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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문화·관광·콘텐츠와 결합한 복합적인 전략 세워야
한남희 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 교수 2026년 06월호
정부 정책에 스포츠산업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것은 1999년 ‘스포츠산업 육성 발전 기본계획’이 최초였다. 1988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2002 한일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비로소 스포츠가 하나의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2004년 당시 문화관광부에 스포츠여가산업과가 신설되고 2007년 「스포츠산업 진흥법」이 제정·시행되면서 스포츠산업 정책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스포츠가 국가전략산업으로서 새로운 위상을 얻게 된 것이다.
 

역대 정부의 스포츠산업 국정과제를 살펴보면 뚜렷한 흐름이 눈에 띈다. 이명박 정부는 스포츠산업을 명시적인 국정과제로 내세우진 않았지만, 전문인력 양성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등 경쟁력 강화 기반을 마련했다. 박근혜 정부는 본격적으로 스포츠를 하나의 산업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스포츠기업 확인제 도입과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는 스포츠산업 선도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국정과제로 내걸었으며, 윤석열 정부는 e스포츠를 미래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공표했다.

반면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에는 스포츠산업이 독립 과제로 명시되지 않았다. 106번째 국정과제인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는 생활체육 참여율 제고, 체육인 복지 실현, 국제 스포츠 교류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굳이 산업적 시각으로 연결 짓자면 K팝 공연장 건립, 지역별 스포츠 거점 조성, 국제대회 참가를 통한 K스포츠 위상 강화, 버추얼 태권도 경기 규칙 정비 지원 정도가 눈에 띈다. 이와 달리 문화·관광 분야에선 K콘텐츠 국가전략산업화 추진, 관광산업 기반 생태계 조성 등 산업적 관점에서의 과제가 명확히 제시되고 있어 대비된다.

스포츠산업은 크게 ‘하는’ 스포츠산업과 ‘보는’ 스포츠산업 두 축으로 나뉜다. 국정과제에 담긴 생활체육은 ‘하는’ 스포츠산업의 핵심 영역이다. 그러나 산업의 잠재력은 ‘보는’ 스포츠산업이 훨씬 크다. 한국 프로야구는 1982년 리그 출범 이후 2024년 처음으로 연간 관중 1천만 명을 돌파했고,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시청하는 전 세계 스포츠 소비자는 수십억 명에 달한다. BTS와 아이돌 공연에 전 세계 팬들이 몰려드는 것과 같이 스포츠 역시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한 거대한 가치사슬 위에 놓인 것이다. 

스포츠는 그 자체로 문화콘텐츠산업이다. K팝, K관광, K스포츠는 동일한 가치사슬 안에 있으며 산업 간 시너지 효과도 분명하다. 이재명 정부의 스포츠산업 정책 기조는 스포츠를 문화콘텐츠산업 및 관광·레저산업의 틀 안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읽힌다. 다행스러운 것은 콘텐츠·플랫폼·지식재산권(IP) 산업의 확장성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관점에서 바라보면 스포츠 IP, 스포츠 콘텐츠 제작, e스포츠, 스포테인먼트, 스포츠관광 등 대부분의 영역이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정부가 스포츠를 단순한 경기 운영이나 체육 진흥의 차원을 넘어 콘텐츠산업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AI 국정과제는 스포츠테크산업으로, 디지털 콘텐츠산업 육성은 e스포츠로, K관광 연계는 스포츠 도시로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다. 스포츠·문화·관광·콘텐츠가 결합된 복합 공연장형 아레나 건립도 이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2024년 국내 스포츠산업 매출액은 84조6,9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정부는 2028년까지 105조 원 규모로 스포츠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는 글로벌시장을 포함하지 않은 내수 기준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규모다. 문화콘텐츠와 관광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듯 스포츠산업도 독립적이고 명확한 국정과제로 자리매김해야 할 시점이다. K컬처의 진정한 완성을 위해서는 스포츠와 문화·관광·콘텐츠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복합적인 글로벌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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