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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에 얽힌 고차 방정식의 해법은?
김도년 중앙일보 기자 2023년 07월호

예년보다 3.4℃ 낮았던 올겨울, 대화의 침묵을 깨는 첫 화제는 어김없이 ‘난방비 폭탄’이었다. 비슷한 풍경을 올여름에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엔 ‘냉방비 폭탄’이 주제다. 역대급 폭염이 예고된 데다 전기요금도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난방은 온수 매트 등 대체 수단이 있지만, 냉방은 전기 외에 다른 수단이 없다”라며 “7월 전기요금은 전월보다 2배가량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기요금은 지난 1년간 가파르게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기료는 전년 동월 대비 25.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가 3.3% 오른 데 비하면 전기 가격 상승세가 유독 가파르다. 정부는 지난해 1분기 전기요금 동결을 끝내고 2분기 1kWh당 6.9원을 인상한 뒤 그해 3분기와 4분기에도 각각 5.0원, 7.4원씩 올렸다. 올해 1분기엔 무려 13.1원을 올렸고 2분기에도 추가 8.0원을 올렸다.
 전기요금 인상이 가져오는 전후방 효과는 광범위하다. 가계의 에너지 관련 고정지출 비용이 늘고, 생산원가 증가가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물가수준도 끌어올린다. 특히 전기요금 인상은 저소득층을 더 고통스럽게 한다. 지난해 소득 상위 20%의 전기·연료비 등 상승률은 5.2%였던 반면, 소득 하위 20%의 상승률은 6.2%에 달했다. 에너지 효율이 좋은 가전제품일수록 더 비싸기 때문에 이런 제품을 갖추기 힘든 저소득층이 요금 인상을 더욱 크게 체감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가파른 전기요금 인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대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공급망에 균열이 일어나며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다.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전쟁 발발 직후 열흘 만에 33%가 뛰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다소 하락했지만, 올여름에는 다시 상승세를 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7월부터 매일 원유 10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고, 다른 석유수출국기구플러스(OPEC+) 회원국도 자발적으로 감산 기간을 연장하기로 한 것은 불안 요소다.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등이 오르면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발전회사로부터 전기를 도매로 사들이는 비용도 늘어난다. 한전은 지난해 기준 전체 발전전력량의 30.2%를 석유·석탄·가스 등을 이용한 화력발전에서 얻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레 전력도매가격(SMP)도 오르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도매가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면 한전은 역마진의 늪에서 빠져나가기 어렵게 되고 이는 만성 적자로 이어진다. 지난해 한전은 32조6천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올해 1분기에도 이미 6조1,766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한전이 적자를 메울 방법은 두 가지다. 전기요금을 올리거나 빚을 내서 막는 것이다. 올해 들어 5월까지 한전채 발행액은 10조 원을 돌파했다. 한전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92조8천억 원에 달한다. 결국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고는 해결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전기요금 인상에 정부도 대책을 내놨다. 취약계층에는 요금을 깎아주고, 전기를 아껴 쓴 가구에는 현금으로 보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6~9월분 전기요금 분할납부 제도도 시행한다.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공공기관과 민간 협회 등이 참여하는 ‘냉방비 절감 지원 전담반’도 만들었다. 그러나 국제 에너지 가격과 한전 적자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이상냉방비 폭탄은 피할 수 없는 골칫거리가 될 공산이 크다. 정부가 전기요금에 얽힌 고차 방정식의 해법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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