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밀라노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우리 국민의 관심은 금메달에 있었겠지만 미디어 업계에선 올림픽이 어디서 중계돼야 하느냐를 두고 논쟁이 오갔다. 밀라노 올림픽은 이례적으로 지상파가 아닌 JTBC에서 독점 중계됐다. 이로 인해 ‘보편적 시청권 제도’, 즉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행사에 대한 방송 접근권을 보장하는 제도의 개선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도 중요한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스포츠가 그만큼 관심도가 높은 분야라는 것을 보여준다.
콘텐츠를 접할 수단이 급속하게 늘고 있는 환경에서 스포츠 중계권이 갖는 가치는 무엇일까? 디지털 대전환 국면에서 스포츠 중계 이용 환경은 텔레비전 방송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중심으로 재편됐다. 아날로그 시절에는 동영상을 제공하는 매체가 방송으로 한정돼 있었지만,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시청이 보편화되면서 이용자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스포츠를 보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스포츠는 그 어떤 영상 장르보다 실시간성이 중요하다. OTT의 등장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실시간 콘텐츠의 중요성은 낮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팬들에게 스포츠는 여전히 중요한 관심사였고, 자신이 구독하는 플랫폼에서 원하는 스포츠를 실시간으로 보고자 하는 이용자의 수요가 커졌다.
OTT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계권 확보를 둘러싼 사업자 간 경합 또한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OTT시장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는 넷플릭스는 실시간 서비스를 하지 않았지만 미국 프로레슬링 RAW 중계를 시작으로 스포츠 중계에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미국 프로야구 리그 MLB도 중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티빙이 프로야구 리그 KBO를 비롯해 다양한 스포츠를 중계하고 있으며, 쿠팡플레이도 K리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스포츠 중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OTT 사업자들이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하려는 것은 축구, 야구와 같은 인기 스포츠는 광범위한 팬덤이 형성돼 있어 가입자를 유인하고 이탈을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OTT의 경우 초기에는 구독료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성장 한계에 봉착하자 광고 요금제를 출시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스포츠 중계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스포츠 중계 시 제공되는 광고는 회피가 어렵기 때문에 광고주 입장에서는 스포츠 중계에 붙는 광고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국내에선 프로야구가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24년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프로야구의 관중은 지난해 1,200만을 넘어섰다. 티빙은 KBO 유무선 중계권을 획득하면서 기존 방송 중계와는 차별화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계권이 방송 중계권 위주로 거래되면서 이를 획득한 사업자가 인터넷, 모바일 영역에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최근에는 방송 중계권과 온라인 중계권을 나눠 파는 방식이 정착되는 양상이다. OTT를 비롯한 디지털 영역의 사업자들이 치열한 중계권 확보 경쟁을 벌이면서 인터넷 영역의 중계권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방송 사업자 간 스포츠 중계권 확보와 OTT 사업자 간 스포츠 중계권 확보 등 미디어 생태계 내에서의 스포츠 중계권 확보 경쟁이 주요 이슈가 될 것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상승하는 중계권 비용을 감내하면서까지 이용자의 관심과 구독을 유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불가피하다. 이용자는 스포츠 중계를 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서비스를 구독할지 결정해야 한다. 정부는 사업자 간 중계권 확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스포츠 중계권의 가치는 높아지고 있고, 이와 관련된 쟁점은 앞으로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