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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발칙한 상상으로 세상을 바꿔라!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2011년 02월호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박원순(54세)을 수식하는 단어는 너무 다양하다. 검사 출신 인권변호사. ‘아름다운 재단’을 만들어 기부문화 정착에 앞장선 사람. ‘아름다운 가게’를 열어 쓰지 않던 물건에 숨결을 불어넣은 사람. 희망제작소를 세워 시민을 위한 싱크탱크를 지향하는 사람.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로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 등등. 그를 만나 그가 꿈꾸는 사회의 모습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과제들을 풀어야 하는지 이야기 들어봤다.


1991년 영국 유학 시절 그는 헌 물건을 판 수익으로 제3세계 지원 활동을 하는 옥스팜(Oxfam)의 상점들을 눈여겨봤다. “처음에는 참 신기했어요. 우리는 중고 물건에 대한 편견 때문에 사용하기를 꺼리는데, 이것이 문화의 차이구나 싶었죠.”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2002년 아름다운 가게를 설립했다. 아름다운 가게 역시 기부 받은 물건의 수익금을 제3세계 국가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용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이 가게를 설립할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를 말렸다고 한다. 물건을 기부 받을 수는 있어도 이것을 누가 돈을 주고 사겠냐는 것이었다. “기부 받은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기업가들의 생각이지요. 저는 사회 활동가잖아요. 안되면 되도록 바꾸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는 값비싼 명품 등을 선호하는 겉치레, 물질만능 주의가 팽배해 있었다. 그는 여기에 당당히 맞섰다. 겉치레가 아닌 내면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적 운동 차원에서 아름다운 가게를 설립한 것이다.

영국의 옥스팜을 통해 ‘아름다운 가게’ 창안

박원순 상임이사는 어떠한 일을 하고자 할 때 최고의 덕목으로 ‘도전’과 ‘창조’를 꼽는다. 아름다운 가게는 어떠한 기반이나 스폰서 없이 맨주먹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를 무모하게 승부하지 않고, 창조적인 방법으로 도전했다. 움직이는 가게를 만든 것이다. 헌 차를 개조해 물건을 가득 싣고 대학교 행사나 지역축제 등을 돌아다녔다. 이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물건도 팔고 홍보도 하는 1석 2조의 효과를 거뒀다. 그는 창조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아이디어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말한다.

현재 아름다운 가게는 전국 110개로, 연 25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가게의 성과에 놀라워한다. 하지만 그는 단지 직영가게가 늘어난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 땅에 재활용 문화를 널리 퍼트린 것이 더 큰 성과다. 또 거창하게 큰돈으로만 기부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사회적기업을 통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고 팔면서 기부할 수도 있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목이 마르다. 전국 지자체가 260개임을 감안하면 110개의 숫자는 아직 부족하다. 또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재활용과 기부 문화를 더 많이 전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름다운 가게의 노하우를 통해 나눔과 기부에 앞장서는 사회적기업이 더 많이 육성돼야 합니다. 현재 필리핀, 인도 등에 지원을 하고 있지만 더 많은 국가 그리고 그 나라의 문화에 맞는 전략적 접근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의 명함에는 ‘소셜 디자이너’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패션 디자이너나 인테리어 디자이너처럼 우리 사회도 어떻게 하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지 늘 고민했죠. 그러다 문득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바로 디자이너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architect’(건축자, 설계자)라는 단어도 생각했지만 거창해 보이는 거 같아 소박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디자이너를 선택했단다. 그는 자신뿐 아니라 시민운동가, 정치인, 언론인, 공무원 모두가 소셜 디자이너라고 말한다.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은 ‘재미’

항상 변화를 선도하는 그의 생각의 뿌리는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많은 일들을 벌릴 수 있을까? 그는 ‘재미’라고 한마디로 답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즐겁고 또 이것을 성취하니 재미있을 수밖에 없어요. 보람도 매우 크고요. 우리 사회를 좋게 바꿀 수 있는 아이템이라면 뭐든지 고민하고 행동에 옮깁니다. 이것이 저의 원동력이죠. 물론 제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성공했으면 세상이 아직 이것밖에 안되겠어요?(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곳곳에서 자그마한 변화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에너지가 넘칠 수밖에 없죠. 그리고 진정한 기업가는 자신의 성취물에 연연하지 않고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미래사회의 핵심 키워드로, ‘협력’과 ‘파트너십’을 뽑았다. 정부가 아무리 역할을 잘해도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민간과 정부의 협력을 강조한다. “영국은 작은 정부, 큰 사회를 표방하면서 공공서비스의 생산자는 민간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지금 선진국들은 민간과 어떻게 파트너십을 맺어 나갈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는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미래가 훤히 보인다고 말한다. “미래는 별것이 아닙니다. 현재 선진국이 가고 있는 길이고, 합리적인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길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미래는 생태ㆍ문화예술의 가치가 높이 평가받는 사회, 거버넌스(governance)가 중요시되는 사회, 나눔과 파트너십, 창조성이 우위에 서는 사회다.

그는 난제 중 난제인 청년실업 문제도 상상하면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한다. 디자이너라는 한 직업을 가지고도 변기만을 디자인하는 변기 디자이너, 보도블록만을 전문적으로 디자인하는 보도블록 디자이너, 벽지 디자이너, 명함 디자이너 등 다양한 주제를 전문화해 직업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소셜 디자이너도 저 스스로가 만들어 낸 직업이지요. 청년들이 하나의 말을 만들어서 그것을 직업이라고 얘기하면 그 말이 직업이 되고 일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지 못한 청년이 있다면 독서나 인턴 등 다른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반드시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와 운명적 비전을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의 청년들이 혼자 잘살고 출세하는 것보다 우리 사회 공동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그런 이들은 분명 우리 사회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 전체를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 이가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긍정적으로 변해 갈 것이며, 우리가 쌓아온 희망들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안선경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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