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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대ㆍ중소기업 협력관계는 대한민국 경쟁력의 뿌리
이장우(한국중소기업학회장,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2011년 02월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관계는 산업경쟁력의 근간을 이뤄왔다. 1970년대 이후 대기업 중심의 수출 드라이브정책은 좁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중소기업들은 부품공급 기지로 대기업의 활동을 지원했다. 이러한 협력적 관계는 21세기에도 이어지고 있으며, 이제는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관계 설정이 필요하게 됐다.

제조업 부문 중소기업 비중은 80%에 육박

우리 중소기업들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중화학공업 육성시책의 일환으로 대기업 부품공급을 위해 본격적으로 육성됐다. 특히 1975년 제정된「연관생산육성법」을 기초로 중소기업들은 부품공급업체로 다양한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대기업들의 수출과 생산이 급증함에 따라 성장의 기회를 얻었다. 그 결과, 제조업에서 중소기업 업체 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1976년만 해도 45% 이하 수준이었으나, 1990년대 초반이 지나자 70%를 넘어섰고, 지금은 80%에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제조업 고용 추세도 1976년 2백만명 미만의 종업원이 제조업에 근무하던 것이 1987년에는 3백만명을 돌파했다.
이렇듯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양적으로 성장하며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어냈지만 다른 한편으로 불균형 성장구조가 고착됐다. 한마디로 적자(嫡子)와 서자(庶子)의 전통을 남긴 것이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존재하는 교섭능력의 절대적 차이를 의미한다.
이러한 교섭능력의 절대적 차이는 그동안 수많은 불공정 거래관행을 만들어냈다. 제일 심각한 것은 부당단가 인하 요구이다. 중소기업중앙회 통계에 의하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전부 반영해 주는 경우는 100건 중 7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신에 가격 하락 시 즉각적인 단가인하 요구가 들어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두 번째로 심각한 것은 부당 거래조건이다. 재무정보나 기술 자료와 같은 기밀사항들을 정기적으로 제출해야 하고 결제기간 단축 등을 빌미로 대금가격을 또 다시 깎는다. 세 번째는 기술 탈취다. 납품과 거래를 빌미로 기술 자료를 요구하고 기술 탈취 후 거래를 중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러한 불공정 거래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물론 수십 년간 굳어 온 대기업 중심의 경제발전 정책에 있다. 전체 기업수의 99%를 중소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수출과 GDP 성장을 이끌어 온 것은 사실상 대기업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묵묵히‘을’의 위치를 지켜온 다수 중소기업들은 그저 감성적으로 호소할 뿐이었다. 정부도 지난 수십년 동안 중소기업들의 딱한 처지를 살펴 경제적 약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들을 개발했다. 그러나 이 정책들은 사실상 대기업 육성을 위한 것이었다. 대기업들의 대량생산시스템 유지를 위한 부품공급처로서 중소기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러한 적자와 서자의 전통이 지금까지 남아 있으면서 진정한 동반성장의 관계를 방해하고 있다.

성장잠재력 제고 위해 동반성장은 반드시 필요

21세기 경제 환경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원하고 있다. 20세기 산업화는 수출과 대기업이 주도하는 압축성장의 패러다임을 만들었고, 빈곤탈피와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지금은 이러한 압축성장을 동반성장으로 업그레이드시켜야 할 때이다. 그래야 선진경제로 도약할 수 있는 경제체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사상 처음 수출이 세계 7위로 도약하고 무역흑자도 2년 연속 400억 달러를 달성했지만, 이러한 성과가 중소기업과 내수시장에 파급돼야 선진경제 도약을 위한 활력이 생겨난다. 이러한 의미에서 동반성장은 대ㆍ중소기업 간은 물론, 중앙과 지방, 제조와 서비스업 모두에서 이뤄져야 한다.
동반성장은 단순히 성과의 분배 문제가 아니다. 분배 이전에 성장 잠재력의 근본적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잠재력은 갈수록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선진국형 체질로의 구조적 개선 없이는 이러한 감소 추세를 되돌릴 수 없다. 대기업의 수출개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에 대한 열정과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대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21세기의 지식혁신형 창조경제에서는 개발비용을 늘려도 투자회수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정보통신 혁명으로 경쟁은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 환경에서는 아무리 글로벌 대기업이라고 해도 열정과 창조력을 잃으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제약산업의 경우, 약품 하나를 개발하는 데 10억달러까지 소요되는 반면 신약으로 성공하는 건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도 투자비용 회수의 불확실성 증대로 협업을 통한 연구개발 비용의 절감에 부심하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들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중소기업들과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연구개발비를 절감하고 불확실성을 감소시켜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은 대ㆍ중소기업의 관계가 시혜적인 상생협력에서 윈-윈의 동반성장이라는 보다 진일보한 단계로 진입할 것을 요구한다.
선진국 진입의 고지를 눈앞에 둔 우리 국민들이 공정사회 구현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공정사회란, 압축성장의 주역들로부터 이익을 강제로 나눠 갖는 것이 아니다. 공정사회 구현은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균등하게 기회를 갖게 하는 데 있다. 모두가 기회를 누리며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정사회의 핵심이며, 선진경제를 이룩하는 밑바탕이다. 이러한 밑바탕 없는 불균형 성장으로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중소기업, 지역, 서비스업 등 모두에게 기회를 부여하고 다양한 역량을 결집해야 진정한 선진형 경쟁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
지금 대기업은 급속성장의 조급함에서 탈피해 글로벌 시장에서 존경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생존이라는 긴박감으로부터 벗어나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통해 강소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따라서 동반성장 정책은 열정과 창조력으로 무장한 강한 중소기업들이 공정한 기회를 누리며 대기업과 협력해 글로벌 경쟁력을 창출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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