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우리 경제는 괄목할 만한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100달러에도 못 미치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훌쩍 넘어섰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빠른 속도로 극복했다.
이처럼 성공적인 경제발전에는 선택과 집중에 의한 산업화전략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이 이제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과 경제전반의 성장으로 제대로 파급되지 못하면서 산업생태계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성장동력도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대기업은 급속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고용을 창출하지 못했고 중소기업은 380만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만들어내고도 겨우 3개 기업만이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대기업의 고용창출에 한계가 있음을 고려할 때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창업과 성장이 중요한 성장동력이 된 것이다.
대기업-중소기업-정부 간 삼각 공조 프로그램 강화
대기업 스스로도 중소기업과의 관계 정립이 불가피해졌다. 세계시장에서의 경쟁 양상이 개별기업 단위에서 기업네트워크 단위로 전환되면서 역량 있는 중소기업과 신뢰할 수 있는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조립ㆍ가공산업에서는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의 경쟁력이 완성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진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함께 커나갈 때 우리 기업의 생존과 성장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공정위는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동반성장이 핵심적인 기업문화로 정착되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07년 9월부터 진행해온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에 관한 협약’(이하 협약)이다. 이 협약은 대기업이 중소 협력기업에게 공정거래와 상생지원을 약속하고, 중소 협력기업은 대기업에게 생산성과 경쟁력 제고를 약속하며, 공정위는 이러한 약속의 이행실적을 평가하여 결과에 따라 조사면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동반성장을 위한 대기업-중소기업-정부 간 삼각 공조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협약제도가 작년부터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협약을 체결한 기업 수가 2011년 말을 기준으로 110개가 되어 사상 최초로 세 자릿수를 돌파했다. 우리 경제를 대표하는 민간대기업이 망라되었음은 물론 공기업도 협약에 대거 동참했다. 2007년 9월 이후부터 보면 총 193개 대기업이 6만3,988개 중소 협력기업과 협약을 체결하고 총 4조5,525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양적 확대에 더해 질적 개선도 이뤄졌다. 자금ㆍ기술ㆍ교육지원을 유도하는 데서 나아가 납품단가 조정과 같은 핵심거래관행의 개선을 견인할 수 있도록 협약기준을 대폭 개정했다. 매출액과 하도급거래 규모가 큰 기업을 대상으로 공정위가 협약체결을 권고할 수 있도록 했고 협약내용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공정위가 중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올해는 개정된 협약기준에 따라 동반성장문화를 더욱 내실 있게 확산할 계획이다. 협약을 적극 확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산업 전반에 걸쳐 협약으로 연결되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다. 협약기간이 만료한 기업에 대해서는 재협약을 독려하고 55대 집단, 1차 이하 협력사 간 협약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협약체결기업에 대해서는 현장 확인을 통해 엄정하게 이행실적을 평가하는 한편, 협약이행 평가의 효율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동반성장협약 이행평가 포털’도 구축한다. 온라인을 통해 이행실적 자료를 제출하고 이행상황을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질서 구현으로 건강한 산업생태계 구축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창업되고 고용과 투자를 통해 성장해갈 수 있는 건강한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중소기업 간 거래질서의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대기업이 협력업체가 공들여 개발한 기술을 탈취하고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인하하면 협력업체는 경쟁력 제고는커녕 생존 기반마저 흔들리게 된다. 구두로 계약을 발주하는 후진적인 관행도 부당한 계약취소, 대금감액 등으로 이어져 중소 협력기업에게 피해를 초래한다.
공정위는 작년 한 해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질서 구축을 위한 제도적 인프라를 전면 확충했다.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대금감액과 기술자료 제공 요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사전에 서면을 교부하도록 의무화했다. 원재료가격 급등에 따라 납품단가 조정이 필요할 경우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대신하여 납품단가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 개별 중소기업의 취약한 교섭력을 보완했다. 또한 구두발주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근거를 도입하고 기술탈취에 대해 징벌적인 3배 손해배상책임을 도입했다.
올해에는 이러한 제도적 변화를 바탕으로 대-중소기업 간 거래관행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부당 단가인하, 기술탈취, 구두발주 등 3대 핵심 불공정행위를 중점 조사하여 시정하고, 서면실태조사 결과 법 위반 혐의가 다수 포착된 업종과 거래단계에 대해서도 직권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법 위반에 따른 피해가 사전에 차단되도록 선제적 예방활동을 적극 강화할 계획이다.
작년 제조업종 6만개 사업자에 이어 올해는 건설ㆍ용역업종 6만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하여 기업들의 법준수의식을 제고하고 법 위반 혐의를 적극 포착할 것이다. 특히 부당 단가인하, 기술탈취 등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위반행위의 경우 중소 협력기업과 상시 정보채널(‘핫라인’)을 설치ㆍ가동하여 동향과 애로사항을 신속하게 파악할 것이다. 기업 스스로 하도급법을 지키고 법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권리ㆍ의무에 대한 교육ㆍ홍보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 INTERVIEW
포털 구축으로 등록부터 피드백까지 한번에!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과장)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에 관한 협약’ 기준이 개정되어 협약이행 실적을 더욱 엄정하게 평가한다고 들었다. 달라진 평가기준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중소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납품단가 조정 및 판매수수료 개선 항목 등에 대한 평가를 대폭 강화해 핵심 거래관행이 개선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협약이행의 차질 없는 확보를 위해 중간점검 제도를 도입하고 엄정한 평가를 위해 현장 확인을 강화했다.
- 평가 결과는 어떻게 등급화되며 인센티브는 무엇인가?
평가 점수에 따라 최우수(95점 이상), 우수(90점 이상), 양호(85점 이상), 미흡(85점 미만)으로 나뉘며, ‘최우수’ 기업에 대해서는 직권조사와 서면실태조사 2년 면제, ‘우수’ 기업은 1년 면제, ‘양호’ 기업은 서면실태조사 1년 면제의 인센티브가 있다. 아울러 ‘양호’ 이상 기업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위원장 표창을 수여한다.
- 이미 협약이 체결된 기업과 향후 신규로 협약을 체결할 기업 간에 차별은 없는가? 평가기준 개정으로 신규 협약체결 기업은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강화된 평가기준이 신규체결 기업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1~2차 협력사 간 협약체결 유도 등 몇 개 항목에 대해서는 1년간 적용을 유예했다.
- 협약체결 후 평가를 받지 않거나 평가 결과가 미흡한 기업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협약체결 후 중간점검 등을 통해 기업들의 협약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미진한 부분이 있는 경우 이행을 독려하고 있다. 아울러 평가를 받지 않거나 평가 결과가 미흡한 기업에 대해서는 향후 공정위 직권조사에 우선적으로 포함시키는 등의 조치를 통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약이행을 유도할 예정이다.
- 동반성장협약 이행평가 포털을 구축한다는데 포털은 어떤 기능을 하는가? 또 언제부터 이용할 수 있는지?
동반성장협약 이행평가 포털은 협약체결에서 평가까지의 모든 과정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평가대상 기업이 평가항목별 실적자료를 온라인상으로 직접 등록하고 이를 관리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중간점검 결과 등 진행 상황의 개별 기업 통보 및 협약이행 우수사례 소개 등 다양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기능까지 포함할 예정이다. 이행평가 포털은 올해 연말까지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에 있어 내년부터는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