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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는 압도적 우위, 팹리스·장비는 점유율 낮아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2021년 07월호


반도체는 전자부품의 한 종류다. 따라서 전방산업인 ICT산업의 윤곽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 세계 ICT산업의 총매출 규모는 약 5조 달러, 이 가운데 ICT 하드웨어산업의 시장 규모는 2조7천억 달러 내외다. ICT 하드웨어는 컴퓨팅, 통신, 가전, 자동차 전장, 산업용 전장 등을 포함한다. 그리고 여기에 사용되는 전자부품의 시장 규모는 약 8천억 달러 수준이다. 전자부품시장은 반도체 4,400억 달러, 디스플레이 1,200억 달러, 배터리 600억 달러 등으로 구성돼 있다.

IDM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대표 기업, 팹리스는 한국 업체의 존재 미미한 편
반도체시장과 제품은 응용처에 따라, 또는 기능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응용처별로는 컴퓨팅(38%), 통신(32%), 가전(10%), 차량(10%), 산업용(9%)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기능에 따라서는 디스크리트(5%), 광학·센서(13%), 아날로그(12%), 로직(27%), 마이크로(16%), 메모리(27%) 등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분류에 정해진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필요에 따라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나누기도 하고, 일반형 반도체(General Purpose IC)와 특수형 반도체(Application Specific IC)로 구분하기도 한다. 일반형이라는 것은 메모리, CPU와 같은 기성 제품을 의미하는 반면, 특수형은 스마트폰이나 게임기 등 특정 용도의 전자기기 또는 서비스에 최적화된 주문형 반도체를 말한다. 일반형 대 특수형의 비중은 현재 65% 대 35%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특수형 반도체의 비중이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실제로 애플, 아마존 등 세트나 IT서비스 업체들의 반도체 설계 참여가 확대되면서, 반도체 설계가 기존 전통적 반도체 업체들의 전유물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생산 전문 업체) 산업은 계속해서 시장의 관심과 조명을 받게 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체들은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크게 종합 반도체 업체(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와 팹리스(fabless)로 구분된다. IDM은 설계·제조·판매를 모두 책임지는 반면, 팹리스는 제품 설계와 판매에만 집중한다. IDM과 팹리스의 비중은 72% 대 28%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IDM 분야의 대표 기업이지만, 팹리스에서 한국 업체들의 존재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나마 실리콘웍스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나머지 팹리스들은 규모나 기술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팹리스는 파운드리와 후공정 전문 업체를 통해 칩을 위탁제조한다. 최종 제품의 소유권과 판매권은 당연히 팹리스에 있으므로, 주요 통계에서 파운드리와 후공정은 제외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파운드리 매출액은 최종적으로는 팹리스의 원가로 잡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도체 업체를 구분하는 것은 개념적인 것일 뿐 실제로는 IDM, 팹리스, 파운드리 모델이 조금씩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기본적으로는 IDM 기업이지만, 파운드리서비스도 제공하고 있고, 설계한 칩을 외부에 위탁생산하기도 한다. 국내 파운드리 업체로는 삼성전자 외에 DB하이텍, SK하이닉스시스템IC, 키파운리가 있고, 후공정 분야에서는 SFA반도체, 네패스, 하나마이크론 등이 있지만, 규모나 기술력 측면에서 아직 세계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
손톱만 한 크기의 반도체 칩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 3개월의 긴 여정을 거쳐야 한다. 솔라셀(solar cell) 제작에 보통 3시간, LCD 패널 제작에 약 2~3일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반도체 제조가 얼마나 난이도가 높고 복잡한 일인지 짐작할 수 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재·부품·장비는 그래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반도체 장비시장은 지난해 약 710억 달러, 소재·부품 시장 규모는 약 550억 달러였다.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는 미국, 일본, 유럽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반면, 소재·부품은 일본, 한국, 대만, 중국 등으로 비교적 골고루 분산돼 있는 상황이다. 한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 중에서는 세메스가 세계 13위로 가장 순위가 높고, 원익IPS, SFA, 유진테크, 테스, 한미반도체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소재 기업으로는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하나머티리얼즈, 솔브레인 등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전자설계자동화 소프트웨어인 EDA(Electronic Design Automation)와 코어 IP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EDA와 IP의 시장 규모는 각각 100억 달러, 50억 달러에 달하는데 미국이 EDA시장의 70%, 코어 IP의 92%(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감안)를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반도체 업체들은 관련 미국 업체들에 사용료를 내고 이를 이용해야 한다. 반도체산업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말할 수 있고, 우리는 그런 미국과 협력적 관계를 강화해야만 하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강점은 지켜내고 약점은 보완할 정교한 정책 필요
지난해 칩 기준 세계 반도체시장 규모는 4,400억 달러로 IMF 기준 세계총생산(GWP)의 0.52% 수준이었다. 반도체가 갖는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0.52%라는 수치는 의외로 낮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으로 눈을 돌리면 반도체가 차지하는 무게감은 완전히 다르다. 지난해 한국 GDP(1조6천억 달러) 대비 반도체 생산액(970억 달러)의 비중은 6%에 달한다. 세계 평균 대비 10배 이상 더 높은 것이다. 반도체가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2%로 압도적이다. 반도체는 한국경제의 버팀목이자 미래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도체는 전자부품의 한 종류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는 시장 규모가 크지 않지만, 핵심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신제품과 첨단 기능들은 따지고 보면 대부분 반도체에 의해 구현되기 때문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결정체로 평가되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는 그 자체가 기본적으로 ‘비트(bit)’로 이뤄진 세상이라는 점에서 반도체는 기존 ‘산업의 쌀’이라는 개념을 넘어 미래 산업의 핵심인프라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전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2%로 미국(54%)에 이어 2위다. 특히 메모리 분야에서는 D램이 70%, 낸드(NAND)가 55%(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 인수 포함)로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 그러나 팹리스 분야와 설계 소프트웨어, 반도체 장비에서는 여전히 점유율이 매우 낮다. 이렇듯 한국 반도체산업은 강점과 약점이 너무나 뚜렷하다. 한국 반도체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강점은 지켜내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전략적이면서도 정교한 정책과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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