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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는 인류가 경험할 가장 강력하고 매력적인 디지털경제 영토
송석록 한국e스포츠산업학회장, 경동대 스포츠마케팅학과 교수 2026년 06월호
국가의 소프트 파워와 디지털 경쟁력을 상징하는 핵심 산업이자 독립적인 콘텐츠 영역으로 e스포츠가 급부상하고 있다. 단순 유희를 넘어 정부 정책, 글로벌 기업의 투자, 미디어 플랫폼, 지역경제, 교육, 스포츠, 그리고 AI산업까지 긴밀하게 연결되는 복합 산업 생태계로 진화 중이다. 대한민국은 e스포츠의 발상지이자 제도화를 선도한 국가로, 2000년대 초반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확산과 함께 이를 문화콘텐츠산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했으며 2012년 「이스포츠(전자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e스포츠의 위상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에 이어 오는 9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까지 e스포츠산업 규모를 GDP의 1% 수준인 약 19조 원으로 확대하고 일자리 약 4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국가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 역시 2024년 국내 e스포츠산업 규모가 전년 대비 11.8% 성장한 약 2,872억 원을 기록하며 정부 차원의 진흥정책이 실질적인 경제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e스포츠 관련 예산은 2025년 79억 원에서 2026년 약 103억5천만 원으로 31% 증액됐고 전국에 6개의 전용 경기장과 수도권에 9개의 민간 경기장이 구축되는 등 인프라 고도화가 한창이다.
 

디지털 전환 시대 e스포츠의 성장은 관람형 콘텐츠로서 미디어 플랫폼의 동반 발전을 불러왔으며 글로벌 시청자 수 6억 명 이상, 지난해 기준 연간 산업 규모 약 5조 원이라는 거대 시장을 형성했다. 산업의 팽창은 자연스럽게 직무의 전문화로 이어진다. 과거 선수와 코칭 스태프 중심의 인력 구조에서 이제는 데이터 분석가, 중계 기술 전문가, e스포츠 마케터, 심리 상담사 등 고부가가치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이에 대학을 포함한 고등교육기관에서도 18개 이상의 e스포츠 관련 학과가 운영되며 전문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e스포츠는 압도적인 브랜드 가치와 자본의 결집력을 보여준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게임단이자 세계적인 명문 구단 T1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약 88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80% 이상의 비약적인 성장을 달성했다. 특히 페이커(Faker) 이상혁 선수를 필두로 한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굿즈와 콘텐츠 매출이 전년 대비 86.9% 급증하며, e스포츠 구단 중 드물게 순이익을 창출하는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임을 증명했다. 또한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된 e스포츠 월드컵(EWC)은 총상금 약 860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전통 스포츠인 윔블던이나 메이저리그(MLB) 수준에 필적하는 자본 투입으로 글로벌 미디어 권리와 스폰서십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외형적 성장 뒤에는 수익 구조의 편중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라는 산업적 과제도 공존한다. 2024년 글로벌 e스포츠 매출의 약 42%가 스폰서십에 집중돼 있는데, 이는 경기 불황 시 기업의 마케팅 예산 축소가 산업 전체의 위기로 직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종목사의 업데이트와 인기에 따라 종목 수명이 결정되는 e스포츠 특유의 ‘종합적 종속 구조’는 전통 스포츠가 가진 영속성에 비하면 취약한 고리다. 여기에 선수들의 연봉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구단 운영비의 약 70%가 인건비로 집중됐고, 대다수 구단이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 적자를 면치 못하는 현실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결국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e스포츠가 진정한 주류 산업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게임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자생적 노력이 필수다. T1의 사례처럼 자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커머스, 유료 멤버십, 디지털 자산(NFT) 결합 등 팬덤 기반의 수익 모델 다각화가 시급하며, 게임사 2K와 미국 프로농구(NBA)의 협업 리그 같은 혁신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종목사와 구단 간의 정교한 수익 배분 모델을 확립해 제도적 안정성을 강화하고 동반 성장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한 실감형 관전 플랫폼 등 기술 융합을 통해 MZ세대의 경험을 확장해야 할 것이다. 자본의 투입을 넘어 제도적·기술적 성숙이 뒷받침된다면 e스포츠는 인류가 경험할 가장 강력하고 매력적인 디지털경제 영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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