 김밥천국이 떠오른다고 하더라. 내가 김천 출신이어서 사람들이 설마 김천을 모를 거라고는, 김천을 ‘김밥천국’의 줄임말로만 여길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해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그 콘셉트는 좋았다. 최근 축제의 트렌드를 보면 참가자들이 객체가 아닌 주체가 돼야 하는데, 먹는 행위가 그에 부합하기도 하고 김밥이 주는 향수나 친근감, 호불호 없음이 왠지 잘될 것 같았다.
이듬해 10월 신규 축제를 내놓은 건데 준비가 벅찼겠다.
2023년 말 예산을 확정 짓고, 팀에서 맡고 있는 연화지 벚꽃 축제가 끝난 2024년 4월부터 6~7개월가량 준비한 거라 시간이 부족하긴 했다. 정체성 없는 축제는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만 뚜렷한 정체성이 있다면 도시의 브랜드가 될 거라 생각해 축제 정체성을 가장 중점에 두고 행사를 구성해 나갔다.
신생인데도 많이 알려졌다. 1회 때 홍보를 어떻게 했나?
소위 알고리즘을 탔다. “김천이요? 김밥천국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우리가 김밥천국이 되는 거야! 김천=김밥천국?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아!”라는 내용으로 김밥축제 탄생 비하인드를 카드뉴스로 내보냈다. 이게 3일 동안 SNS 실시간 인기 키워드 1위를 하면서 TV 방송에도 많이 소개됐다. 대중은 우리 콘셉트가 그냥 재밌었던 것 같다. 관공서스럽지 않고.
예상보다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1회 때는 김밥이 빠르게 동나기도 했는데.
공무원이다 보니 행사 경험도 있고 기획이나 보고서 작성도 익숙하다. 하지만 현장의 애로사항은 몰랐다. 한 사람이 오면 김밥 한 줄 정도 먹겠지 생각했고, 김밥도 떡볶이처럼 계속 조리될 수 있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니 김밥은 단순히 물에 재료 넣어 끓이는 음식이 아니고 사전에 재료 준비하는 시간, 밥하는 시간, 재료마다 양념하는 시간, 그걸 싸고 자르는 시간이 엄청나더라. 한마디로 회전율이 안 좋다. 한 업체에서 하루 700줄 이상 싸기가 어렵다. 이런 사정을 1회 축제가 끝나고서야 알았다.
아무래도 2회 축제 준비 때 신경을 많이 썼겠다.
김천의 한 김밥 공장을 섭외했다. 전국 편의점에 김밥을 납품하는 곳이다. 이 업체의 공장 설비를 행사장에 가져와 시간당 1,500줄을 생산할 수 있게 했다. 김밥 수량도 확보하고 지역축제에 지역 자원을 활용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였다. 또 김밥업체 섭외에 공을 들였다. 김밥 인플루언서 정다현 작가를 찾아가 협업을 제안해 전국 팔도의 유명 김밥업체들을 섭외했다. 사실 김밥이 다른 음식보다 손이 많이 가다 보니 업체 섭외가 가장 힘들었다. 다행히 이런 노력으로 김밥 퀄리티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축제 음식은 바가지가 심한 느낌인데, 김밥축제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주목받았다.
원칙이 있었다. 업체에서 평소 파는 가격 그대로 현장에서 판매할 것. 비싸도 상관없다. 8천 원에 팔았다면 여기서도 8천 원이다. 그 가격인 건 재료가 주는 퀄리티가 있기 때문이다. 갈치 김밥 같은 경우는 원재료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싸게 하려고 양을 줄인다면 사람들이 만족 못 했을 거다. 메뉴도 제일 잘 팔리는 것 1개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장에서 직접 느낀 인기 비결은 뭐였나.
김천은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고 사실 한 번 방문하기도 어려운 곳이다. 그런 곳을 김밥 하나 기대하고 오는 건데, 행사장에 딱 도착하면 김밥 말고도 풍경을 보며 느끼는 만족감이 크다고들 한다. 행사장 규모가 6만 평이나 된다. 사명대사공원, 직지문화공원 모두 가을 소풍에 최적화된 공간이고 행사가 열리는 10월 말은 단풍이 가장 예쁠 때다. 김밥이 아니더라도 감탄을 자아낼 수 있는 인프라라고 자부한다.
