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후를 1차 벤처붐이라고 한다면 2010년 전후로 2차 벤처붐이 나타났다. 현재의 벤처현상이 1999~2000년 당시 벤처붐과 가장 큰 차이점은 자금의 과잉공급현상(overcapitalization)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 당시 벤처현상은 붐을 넘어 광풍현상이 있었고 급속한 거품 붕괴로 인한 후유증이 매우 컸다.
이렇게 벤처거품이 크게 일어났던 원인은 IMF 외환위기 이후 침체된 경기활성화의 수단으로 정부 주도적으로 벤처붐을 촉진한 점과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의 유입, 글로벌 ITㆍ인터넷붐이 겹치면서 단기간에 버블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또한 버블 현상에 편승한 주가조작, 분식회계, 묻지마 투자 등이 가세해 벤처가 불법과 투기의 온상이 됐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벤처생태계의 건전성이 약화되고 수많은 투자손실이 발생하자 벤처에 대한 부정적 사회인식이 형성됐고 상당기간 벤처생태계의 침체가 나타난다.
글로벌 경쟁력 높아져…기술혁신형 벤처 창업은 약화
정부는 2005년 벤처재도약 정책을 추진해 투자나 보증기관 주도형 벤처성장을 촉진하고자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던 차에 2008년 이후 모바일과 SNS 시대를 맞이하며 제2의 벤처붐을 맞게 된다. 여기에 정부 주도로 녹색, 융합 등의 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하면서 관련 산업의 창업이 활성화됐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한국의 자동차, 반도체, 모바일 폰, 디스플레이, 조선 등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연관 벤처기업의 성장에 기여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확산과 모바일 앱 시장 형성이 2차 벤처붐 현상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
1차 벤처붐 당시는 20~30대의 CEO 비중(2000년 54.5%)이 매우 높았지만 2010년 19.3%, 2011년 19.5%로 위축됐다. 그러나 최근 20대 대학생 창업이 활성화되고 다수의 성공모델이 나타났다는 점이 새로운 현상으로 보인다. 이는 청년세대에 창업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도전정신이 형성된 결과이며, 창조성과 혁신마인드를 갖춘 신세대의 등장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지난 10여년간 다양한 형태의 창업교육이 이뤄지면서 신세대 창업자의 기업가적 역량이 향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동원해 청년창업을 촉진하고 있지만 과도한 실패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체계적인 교육ㆍ훈련을 위해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 1세대의 적극적인 역할이 있어야 한다.
1차 벤처붐 당시에는 우수 전문인력의 시장참여가 일시적으로 활성화됐으나 현재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특히 이공계 전문인력의 창업의욕이 저하돼 기술혁신형 벤처 창업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 교수나 연구원 등의 창업시장 참여도 10년 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그 당시 버블 붕괴의 후유증이 매우 커 벤처에 대한 부정적 사회인식이 형성된 결과다. 혁신기술에 기반한 기업가정신의 침체 현상이 지속되면 향후 벤처생태계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창업기업은 증가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의 ‘2012년 벤처기업 정밀실태조사’에 의하면 매출처 유형별로 분류해 볼 때 해외시장 지향형(B2W)의 평균 매출액 규모가 141억원, 매출액증가율이 36.4%로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는 창업기업의 글로벌 지향성, 즉 태생적 글로벌 기업이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10년 전에 비해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졌으며 창업팀의 해외경험이 풍부해졌고 언어장벽도 낮아진 결과로 생각된다.
‘묻지마 엔젤’에서 ‘전문화된 엔젤’로
지난 수년간 창업 초기기업을 지원하는 엔젤투자의 전문화가 이뤄지고 있다. 1차 벤처붐 당시 엔젤투자는 대다수가 전문성이 결여된 소위 ‘묻지마 엔젤’이 많았다. 최근엔 1세대 벤처기업가들이 만든 프라이머나 본엔젤스 등 엔젤투자펀드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벤처기업인에 의한 창업 인큐베이팅 회사도 설립되고 있다. 1차 벤처붐 당시는 대학이나 지자체가 설립한 인큐베이터가 주를 이뤘지만 대부분이 성공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나타나고 있는 창업성공 경험을 가진 벤처기업가가 주도하는 인큐베이팅은 차세대 창업기업가를 양성하는 데 긍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가 엔젤투자를 위한 지원센터를 만들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민간 자본의 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미국의 벤처생태계에서 엔젤투자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에 비춰볼 때 엔젤투자 활성화는 벤처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차 벤처붐과 가장 큰 차이점은 창업자나 투자자 모두 매우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이는 버블의 후유증을 경험한 선배 기업인들의 코칭과 멘토링이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적절한 투자를 받아 초기 과잉자금 조달로 인한 부작용과 위험성을 피하고자 하는 태도가 형성됐다. 1차 벤처붐 당시 적당한 사업모델을 가지고 투자 유치에 열중하고 투자 받은 돈을 쉽게 탕진하고 사업도 망가뜨리는 모럴 해저드형 벤처기업인들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건전한 벤처생태계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리라 보며 새로운 벤처문화의 형성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