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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해설
금융회사의 고객알기제도와 고액현금거래 보고제도 시행
정완규(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 제도운영과장) 2006년 01월호
우리나라에 자금세탁방지제도가 도입된 지 이제 5년째 접어들어 가고 있다. 2001년 11월 재정경제부에 금융정보분석원이 설립되고, 2002년 금융회사의 불법자금에 대한 혐의거래 보고제도가 본격 시행된 초기에는 1개월 평균 보고건수가 10건 내외이었으나, 현재는 1,500여건 이상으로 증가하는 등 짧은 시간에 자금세탁방지제도가 정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자금세탁방지제도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 Financial Action Task Force on Money Laundering)의 권고사항 이행 정도에 있어 선진 외국과 비교해 볼 때 아직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5년 1월 우리나라 자금세탁방지 분야의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특정금융거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고객알기제도’와 ‘고액현금거래 보고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제도들은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 1월 18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거래시 신원·거래목적 확인절차 거쳐야

‘고객알기제도(KYC : Know Your Customer)’란, 금융회사가 자신의 서비스가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에 이용되지 않도록 고객의 신원, 실제 당사자 여부 및 거래목적 등을 확인하는 등 고객에 대해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고객주의의무(CDD : Customer Due Diligence)’라고도 한다. FATF 등 자금세탁방지 국제기구는 각국에 이의 도입을 적극 권고하고 있으며, 외국의 선진 금융회사들도 이미 시행하고 있다. 고객주의의무는 ①계좌의 신규 개설 ②2천만원(외화 1만달러) 이상의 일회성 금융거래 ③자금세탁 우려가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

‘계좌의 신규 개설’이라 함은, 고객이 금융회사에서 예금계좌·위탁매매계좌 등을 개설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와 계속적인 금융거래를 개시할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계약에는 보험·공제 계약, 양도성 예금증서·표지어음의 발행, 금고대여 약정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계좌의 신규 개설’인 경우에는 거래금액에 상관없이 금융거래를 개시할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이상 신원을 확인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은행에서 1천만원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구입하는 경우 2천만원 미만의 일회성 금융거래로서 신원확인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 ‘계좌의 신규 개설’로서 고객주의의무의 적용대상이 된다.

‘일회성 금융거래’라 함은, 금융회사에 개설된 계좌에 의하지 아니한 거래로서 2천만원 이상을 거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면 무통장 입금(송금), 외화 송금·환전, 자기앞수표 발행, 어음·수표의 지급 등이 이에 해당된다. 다만, 국세·지방세 납부, 전화·전기요금 등의 납부 등 공과금 거래는 자금세탁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신원확인 대상에서 제외된다.

‘자금세탁의 우려가 있는 경우’란,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자금세탁과 관련성이 있다고 금융회사가 판단하는 경우를 의미하며, 「특정금융거래보고법」에서는 그 예로 고객의 실제거래 당사자 여부가 의심되는 경우를 들고 있다.

다음으로 신원확인 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금융회사의 신원확인 사항은 개인과 법인 등 고객의 종류에 대해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주로 실지명의·주소·연락처·업종 등이다. 고객이 은행 등 금융회사 방문시 금융회사에서 마련한 일정양식에 기재하는 형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고객알기제도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금융회사의 ‘혐의거래보고제도(STR : Suspicious Transaction Report)’와 차이가 있다. 혐의거래보고제도는 금융회사가 고객과의 거래에서 자금세탁 등 의심스러운 사항을 발견한 경우 이를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는 것이다.

반면 고객주의의무는 이보다 더 넓은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첫째, 고객주의의무 적용대상 거래에 대해서는 반드시 신원을 확인하여야 하며, 고객주의의무를 통하여 수집한 자료는 기본적으로 금융회사가 내부적으로 활용하고 외부에 제공하지 않는다.

둘째, 고객주의의무를 통하여 어떤 금융거래가 의심스러운지 여부를 판단하는 합당한 근거가 되므로 혐의거래보고제도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기초가 된다.

셋째,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고객과의 거래에서 생기는 리스크를 줄이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라는 면에서 혐의거래보고제도와 성격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고객주의의무는 금융실명제와도 차이가 있다. 금융실명제와 고객주의의무는 모두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그 요건 범위 등에 있어 차이가 있다.

