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고령화란 노인인구의 비중이 증가하고, 젊은 세대의 비율이 줄어드는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노인의 수가 많아진다는 양적 개념이기보다는 전체 인구 중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는 비율 개념이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인구로 편입됨에 따라 젊은 근로층이 나이 든 근로층으로 또는 퇴직한 노인인구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며, 노인인구의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직면하게 되는 사회·경제적 변화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2050년, 근로자 1.5명당 노인 1명 부양
인구고령화는 국가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전세계적인 범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인구고령화로 인한 노인부양비의 증가는 공적연금의 재원을 부담하는 근로계층의 비중을 축소하고, 연금급여를 받는 노인계층의 수를 증가시켜 연금재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노인 부양비 증가에 따른 연금재정 문제는 흔히 부과방식(pay-as-you-go) 연금제도의 문제로 간주하여, 적립방식 연금제도로의 전환을 주장한다. 그러나 노인부양 부담 증가는 부과방식과 적립방식에 관계없이 연금재정의 위기를 초래한다. 실제로 모든 사회지출은 동일기간의 국민총생산(GDP)에서 충당되며, 연금급여를 지불하기 위해서는 적립기금과 같은 자산이 현금으로 전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부과방식에는 수지상등의 원칙이 충족되지 않는 초기세대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적립방식과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현재 8.7명의 근로자가 1명의 노인을 부양하는 황에서 2050년에는 1.5명의 근로자가 1명의 노인을 부양하는 인구구조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사실은 현재 상대적으로 젊은 국가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늙은 국가 중 하나로 전환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인구고령화에 따른 연금제도 개혁에 있어서 유의해야 할 점은 인구고령화가 불가피한 그리고 불가역적 현상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일이다. 즉, 연금제도 개혁을 통해서 인구고령화의 진행을 되돌리거나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다. 오히려 인구고령화로 대표되는 환경변화에 연금제도를 어떻게 적응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 핵심일 것이다.
따라서 인구고령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증폭시키나 왜곡하지 못하도록 연금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또한 변화된 사회·경제적 환경하에서 노후소득보장이라는 연금제도의 목표를 달성하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공적연금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연금의 사각지대와 재정문제가 딜레마
1998년에 1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작된 국민연금제도는 1999년에 도시지역 거주자까지 확대되면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로 성장하였다. 현재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의 가입자가 경제활동인구의 90%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제도의 시행기간을 고려한다면 놀라운 성과이며, 외형적으로 국민연금이 전국민을 포괄하는 제도로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눈부신 성장을 이룩한 반면에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존재라는 부정적인 측면도공존하고 있다.
국민연금 도입 당시 기존 노인계층에 대한 별다른 대책이 없었고, 현세대 노인계층이 공적연금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그 결과 통계청의 가구소비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기준으로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가진 노인이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28.4%에 이를 정도로 노인계층의 빈곤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차상위계층 실태조사(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0~2005년 기간 동안 노인계층의 빈곤율은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제도가 성숙함에 따라 노인계층의 빈곤문제가 완화되는 것은 사실이나, 국민연금의 납부예외자 및 보험료 장기 체납자의 존재는 향후에도 노인계층의 빈곤문제 해결이 결코 간단치 않음을 시사한다. 2005년 말 현재 국민연금의 납부예외자는 463만명으로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27.1%에 달하며, 1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은 장기 체납자도 195만명에 달한다.
이러한 상태가 향후에도 유지된다면, 연금가입자 중 22% 정도는 연금수급권을 획득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광범위한 사각지대와 더불어 국민연금의 대표적인 문제는 재정 불안정 문제이다. 연금재정의 불안정은 부담과 급여의 불균형, 즉 ‘저부담-고급여 구조’가 원인이다. 연금제도 성숙에 따른 수급자의 증가와 베이비붐 세대가 한꺼번에 은퇴하는 시기가 맞물려 2020~2030년대에 연금재정의 불안정성이 극대화될 것이다. 또한 저출산 현상으로 인하여 연금재정의 불안정성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연금재정의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입을 확대하고, 지출을 감소시키는 제도개혁이 불가피하다. 선진국의 경우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연금제도의 목적을 대단히 성공적으로 달성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연금제도에 대한 광범위한 신뢰가 형성되었다. 연금제도의 눈부신 성공 이후에 인구고령화로 인한 재정 불안정 문제에 직면하였으나 연금제도에 대한 지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재정불안정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개혁을 진행하였다.
반면, 우리의 경우 연금제도에 대한 지지 기반이 미약하고 제도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재정안정화를 위한 제도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선진국과 차이를 보인다. 재정안정화를 위한 제도개혁을 조기에 추진하는 이유는 연금제도의 기득권이 작을수록 제도개혁의 저항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득권이 작다는 점은 제도에 대한 지지기반이 미약하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재정안정화를 위한 제도개혁은 연금제도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고 동시에 연금제도의 해체에 대한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양 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광범위한 사각지대와 연금제도의 재정문제는 연금개혁에 있어서 딜레마 상황을 초래한다. 연금제도의 보편성을 확보하고 연금급여의 내실을 확충하는 제도의 성장전략과 재정문제 해결을 위한 지출감축전략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수직역연금이라는 제도의 존재는 공적연금제도의 대상자 간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제도개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특수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향후 연금제도개혁에 중요 요인으로 부각될 것이다. 특수직역연금이 소수집단에 대한 특혜적 제도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별개의 제도로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반면에 직역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하나의 제도로 통합한 것 역시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보편적 제도를 공유하는 기반으로 직역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별도의 제도를 배열하는 이원화 구조는 상당한 의의를 갖는다.
