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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그리고 코로나19 대유행
정은옥 건국대 수학과 교수 2022년 10월호


2020년 2월 초 이탈리아 북부지역 학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중국 우한에서 신종 감염병인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왠지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코로나19 수리모델링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예감은 현실이 됐고, 우리나라 코로나19 지역확산이 2월 16일부터 대구·경북 지역 중심으로 시작됐다. 사실 우리나라 수학계에서는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유행 전후로 감염병 수리모델링 연구가 활발히 수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실시간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 정책기관과의 소통 부족으로 방역정책에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는 거의 불모지 상태였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은 수학자의 태도도, 정책결정자의 수학에 대한 생각도 바꿔버렸다.

정책결정자와 의사가 수학자를 찾아오는 시대 

코로나19로 국제사회의 경제, 사회, 문화, 보건, 교육 등 우리 생활의 대부분이 바뀌고 달라졌다. 수학계도 이전의 연구실 연구만이 아닌, 질병관리청과 방역정책자와 소통하며 코로나19 방역정책의 선제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게 됐다. 코로나19 이전이 감염병 수리모델링 연구를 하기 위해서 수학자가 질병관리청이나 의사를 찾는 시대였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반대로 정책결정자와 의사가 수학자를 찾는 시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수학자들은 의사, 역학자 그리고 정책결정자들과 소통하며 다학제적인 연구로 수리모델을 개발·활용하고 있다.

여섯 차례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우리나라 국민의 대부분이 감염재생산지수(Rt)라는 단어에 익숙해졌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도래했을 때, 얼마나 많은 감염자 혹은 사망자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대중은 불안과 공포에 떨게 된다. 코로나 시대에 대중과의 과학적 소통, 자발적 행동변화 혹은 방역정책 필요성을 어필하는 데 있어 감염재생산지수는 그 근거가 돼줬다. ‘Rt’는 확진자의 증가 혹은 감소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숫자로 표현되기 때문에 대중이 이해하기 쉬웠고, 그 결과 대중의 행동변화를 유도할 수 있었다. 

Rt가 1보다 크면 감염자 수가 늘고, 1보다 작으면 감염자 수가 감소하게 된다. 예를 들어 2020년 1차 유행 당시 초기 Rt가 1을 훨씬 넘어 6 정도까지 올라갔던 시기가 있다. 그때 1차 유행이 정점을 찍었고, 거의 모든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행동으로 옮기는 현상이 Rt로 분석됐다. 유행 정점 이후 Rt는 1보다 낮아지면서 0.4 정도가 됐고, 그해 4월 말에는 안정권에 접어들면서 Rt가 1 정도를 유지했다. 이렇듯 정책결정자들은 Rt를 1보다 작게 만들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을 통해 유행 규모를 줄이고, 정점을 늦춰 의료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Rt는 어떻게 계산될까? 감염재생산지수는 [감염전파율x(평균 감염기간)]이고, 감염전파율은 [(접촉자 수)x(코로나19에 걸릴 확률)]로 해석할 수 있다. 즉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와 생활 속 거리두기 시기의 접촉자 수가 달라지면 감염전파율이 달라지고 Rt가 결정되는 것이다. 접촉자 수 혹은 접촉 패턴에 대한 데이터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수리모델링’을 통해 확진자 데이터를 역으로 추정해 Rt를 계산한다. 물론 통계적·확률적·인공지능(AI) 방법으로도 Rt를 계산할 수 있다.

