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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정당한 사유 없이 ‘납품단가’ 못 깍는다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하도급총괄과장 ) 2011년 02월호
2008년 세계 금융ㆍ경제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빠르게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대ㆍ중소기업 간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이 수익성이 낮은 저부가가치 하도급 거래에 집중하고 있으며, 성장을 위한 R&D 투자 여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대기업은 협력 중소기업을 동반성장의 파트너가 아닌 단기적인 원가절감 수단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신청권을 부여

하도급 거래질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제도개선 및 법집행 강화 노력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관행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거래질서 개선방안은 일방적인 대기업 규제와 중소기업 보호가 아닌 대ㆍ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됐다. 또한, 대ㆍ중소기업 간 거래질서 문제는 수십년간 지속돼 온 문제로 정부의 제도개선과 법집행 강화 노력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따라서 근본적인 관점에서 대기업 스스로 의식ㆍ행태ㆍ가치ㆍ문화를 바꿔나가도록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번 개선방안의 내용을 담고 있는 하도급법 개정안에는 조합의 납품단가 조정협의 신청권, 부당감액 입증책임 전환, 기술자료 요구 시 서면교부 의무화, 하도급법 적용범위 확대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피해예방 및 신속하고 용이한 권리구제 등을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하도급법 개정안이 신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중소기업(수급사업자)의 납품단가 조정신청 기피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협의 신청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원재료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에도 거래중단 등의 불이익 우려 때문에 대기업(원사업자)에게 쉽게 납품단가 조정협의 신청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정한 요건이 성립하는 경우 조합이 조합원들의 납품단가 조정을 일괄적으로 신청하게 되면 수급사업자의 납품단가 조정신청 부담이 경감될 수 있다.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일부에서는 납품단가 연동제 등과 같은 제도의 도입을 주장했으나, 시장경제 원리에 상충되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최종 대책에서 제외됐다.

둘째, 부당감액으로 인한 수급사업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원사업자가 당초 계약에서 정한 하도급 대금을 정당한 사유 없이 감액하지 못하도록 입증책임을 전환했다. 원사업자가 하도급 대금을 감액할 경우 그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감액사유, 감액기준 등이 명시된 서면을 사전에 교부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中企 간 하도급법 적용범위 확대

셋째, 중소기업의 기술자료를 보호하기 위해 사전에 목적, 비밀유지, 권리귀속 등이 기재된 서면으로 요구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기술자료 탈취ㆍ유용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사업자가 고의ㆍ과실 여부를 입증하도록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한편, 손해액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법원이 직권으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는 명시적 근거도 마련했다.

넷째, 중소기업 간의 하도급법 적용범위를 확대했다. 최근 들어 대기업과 1차 협력사와의 거래질서는 상당부분 개선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반면, 1차 협력사와 2차, 2차 협력사와 3차 협력사 간의 거래질서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간에 하도급법이 적용되기 위한 매출액 또는 종업원 수 2배 기준을 폐지하고 원사업자의 매출액 또는 종업원 수가 수급사업자보다 크면 하도급법이 적용되도록 추진하고 있다.

다섯째,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 신속한 납품단가 조정을 위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 등에는 바로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신청이 가능하도록 ‘즉시조정신청(Fast Track)’ 제도를 도입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 개정사항 이외의 고시ㆍ지침 등의 제도 개선사항에 대해서는 이미 제도개선을 완료해 시행하고 있다. 기술자료 탈취ㆍ유용행위 유형 예시, 기술자료 보호를 위한 일방적인 사업장 출입 금지, 계약내용 확인 요청서 서식 제정 등의 내용이 하도급거래 공정화지침에 반영됐다. 하도급법 위반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 한도를 법위반 금액의 4배에서 5배로 상향하고 기술자료 탈취ㆍ유용행위를 원칙적 과징금 부과대상으로 추가하는 등 하도급 과징금 부과 기준도 개정을 완료했다. 이와 함께 동반성장 협약 절차ㆍ지원 기준도 개정해 2차 이하 협력사가 납품단가 조정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납품단가 조정정보 공유 시스템의 구축을 유도하고 구매담당 임원 평가 시 동반성장 추진실적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였다.
하도급법 개정 등 제도개선 만으로 대ㆍ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문화가 정착되기는 어렵다. 궁극적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의식과 행태가 바뀌어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 대기업은 협력 중소기업을 자신의 네트워크 경쟁력을 결정하는 동반자로 인식해야 하고, 중소기업도 자기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동반성장 협약은 이러한 자율적 동반성장 문화 정착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동반성장 협약을 통해 대기업은 스스로 불공정 거래관행을 개선하고 자발적으로 납품단가 조정, 금융지원, 기술지원 등을 통해 협력 중소기업을 지원하게 된다. 2010년 말 현재 29개 기업집단의 165개 대기업이 6만여 개의 협력사와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향후에도 공기업ㆍ유통분야 등으로 협약 체결을 확대하고 1차 협력사와 2차 협력사 간의 협약체결도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대기업과의 의사소통을 강화해 대기업 스스로 동반성장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동반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중소기업과의 관계를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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