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 ‘벤처창업 = 가계파산 + 신용불량자’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쓴 적이 있었는데, 9년이 지난 시점에서 최근의 창업환경을 살펴보니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또한 1997년 말 대한민국에 불어 닥친 아시안 외환위기 이후 정부에선 창업교육 및 창업박람회 개최, 창업보육센터 및 소상공인지원센터 운영, 창업자금 등에서 엄청난 지원을 했지만, 창업자들은 점점 더 위기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벤처창업자들의 부족한 준비를 먼저 생각할 수 있다.
이에 현재 벤처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창업자들은 아래에 제시한 여섯 가지의 질문과 기존 벤처기업들이 제대로 준비하고 있지 않은 사항들을 살펴보면서 벤처창업 시 무엇을 깊이 생각해야 하고 무엇을 꼼꼼하게 준비해야 하는가생각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하나, 인사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국내 벤처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직원들의 잦은 이직으로 인해 기술 및 노하우가 축적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몇 년 전 조사한 바에 의하면 벤처기업 직원들의 CEO에 대한 평가점수가 69.4점으로 CEO의 경영자로서의 능력에 불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벤처 CEO들이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것을 감안해 볼 때 결국 인사관리 능력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급여, 성과급 등 대우도 대기업에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낮은 수준이라 기회만 있으면 언제든 이직하겠다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벤처직원들의 55.3%만이 현재 업무에 만족하고 있으며, 45.4%는 기회 혹은 조건이 된다면 다른 회사로 이직할 의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 대기업들의 벤처시장 진입은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국내 대기업을 보면 벤처기업의 영역까지 모두 다 차지하겠다는 올인의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즉 대기업이 해야 할 분야가 있고 중소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벤처가 담당해야 할 분야가 있는데, 대기업들이 벤처기업 분야로 지속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로 인해 벤처들은 중소기업에 이어 대기업의 하청기업으로 전락할 상황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많은 벤처기업도 대기업에 기술 및 제품을 납품함으로써 안정적 매출을 확보하려는 의지 혹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즉 벤처기업의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이것은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셋. 해외시장 진출은 준비하고 있는가?
최근 국내 경기가 침체되면서 벤처기업 간의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으로 가뜩이나 취약한 수익성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벤처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즉 매출이 자꾸 떨어지고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실적을 올리겠다는 식의 과당경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적자를 감수한 수주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대부분의 벤처기업이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만 경쟁을 함으로써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2012년 7월 조사된 전 세계 500대 사이트 중 한국 사이트가 4개로 나타났는데, 2003년 4월의 134개에 비하면 그 숫자가 급격히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의 국내 인터넷기업이 한글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기 때문으로, 국내 시장에서만 경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벤처기업들도 더 늦기 전에 해외시장 진출을 서둘러야 된다.
넷, 판매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방의 벤처기업이든 서울의 벤처기업이든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제품은 잘 만든다. 문제는 어디에 팔아야 할지 혹은 어떻게 팔아야 할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일단 만들고 보자는 생각에 시장개척에 대한 고민은 심각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품만 잘 만들면 고객들이 알아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아직도 대부분의 벤처기업은 국내 시장만 생각해 해외시장 개척에는 판매전략 혹은 노하우가 거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는 벤처기업의 제품을 외면하고 있어 매장에 진열되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며, 이로 인해 소비자에게 전혀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다섯. 자생력은 어떻게 갖출 것인가?
정부는 현재 벤처기업 혹은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들에게 과다할 정도로 많은 지원을 하고 있으며, 이것이 오히려 벤처의 자생력을 잃게 만든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개발된 기술임에도 간단한 서류 몇 장으로 수천만원의 정책자금을 지원받으려고 노력하는 벤처기업을 포함해 많은 벤처기업이 각종 정책자금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전국 286개의 창업보육센터가 제공하는 매우 저렴한 사무실과 각종 지원에도 부족함을 느끼며 더 많은 지원 혹은 혜택을 요구하는 등 정부 혹은 외부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아주 높다. 예를 들어 정부 혹은 지자체에서 해외 판로개척을 위한 행사를 준비해도 전액 무료가 아니면 나가지 않는다.
여섯. 처음의 벤처정신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요즘은 창업하면 무조건 벤처라고 해야 좋아하고, 소자본 창업자 혹은 소호(SOHO)라고 하면 싫어한다. 스스로 ‘벤처’라는 자만심 혹은 사고에서부터 거품으로 가득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창업자들은 벤처라고 하기에는 벤처정신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벤처마인드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 또한 창업 후 매출이라도 약간 오르면 성공한 벤처라고 생각해 현실에 그냥 안주하는 경향도 많다. 요즘처럼 변화가 심한 상황에선 신속한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는데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은 그렇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