수리모델링으로 유행 예측만? 
병상 수 결정, 경제적 비용 분석까지 맡아


코로나19 수리모델링을 하면서 제일 많이 듣던 질문이 “유행 언제 끝나요?”, “정점은 언제죠?”, “다음 주 확진자 몇 명 나올까요?” 등이다. 내가 수학자인지 미래예측자인지 헛갈리게 하는 질문들이다.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수학자가 하는 일은 선제적 방역정책을 위한 예측, 예를 들면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 혹은 의료병상 개수 결정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 수리모델링으로 유행 예측 시나리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혹자는 유행 예측 결과가 잘 맞지 않는다며 숫자적으로만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선예측, 후방역’이다. 유행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이라면 정책결정자들은 강화된 방역정책을 추진할 것이고 이로 인해 예측된 유행보다 규모가 작아질 것이다. 수리모델링에서 유행 예측은 중요하다. 하지만 수리모델링은 유행 규모를 예측하는 것뿐 아니라 효과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백신 제공 우선순위, 치료제 비축량 결정, 경제적 비용 분석 등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유행 당시 정책연구용역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를 수행할 기회가 있었다. 1차 유행 당시 신종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방역정책이 도입되고 대중의 행동변화가 급격하게 나타났다. <그림 1>은 행동변화를 고려한 코로나19 수리모델의 감염흐름도다. 행동변화 수리모델에서는 기본 SIR 모델을 확장해 감염에 노출된 그룹(E: Exposed), 감염시킬 수 있는 그룹(I: Infectious), 확진돼 격리된 그룹(Q: Isolated)을 구분하고, 감수성 그룹의 경우 행동변화가 없는 그룹(S)과 행동에 변화가 생긴 그룹(SF)으로 나눈다. 감염흐름도에서 볼 수 있듯이 확진자 수가 많아지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사람들도 마스크를 철저히 쓰고, 지하철도 안 타고, 사적 모임을 금하고, 학교 개학을 연기하거나 비대면 수업을 하는 등 행동변화가 생겨서 S 그룹에서 SF 그룹으로 옮겨간다. SF 그룹의 감염전파율이 S 그룹보다 작게 나타날 것이고, 이러한 감염전파 감소율 모수()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 S 그룹에서 SF 그룹으로 얼마나 빨리 옮겨가는가를 나타내는 모수(F)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속도를 나타낸다. 

코로나19 초기 유행 당시 행동변화 수리모델링을 연구하면서 우리나라 국민성에 감탄했었다. 유행기간 동안 값이 약 50분의 1 정도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하루 평균 약 100명과 밀접접촉을 했다면, 행동변화가 일어난 그룹의 사람들은 약 2명 정도를 만났다는 의미다. 즉 전 국민이 평균적으로 하루 2명의 밀접접촉이 있을 정도로 행동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또한 수리모델링 결과 전 국민의 90% 정도가 이러한 행동변화 그룹으로 옮겨가는 데 불과 12일 정도가 걸렸다. 수리모델링으로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국민성을 확인할 수 있는 놀라운 결과였다. 

이러한 행동변화 수리모델링은 초기 유행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순기능(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감소)에 대한 치료비용 분석에도 사용됐다. 유행기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행동변화가 실제 일어났던 행동변화 속도(F)에 비해 25% 정도 지체됐다면, 4월 20일까지 17만7천 명의 총 환자 수와 약 1조4,500억 원의 직접 의료비용이 발생할 수 있었다(<그림2> 참조). 또 초기 유행 시 행동변화 강도()가 생활방역 정도로 느슨해졌다면, 치료비용이 30배 정도 증가했을 수도 있음을 수리모델링으로 분석해 냈다. 확진자 수 혹은 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에 대한 예측만을 위한 수리모델이 아니라 비약물적·약물적 중재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같이 고려된 수리모델 개발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수학이 없는 위드 코로나 시대?

장기간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등장, 백신과 치료제 도입, 재감염, 미진단(숨은) 감염자 그리고 백신효과와 자연면역 감소 등으로 수리모델도 엄청나게 복잡해졌다.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이렇게 복잡한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수리모델링이 없다면?”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수리모델링 없는 방역정책을 상상한다면 아마도 답답한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데이터에 근거한 수리모델링은 의학·역학·정책 담당자의 전문성 및 경험과 병행해 좀 더 과학적인 근거를 방역정책에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수리모델링 시뮬레이션 결과는 또 다른 변이바이러스의 출현이 없다 하더라도 백신효과 감소와 자연면역 감소, 미진단 감염자 증가 등에 따른 재유행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젠 수학자들도 정책결정자와 소통하고 협업하며 위드 코로나 시대를 함께 대비하고 대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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