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 뜨거운 함성에 휩싸일 준비를 하고 있다. 6월 11일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서막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면 전 세계의 시선이 초록빛 그라운드로 모일 것이다. 개최국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 운영을 넘어 국가의 위상을 증명하는 거대한 시험대에 오른다. 각국 정부가 이 치열한 유치전에 뛰어드는 명분은 명확하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뿌리고 갈 외화, 수만 명의 고용 창출, 그리고 TV 화면을 통해 전 세계에 각인될 국가 브랜드 가치. 개최국은 이 축제가 자국 경제를 ‘레벨업’ 시킬 황금 티켓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시상대의 조명이 꺼진 뒤 개최국 정부가 마주하게 될 진짜 성적표는 경기 결과보다 훨씬 더 냉혹할 수 있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보고서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개최 지역의 소비를 단기간에 7% 안팎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러한 소비 증가는 대회 기간과 직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대회 전후로 반짝 솟아오른 그래프는 1~2년이 지나면 원래로 돌아오거나 심지어 유지비용에 발목이 잡혀 하향 곡선을 그리기도 한다.
역대 가장 비싼 대회로 기록된 2022 카타르 월드컵은 메가 이벤트 리스크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카타르는 도시 전체를 새로 짓다시피 하며 약 2천억 달러(약 260조 원)를 쏟아부었다. 사후 활용을 위해 974개의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스타디움 974처럼 해체 가능한 경기장을 선보이며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지만, 나머지 거대 경기장들의 유지비용은 여전히 국가적 숙제로 남아 있다. 인구 규모에 비해 과도한 경기장 시설은 대회 후 ‘하얀 코끼리(유지비만 많이 들고 쓸모없는 자산)’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올림픽도 비슷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벤트 플뤼브비에르 옥스퍼드대 교수 연구팀의 「옥스퍼드 올림픽 연구」에 따르면 역대 올림픽은 평균적으로 당초 예산을 크게 초과하는 비용을 지출한 경향이 나타났으며 일부 대회에선 두 배 이상 증가한 사례도 확인된다. 유치 경쟁 과정에서는 수요를 낙관적으로 전망하지만, 실제 수익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2021년에 열린 도쿄 하계올림픽은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이 겹치며 관광 수입은 증발했고, 막대한 운영비만 고스란히 남았다. 지난 2월 열린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나 향후 예정된 메가 이벤트들이 ‘기존 시설 95% 활용’을 내세우며 저비용·고효율을 지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는 ‘얼마나 화려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비용을 덜어내느냐’가 생존 전략이 됐다.
단기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경제 효과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미국 슈퍼볼 사례도 뜯어볼 필요가 있다. 슈퍼볼 개최지에선 짧은 기간 수억 달러의 소비가 일어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것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인지 아니면 다른 지역에서 쓰일 돈이 잠시 한곳으로 몰리는 ‘소비 대체 효과’에 불과한 것인지 물음표를 던진다.
이러한 논의는 최근 인천시가 추진 중인 ‘포뮬러1(F1) 인천 그랑프리’ 유치와도 맞닿아 있다. 인천시는 F1을 통해 글로벌 도시 브랜드 강화와 관광객 유치를 기대하고 있지만, 과거 전남 영암 F1 대회 실패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영암은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다 결국 대회를 중단했다.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성패는 ‘얼마를 벌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남겼는가’에 달려 있다. 축제가 남긴 교통망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기장 부지가 도시 재생의 핵심 거점으로 변모하며, 유치 과정에서 축적된 마이스(MICE) 역량이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때 그 청구서는 비로소 가치를 지닌다. 관람객의 함성이 사라진 뒤에도 지속 가능한 유산을 설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정부가 치러야 할 진짜 ‘승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