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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쯤 구석기 시대 원시인이 되어보는 거 어때?
박태하『전국축제자랑』 저자 2026년 01월호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고 전철까지 놓여 있는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쉽사리 닫지 않는 고장 연천군. 그래도 한국사 시간에 외운 ‘연천 전곡리’만큼은 왜인지 좀처럼 잊히지 않는 그곳…. 그렇다면 열자, 열어야 한다! 경기도 한 귀퉁이에서 분투하고 있는 연천군의 입장에서 ‘연천 구석기 축제’를 열지 않는 건 (적어도 한국에서는) 직무유기다.

2021년 『전국축제자랑』을 출간한 이후로는 현생이 바빠 축제를 거의 다니지 못했다. 연천에 위치한 소중한 독립서점×빵집 ‘오늘과내일’의 초청으로 북토크를 하러 간 2022년, 마침 날짜가 겹쳐 연천 구석기 축제를 몇 시간 들러 볼 수 있는 기회가 어찌나 반가웠던지. 그리고 오랜만의 축제는 덜컥 마주한 첫 장면부터 우리가 알던 ‘K의 맛’을 야무지게 맛보여 주었다.

너른 잔디밭에서 100명의 참가자가 배번까지 붙이고 원시인들(축제장에서는 이들을 ‘전곡리안’이라고 칭한다)의 눈을 피해 결승선으로 진격하고 있었다. ‘구석기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 현장이었다. 저 인원이 한꺼번에 달렸다 멈췄다 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꽤 장관이었는데, 결승선에 무엇이 있었을까? 그렇다. 자고로 저 게임에는 ‘영희’가 있어야 하는 법…. 4~5미터 높이의 거대 원시인 인형이 떡하니 서 있는 것 아닌가(역시 K컬처)! 인형이 탈락자에게 뭔가 잔혹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내심 긴장했는데, 옆에 있는 스태프가 리모콘(심지어 유선)을 조종하면 오른팔을 들었다 내렸다 할 뿐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아서 정말 즐거웠다(이런 무의미함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이 게임은 축제 기간 내내 여러 차례 진행되는 ‘구석기 올림픽’ 프로그램의 일부였다. 그리고 이를 포함해 많은 프로그램이 ‘한번 해봐요. 안 해볼 거야? 에이, 이래도?’ 하고 자꾸 장난스레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프로그램을 떠나 애초에 분위기 자체가 흥겹달까? 구석기라는 부담 없는 주제, 축제장 곳곳을 누비는 능청 만점 전곡리안들과, 그들에게 감화돼 원시인 복장을 하고서 웃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공이 크지 않나 싶다. 그래, 어린이들도 부담스러운 한복을 입고 조선시대 각시, 도령이 돼보는 것보다야 원시인이 돼 우가우가 뛰어노는 편이 훨씬 신나겠지.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다른 건 못 했지만, SNS에서도 꽤 유명한 ‘구석기 바비큐’ 체험을 놓칠 순 없었다. 한 꼬치에 3천 원(2025년에는 4천 원). 1미터도 넘는 꼬치에 꿰인 돼지고기를 받아 참나무 숯을 피운 구덩이 주변에 둘러앉아 꼬치를 요리조리 돌려 익혀 먹는 시스템이었다. 어디서도 하기 힘든 귀한 체험이었…지만 화력 센 자리들은 이미 선점당했고, 괜찮은 자리가 비었다 싶어 후다닥 가서 앉고 보면 이내 따가운 연기에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후퇴해야 했다. 이 구석 저 구석 옮겨 다니며 곁불과 군불로 20분도 넘게 찔끔찔끔 익히고 있자니 팔도 아프고 마음은 처량하고 시간은 없는데, 이쯤이면 먹을 만할까 해서 입에 대본 고기는 ‘겨우 익기만 한 느낌’을 줄 뿐이었다. 아, 구석기의 삶 고달파라. 이토록 생생하기 그지없는 구석/구석기 체험이라니, 또 정말 즐거웠다.

연천 구석기 축제는 평판도 괜찮고 다녀온 사람들의 만족도도 높은 축제다. ‘구석기에 진심인’ 연천인들의 오랜 노력의 결실이랄까. 경기도체육대회 개회식 선수단 입장 때도 구석기 분장을 하고 나오는 독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콘셉트에 진심인’ 태도를 어느 순간부터 진심으로 즐기기 시작하더니, 해를 거듭하며 축제가 튼실해지고 있는 것 같다.

축제장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축제는 사람들이 몸을 더 움직일수록, 그 에너지가 즐겁게 피어오를수록 더 흥이 나고 신이 난다(여기엔 기하급수가 적용된다). 축제장깨나 다녀본 사람으로서 깨달은, 지역축제를 즐기는 비밀 아닌 비밀을 귀띔해 드리자면 ‘여기까지 온 나를 어디 한번 재밌게 해줘 봐’가 아니라 ‘나부터 놀자’ 하는 마음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막상 가보면 그러기 힘든 축제도 많지만, 가능한 만큼은 마음을 바꾸고, 마음을 내려놓고, 또 마음을 띄워 올려보자. 축제의 본질은 ‘함께’ ‘노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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