고객주의의무의 경우 고객 확인시 금융실명제에서의 실지명의(성명· 주민등록번호 등)를 확인하는 이외에 주소·연락처 등을 확인하는 한편, 고객이 자금세탁 우려가 있는 경우 실제 당사자 여부 및 금융거래의 목적까지 확인하게 된다.


하루 5천만원 이상 거래정보는 FIU에 통보

‘고액현금거래 보고제도(CTR : Currency Transaction Report)’는, 금융회사가 고객과 일정한 금액 이상의 현금거래가 있는 경우 그 내용을 일률적으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는 제도를 말한다.

고객주의의무와 마찬가지로 FATF·APG(Asia Pacific Group) 등 자금세탁방지 관련 국제기구가 각국에 도입을 권유하는 사항이며, 미국·호주·캐나다·대만·태국 등 여러 나라에서 도입·시행되고 있다.

고액현금거래 보고대상은 동일 금융회사에서 동일인 명의로 이루어지는 1거래일간 현금거래(현금의 지급 또는 영수) 합산액이 5천만원 이상인 경우이다. 보고기준 금액은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되어 2008년부터는 3천만원, 2010년에는 2천만원이 될 예정이다.

여기에서 ‘현금거래’라 함은 금융회사와 고객 사이에 이루어지는 현금의 물리적 이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금융회사 창구에서 이루어지는 현금거래뿐만 아니라 현금 자동입출기상에서의 현금 입·출금, 야간 금고에서의 현금 입금 등은 보고대상에 해당되나, 계좌이체·인터넷뱅킹 등 회계상의 가치이전만 이루어지는 거래는 그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5천만원의 합산방법은 하나의 금융회사에서 동일인 명의로 1거래일 동안 일어난 현금거래를 모두 합하는 것이다. 이 경우 지급액과 영수액을 모두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급액과 합산액을 각각 합산하여 기준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보고한다.

그러나 자금세탁의 위험성이 적은 100만원 이하의 송금· 환전, 공과금 수납·지출 금액은 금융회사의 보고 부담을 고려하여 합산시 제외된다.

금융회사의 고액현금거래 보고제도상 보고 내용은 거래자의 이름·주소 등 거래자에 관한 정보와 거래발생일·거래금액 등 거래내역에 관한 정보이다. 이러한 정보는 금융정보분석원에 전산으로 자동으로 보고된다. 보고건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보고기관은 집중기관(은행연합회·증권업협회 등)의 전용망을 활용하여 ‘시스템 對 시스템’으로 보고되며, 보고건수가 적은 보고기관은 일반 인터넷망을 통해 직접 보고된다.

전산보고에 따른 보안 문제에 대처하기 위하여 보고기관으로부터 금융정보분석원에 이르는 모든 보고시스템 구간에 암호화·전자서명 등을 통한 철저한 보안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한편, 고액현금거래 보고제도의 시행으로 연간 1천만건이 넘는 자료가 보고 될 것으로 예상되며, 전체 고액현금거래 보고 자료 중에서 혐의 정도가 높은 거래를 전략적으로 추출하여 분석대상 거래를 등록하고 이에 대한 상세분석을 실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혐의거래보고 분석의 보완자료로도 활용된다. 혐의거래보고는 전체거래의 한 부분만 포착한 일부지만, 고액현금거래 보고 자료에 의한 거래자·관계자의 현금거래 자료 등과 연계하여 분석되면 전체적인 자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되어 분석의 실효성이 제고될 것이다.


금융거래의 투명성 제고 기대돼
고객알기제도와 고액현금거래 보고제도의 시행은 우리나라 자금세탁 방지제도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액현금거래 보고제도상 보고자료 등 객관적인 자료에 의한 심사분석으로 범죄예방 활동의 실효성이 크게 제고되고, 고객알기제도 등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자금세탁방지제도의 운용으로 우리나라의 금융거래 질서가 보다 투명화되는 등 금융 선진화의 계기가 될 것이다.

2005년 11월 말 기준 금융회사의 불법자금 혐의거래 보고에 대한 금융정보분석원의 심사분석이 완료된 1만 7,936건 중 검찰·경찰 등 법집행기관 제공 건수가 3,143건으로서 17.5%에 이르는 등 현행 혐의거래보고시스템으로도 불법자금 방지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고객알기제도와 고액현금거래 보고제도 등 올해 새로 도입되는 제도로 우리나라 자금세탁방지시스템이 보다 효율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금은 불편할 수 있지만 불법자금과 테러의 방지를 위하여 국민 모두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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