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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는 판로 넓히고 기업은 상품 키운다… 로코노미, 소비를 넘어 상생 모델로
김다연 동아일보 산업2부 기자 2026년 02월호
‘로코노미(Loconomy)’가 주목받고 있다. 로코노미는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경제를 일컫는 이코노미(Economy)를 합친 말이다. 지역경제라는 의미를 넘어, 지역 특색이 담긴 상품이나 공간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문화 현상을 가리킨다. 특히 기업과 지자체가 손잡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눈에 띈다.

로코노미가 부상한 건 2022년 무렵이다. 당시 특정 지역 이름이나 대표 음식을 내건 식당이 급증해 그해 주요 소비 트렌드로 로코노미가 꼽혔다. 코로나19 장기화도 기폭제가 됐다. 해외여행이 막히자 국내 구석구석으로 눈을 돌려 로컬의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로컬 소비를 ‘힙(hip)하다’고 여기는 MZ세대의 인식까지 더해지며 로코노미는 시장 전반으로 퍼졌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자 기업들도 로코노미 상품을 만드는 데 속도를 냈다. 2021년부터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이어온 한국맥도날드가 대표적이다. 매년 한 지역을 정해 특산물을 대량으로 사고, 이를 주재료로 메뉴를 개발해 전국 매장에서 한정 판매한다. 창녕 마늘과 보성 녹돈, 진도 대파, 진주 고추, 익산 고구마 등을 활용한 버거가 이런 과정을 거쳐 나왔다. 지역 농가에서 사들인 농산물의 규모도 적지 않다. 2021년부터 4년간 조달한 원재료만 약 459톤에 달한다.

대형마트도 예외는 아니다. 이마트는 가정간편식 자체브랜드(PB) ‘피코크’를 통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3월 경북 영덕에서 대게 7톤가량을 확보해 과자와 볶음밥 등 6종의 상품을 만든 데 이어, 올해는 경남 남해의 마늘로 닭볶음탕과 피자, 족발 등 7종의 간편식을 기획했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 10월 강원 지역 농가에서 햇감자 75톤을 사들여 강원 찰옥수수 가루를 더한 한정판 감자칩을 선보였다.

 

편의점 업계도 적극적이다. 특히 간편식부터 주류, 음료까지 로코노미 상품군을 전방위로 넓히는 모양새다. CU는 보성 꼬막과 횡성 한우, 고창 장어 등 각지 특산물로 도시락과 김밥 등 간편식 메뉴를 꾸준히 만들어왔다. GS25는 양평 수박, 논산 딸기, 광양 매실 등을 원료로 삼은 하이볼 10종을 내놓았다. 세븐일레븐 역시 고흥 석류 등 지역의 우수 농산물을 활용한 에이드를 판매하고 있다.

로코노미는 단순한 소비 현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업과 지역이 실익을 나누는 상생 모델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차별화된 원재료를 통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은 상품명에 지명이 노출됨으로써 홍보 효과를 얻는 동시에 판로도 넓히는 구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식품소비 트렌드 모니터」를 통해 “소비자는 가치소비를 통해 지역을 경험하고, 지역은 소비자 관심을 바탕으로 경제적 활력을 얻으며, 기업은 ESG 경영 실천과 인지도 제고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생 효과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한국맥도날드가 임팩트 측정 전문기관 트리플라잇에 의뢰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4년간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통해 발생한 사회·경제적 가치는 약 617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 기간 한국맥도날드에서 판매된 관련 메뉴는 1,310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로코노미는 지역의 가치를 활용해 농가와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있다. 일시적 유행을 넘어 기업과 지역이 동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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