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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에선 책만 팔까요?
권세라 바름책방 대표 2026년 03월호
한때 서점을 소재로 한 소설이 인기를 끌 때가 있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 『책들의 부엌』 등 제목만 들어도 다들 알 만한 유명한 소설들이죠. 그 책들을 통해 동네의 작은 책방을 알게 됐어요. 사실 서울에 살 때는 대형서점만 다녀봤지 ‘동네책방’, ‘독립서점’ 이런 단어조차 생소했거든요. 책을 좋아는 했지만 독서모임, 작가와의 만남, 출판, 유통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 채 원주에서 책방을 시작했습니다.

소설 속 책방들에는 독서모임을 비롯한 많은 소모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 연고 없이 원주에 내려온 터라 사람을 모으는 활동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9개월쯤 지났을까, 그래도 용기를 내 책을 낭독하는 첫 독서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낭독모임’은 책방에서 가장 오래된 모임으로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수요일에 다양한 책을 읽고 모이는 ‘책.수.다 모임’과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그림책 모임’을 운영하면서 지역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특히 책.수.다 모임을 통해서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원주 여러 곳을 함께 걸으면서 우리가 사는 곳을 더 알아가고 있습니다. 

책방을 시작하고 1년 반쯤 됐을 때 현재 책방 위치인 원인동으로 장소를 옮겼습니다. 처음 시작한 곳은 월세가 높아 책만 팔아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됐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장소를 옮긴 동네는 구도심입니다. 아직 도시가스도 들어오지 않아 겨울마다 연탄 나르기 봉사가 이뤄지는 동네이지요.

연탄 봉사를 주관하는 한 복지관의 기획으로 ‘원인동 마을 옹달샘’ 프로젝트가 진행됐는데 바름책방도 참여했습니다. 원인동을 방문하는 분들이 개인 텀블러를 가지고 책방을 찾아오면 물 한 잔을 내어주는 거였죠. 물 한 잔의 작은 나눔이지만 그로 인해 자연스러운 관계망이 형성되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적극 참여했습니다. 

원인동에서 책방 문을 다시 열며 야심차게 기획한 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작가와의 만남’입니다. 책방을 하기 전부터 좋아했던 오은 시인이 떠올라 무턱대고 출판사에 작가초청 신청서를 보냈습니다. 결과는? 성공이었습니다. 이렇게 오은 시인의 북토크를 시작으로 올 1월까지 총 16번의 작가와의 만남이 책방에서 진행됐습니다. 

동네책방에서 작가를 만난다는 건 지역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작가를 만나려면 큰맘 먹고 ‘동네’, 아니 ‘원주’를 벗어나야 합니다. 참여하기 쉽지 않죠. 재밌게 읽었던 책의 저자를 우리 동네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책을 좋아하고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겐 활력이 됩니다. 작가들의 방문은 독자만이 아니라 작은 동네책방에도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비타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유명 작가만 초청해 북토크를 하는 건 아닙니다. 가끔은 원주 지역작가를 위한 ‘응원 북토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아직 무명이고 불러주는 책방은 없는데 책을 홍보하고 싶고 북토크를 통해 책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신인 작가들을 위한 자리입니다. 3월에도 신인 작가와 독립출판 작가들의 북토크가 준비돼 있습니다.
 
 

처음엔 부담으로 다가왔던 독서모임이 언제부터인가 뜻깊어졌습니다. 손님으로 만나는 분들과는 책 추천같이 짧은 대화만 나누다 보니 상대에 대해 잘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같은 사람이라도 모임으로 만나면 다릅니다. 책 취향같이 소소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모임이 길어질수록 대화의 깊이도 달라집니다. 독서모임을 통해 원주에서 처음으로 친구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추리·미스터리 읽기, 도스토예프스키 연달아 읽기 등 더 다양한 독서모임을 만들고 함께할 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 책방을 마주한 도로 건너편의 75% 이상은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입니다. 가끔 점심을 먹으러 동네 식당에 가면 식당 사장님이 힘이 되는 말씀을 해주십니다. “폐가가 많은 이곳에 서점이 있어 정말 좋아요. 동네가 환해졌어요.” 응원해 주신 그 말씀을 받아안고 책방에서 사람들과 어떤 재미난 일들을 펼칠지 오늘도 작당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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