축제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도 체감하나?
축제 장소 근처에 직지상가협의회라고 한정식촌이 있다. 김천의 유명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추천하는 곳이고 예전에는 한정식 축제도 했다. 세월이 흘러 폐업한 곳도 많이 생겨 썰렁했는데 김밥축제로 손님이 많이 늘었다고 들었다. 1회 때는 축제 김밥이 소진돼서 어쩔 수 없이 방문했다면 2회 때는 상황이 다른데도 전년 대비 이용객이 늘었고, 축제가 끝나고 한 달 뒤인 11월 말까지도 문전성시였다.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을 꼽는다면.
김천이 제 이름을 찾고 ‘김밥=김천’, ‘감다살(감이 다 살았다) 도시’ 같은 새로운 수식어도 생겼다. 이제 김천이 어디에 있는지 많은 사람이 알게 된 게 김천 출신으로서도 가장 큰 보람이다.
2026년 축제 계획을 살짝 공개해 준다면.
감사하게도 콜라보 등 제안을 많이 받고 있다. 실제로 진척되고 있는 부분들도 있지만 아직 공개하기는 어렵다. 다만 김밥의 확장, 공간의 확장, 캐릭터의 확장 등 확장성 하나는 말씀드릴 수 있다. 김밥업체 수나 김밥 먹는 방식 등을 다채롭게 하고, 공간도 근처 다른 곳까지 넓혀 10만 평 규모가 된다. 개최일도 금, 토, 일 3일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예상 방문 인원은?
15만 명 정도로 본다. 지난해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하고, 크게 늘거나 줄지는 않을 것 같다. 예전에는 사람이 몇 명 왔느냐가 가장 중요했지만 요즘은 재방문율이나 만족도, 입소문으로 신규 방문객을 얼마나 끌어들였는지가 핵심이다. 최근 한국리서치에서 계절별 축제들을 평가한 자료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어지간한 축제는 다 들어가 있다. 봄·여름·가을 축제까지 발표됐는데 김밥축제가 1위다. 재방문율, 재방문 의사, 만족도 등 18개 항목의 절반 이상에서 1위를 했다. 이런 만족도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고 본다.
올해 꼭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교통이 숙제다. 시내버스를 증차하고 셔틀도 늘리려 한다. 또 한 가지 확장하려는 모델이 있다. 지난해 온라인 셀렉트 숍 29cm와 협업해 도시락통 구매자에게 김밥축제행 버스 티켓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했다. KTX 티켓값, 기타 부대비용만 해도 얼만가. 그런데 도시락통값에 서울 사당역에서 김천 축제 행사장까지 직통으로 올 수 있는 거다. 토요일 5대, 일요일 5대를 배차했다.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설문조사를 해보니 5점 만점에 4.8점이 나왔다. 이런 모델을 더 확대하면 어떨까 한다.
김밥축제에 온 사람들이 즐기고 갔으면 하는 김천의 명물은?
김밥축제장 옆에 직지사가 있다. 그 옆의 사계절 썰매장과 추풍령 휴게소 근처의 추풍령 테마파크라는 액티비티 시설도 즐길 만하다. 김밥축제와 함께 이런 곳들을 둘러보면 당일 관광으로는 꽤 괜찮다고 본다.
지역축제 담당자로서 정부 정책에 제언한다면?
지자체 축제는 보통 재단 같은 곳에 맡기지 김밥축제처럼 시에서 직접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신생 축제의 경우 지자체에서 직접 수행하는 축제에 평가 가점을 준다든지 하면 좋겠다. 또 해마다 열리는 축제는 많지만 잘하는 곳은 한정돼 있다 보니 같은 축제가 여러 번 정부지원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하는데, 새로운 축제에도 기회를 많이 주길 바란다.
끝으로 한말씀 부탁드린다.
현재 축제가 1천여 개가 넘지만 대충 예산 받아 한두 달 준비해서 진행하는 축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지자체 공무원들과 소통해 보니 5개월~1년 동안 축제 준비에 애쓰더라.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준비하는 만큼 즐길 만한 것들이 꽤 있다. 집과 가까운 축제들을 방문해 즐기는 게 우리나라 축제 발전에 가장 도움이 되는 일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