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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스포츠’라는 조롱 넘어 독립적인 산업 생태계로 진화하는 프로스포츠
반진욱 세계일보 산업부 기자 2026년 05월호
한국 프로스포츠는 오랫동안 기업의 홍보 수단이자 구단주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채널로 존재했다. 구단 운영 적자는 모기업이 메웠고, 수익 논리는 부차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그 구도가 달라지고 있다. 프로야구 리그 KBO는 창립 42년 만에 천만 관중을 넘어섰고, 중계권시장에는 OTT 플랫폼이 본격 진입했다. 경기장 입장권과 굿즈, 중계권만 팔던 시기가 끝나고 구단의 로고와 마스코트를 하나의 지식재산권(IP)으로 활용해 각종 기업과 협업한다. 이제 프로스포츠는 재벌 회장의 취미 생활, 즉 ‘펫 스포츠(Pet Sports)’라는 조롱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산업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프로스포츠 중 빠르게 진화하는 종목은 단연 야구다. KBO는 매년 최다 관중을 경신하며 국내 프로스포츠 최강자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매출도 압도적이다. 2024년 기준 10개 구단 합산 입장 수입은 1,593억 원을 넘었다. 관중 수가 더 증가한 2025년에는 더 높은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입장 수입이 끝이 아니다. 지상파 3사(KBS·MBC·SBS)와 2024~2026년 3년간 총 1,620억 원(연평균 540억 원)에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고, 온라인·모바일 스트리밍권은 티빙(CJ ENM)과 1,350억 원(연평균 450억 원)에 별도 계약했다. 합산 연평균 중계권료는 990억 원 수준으로, 각 구단당 연 99억 원의 중계권 수입이 예상된다. 이후 체결된 2027~2031년 티빙 재계약 금액은 5년에 4,500억 원(연평균 900억 원)으로 기존 계약의 두 배에 달한다.
 

KBO 또는 각 구단과 협업 상품을 내놓는 기업들도 늘었다. 일례로 스타벅스는 올해 KBO와 제휴해 구단 로고와 유니폼을 활용한 각종 MD 상품 판매로 소비자로부터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 모기업 계열사는 야구단의 IP를 활용하기도 한다. 롯데 자이언츠 IP를 이용해 각종 자사 브랜드(PB) 상품을 만들어내는 세븐일레븐이 대표적인 사례다. KBO 리그가 OTT 기반 유료 중계와 SNS 콘텐츠를 통해 하나의 브랜드 중심 산업으로 정착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선수 육성 후 ‘빅 리그’에 보내 돈을 버는, 이른바 ‘플레이어 비즈니스’도 구단의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핵심 선수를 상위 리그 또는 자본이 더 큰 시장에 팔아 이적료로 막대한 금액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야구의 키움 히어로즈가 대표적이다. 모기업 없이 운영되는 유일한 독립구단인 키움 히어로즈의 주특기가 바로 ‘선수 육성’이다. 2010년대 이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송성문 모두 키움 출신이다.

축구도 빠질 수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선수의 성장과 육성에 기여한 학교 또는 클럽에 합당한 보상을 보장하는 ‘연대기여금’ 제도를 운영하는데, 국제 이적이 성사될 경우 이적료 일부를 만 12세에서 23세까지 선수를 육성한 팀에 보상해야 한다. 즉 유망주를 키워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시키면 계속해서 부가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튀르키예 리그 베식타시JK에서 활동 중인 오현규다. 오현규는 수원 삼성 산하 유스클럽인 매탄중·매탄고에서 성장해 1군 무대로 데뷔했다. 덕분에 수원 삼성은 오현규가 이적할 때마다 연대기여금을 받는다. 실제 오현규가 셀틱에서 행크로 이적했을 때 2억6천만 원의 연대기여금을 받은 바 있다. 

다만 아직은 스포츠구단 자체적으로 매출을 내는, 이른바 ‘독립운영’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요’다. 가장 큰 인기를 자랑하는 야구마저 매출 절반가량이 모기업 지원금이다. 모기업이 돈을 쏟아붓는데도 야구단이 단일로 운영되는 메이저리그와 비교하면 수익률이 낮다. 일례로 뉴욕 양키스 단일 구단의 매출이 KBO 전체를 상회한다. 모든 구단이 자가 구장 없이 임차 형태로 운영 중이라는 점 또한 수익 구조 개선의 근본적 제약으로 작용한다. 

한국 프로스포츠는 구단주의 사회적 명분이 아닌 비즈니스 논리 위에서 지속 가능성을 검증받아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팬덤은 만들어졌고, 중계 플랫폼은 다양해졌으며, 구단 IP의 상업화도 시작됐다. 프로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충성도 높은 팬덤과 IP를 결합해 구단만의 독립적 수익 구조를 확보하는 것이 한국 프로스포츠에 남은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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