거대한 규모의 연금기금이 있다는 점 역시 연금제도의 개혁방향을 모색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인이다. 매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기금이 채권시장에 집중됨으로써 금융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음은 물론,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또한 ‘연못 속 고래’로 표현되는 바와 같이 거대한 규모의 기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현행 국민연금제도하에서 기금의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하여 2020년대 중반에 GDP 대비 4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30년대 중반에는 연금의 재정수지 적자가 발생하여 불과 10여년 사이에 기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기금의 급격한 증가와 감소는 국가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료 인상과 급여 인하에 따라 현행제도에 비해 연금기금의 규모가 더욱 커진다. 재정추계에 의하면 2040년대 중반에 기금규모가 GDP의 70%에 달하며, 이후에 2060년 이후에 재정적자로 인하여 급격한 속도로 기금이 축소된다. 이는 시간의 차이가 있겠으나, 현행제도와 동일한 패턴을 보인다는 점에서 연금기금의 급격한 규모 변화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국민연금 제도개혁을 모색함에 있어서 기금규모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대비책 또는 완화방안이 포함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층체계 구축으로 대상 효율성 높여야
국민연금제도 개혁은 제도의 보편성, 급여의 적절성, 재정적 지속가능성의 확보라는 상호 모순되는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하나의 제도를 통해 상이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연금제도의 설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제도의 구성 원리와 역할에 따라 세분화하고, 이를 중층적으로 배열함으로써 다층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구체적으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노후에 최소수준의 소득보장을 담당하는 제도를 기반으로 하고, 강제가입과 기여-급여의 연계를 기반으로 장기저축의 역할을 담당하는 제도, 급여의 적절성 확보와 개인의 능력, 직업간 차이를 반영하는 퇴직연금으로 구성해야 한다.
소득재분배를 통한 보편적 기초소득보장과 관련해서 크게 두 가지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하나는 기초연금 도입을 통한 연금제도의 구조개혁이고, 또 다른 하나는 노령수당(경로연금)의 점진적 확충 방안이다.
사회수당 방식의 기초연금은 일정 연령 이상의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액수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초연금의 급여 수준을 높이면, 노령층의 빈곤제거 효과는 확실하나, 장기적으로 재원을 감당하기 어렵다. 반면에 재원문제로 급여수준을 낮추면, 빈곤제거 효과가 낮아져서 사실상 기초연금제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된다.
현행 노령수당제도는 제한된 대상자에게 낮은 액수의 무기여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제도의 특성상 지급액수는 기여에 의한 연금급여의 최저 수준 미만으로 제한될 것이다. 따라서 노령수당제도를 통한 노인 빈곤문제의 해결은 정치적 수사(rhetoric)에 불과하다.
재정적 압박을 완화하면서 보편적 기초소득보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상효율성(target efficiency)을 높이는 것이 유력한 방안이다. 이는 연금지출의 총량을 축소하지만, 저소득층에게 재원을 집중적으로 할당하는 것이다. 소득계층에 따른 차등적 재원배분은 공적연금의 본래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연금재정의 불안정성을 통제하는 데 유력한 대안이다.
대상효율성을 강화하는 연금제도는 최저소득보장 혹은 최저보증연금 등을 들 수 있다. 우리의 경우에 대상효율성의 강화를 통한 보편적 기초소득보장을 위해서는 일정연령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보충형 방식의 기초연금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기초소득보장연금은 현행 공공부조, 경로연금 및 국민연금의 일부 역할을 대체하는 것으로 조세를 재원으로 한다. 다만, 제도 전환기에 현행 연금기금을 활용함으로써 기금규모를 축소하면서 단기적인 재원조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보편적 기초소득보장이 가능해진다면, 현행 국민연금은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소득비례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은 제외하고, 기여와 급여가 비례하는 장기저축의 역할을 담당한다. 소득비례연금의 재정안정성은 구조적으로 달성될 수 있어야 하며, 확정기여적 요소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명목확정기여방식(NDC)이나 확정급여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유연한 방식의 확정급여제도란 생산담당인구의 소득(보험료)과 수급자의 급여를 일정한 비율로 고정하는 방식으로 FRP(fixed relative/ratio position)라 지칭한다. 이 경우 보험료와 급여는 인구구조와 생산성 변화를 반영하여 주기적으로 조정하게 되며, 인구고령화에 따른 변화가 생산담당인구와 노령인구 양 쪽으로 분산된다. 이러한 방식의 급여산정을 활용하고 있는 사례는 독일, 일본 그리고 프랑스의 2층제도 등이다.
국민연금제도의 개혁은 회피하지 말아야 하며, 회피할 수도 없는 사안이다. 제도개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대안을 설계하는 것만으로 불충분하다. 연금개혁의 성패는 국민들이 변화를 수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결국 국민연금의 가장 문제점은 사각지대도, 재정불안정도 아닌 제도에 대한 높은 불신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제도 개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대화와 설득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필수이다. 또한 인구고령화와 같은 경제·사회적 환경변화에 연금제도가 어떻게 적응해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제도개혁 내용의 핵심일 것이다. 사회적 합의 도출, 환경변화에의 적응 등 어느 것 하나도 쉬운 것이 아니며,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동반되어야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