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무거운 전동드라이버는 이제 그만.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에 한 번 충전으로 400개 나사를 박는 초소형 전동드라이버로 세계 전동공구 시장을 놀라게 한 이상민 더 하이브 대표(28세) .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청년 CEO의 꿈을 다지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더 하이브(The Hive)’ 이름이 독특하다.
육각은 가장 안정적인 구조로 알려져 있다. 육각구조 하나가 하이브의 한 분야를 나타낸다고 생각하고 지었다. 시작이 전동공구이고 다음으로 바이오, 화장품, 건강식품, 의류, 디자인 분야를 생각하고 있다. 이 각각의 육각구조가 모여 하이브 그룹을 완성하는 게 목표다.
창업을 하게 된 동기는?
군대를 다녀온 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교로 다시 돌아갔더니 생활이 너무 진부하게 느껴졌다. 20대에 할 수 있는 게 엄청 많은 것 같은데 틀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다. 군대를 카투사로 갔다 와서 영어를 좀 한다. 우연찮게 IT 관련 중소기업 사장님께 영어를 가르치게 됐는데, 그 분이 “와서 일해 볼래” 해서 그 회사에 들어갔다. 거기서 전동공구 아이템을 생각했고 창업을 하게 됐다.
IT와 전동공구, 매칭이 안 된다.
당시 회사가 몇 번 버스가 언제 도착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버스안내기를 만드는 곳이었다. 서비스 기사들이 AS를 다니는데 무거운 전동공구를 들고 다니면서 일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어 보였다. ‘작게 만들면 능률이 더 오르겠구나’ 라는 생각에 내가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전공이 기계 분야인가?
전혀 다르다. 건축학과다. 그래서 고생을 많이 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전동공구 분야는 우리나라에 이론이 없더라.
그럼 개발은 어떻게?
전동 드라이버를 브랜드별로 다 샀다. 그 부품들을 분해해 하나하나 엮어가면서 만들었다. 그리고 소비자 입장에서 테스트하면서 부족한 것을 채워갔다. 그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해 도서관이나 웹을 다 뒤졌다. 필요하면 대학도 찾아가고 기술자도 만나고. 예를 들어 사용하는 도중 열이 나면 ‘왜 열이 나지’ 하면서 이 분야에 가서 풀어보고, ‘왜 충전시간이 짧지’ 하면 그 분야를 푸는 거다.
디자인이 공구답지 않게 작고 예쁘다.
많이들 그렇게 말씀하신다. 작지만 내구성은 아주 강하다. 한 번 충전으로 나사작업을 400개 정도 할 수 있다. 충전시간도 짧다. 다른 것은 5~7시간 정도 걸리는데 우리 것은 1시간 반이면 된다. USB 충전식이라 차량에서도 충전할 수 있다. 이런 제품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국내에선 특허를 받았고 미국, 일본, 독일은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기술유출의 우려는 없었는지.
왜 없었겠나. 기술을 노리고 들어온 데도 있었다. 우리와 똑같은 부품으로 똑같이 연결해서 만든다 해도 작동시키면 무조건 모터가 타버렸다. 물론 USB 충전도 안 되고. 이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전문가는 국내에 딱 한 명밖에 없다. 그분이 우리와 제품을 만들었다.
운이 좋았던 건가?
그분을 만나려고 전국을 다 돌아다녔다. 배터리 사장님께 스페셜 배터리를 만들어야겠다고 했더니 이 배터리를 감당할 회로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국내에 딱 한 명밖에 없다고 하더라. 그길로 찾아가서 배우러 왔다고 사정했다. 처음엔 문전박대를 당했지만 나중엔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창업비용은 얼마나 들었나?
디자인 개발비 포함해서 초기 비용은 1,500만원 정도 들었고, 부산에 공장을 마련하는 데 든 비용까지 포함하면 4천~5천만원 정도 된다. 기자재 구입, 인원충당 등에 필요한 최소자금이라고 보면 된다. 발품을 엄청 팔았고 아는 인맥을 다 동원해 알아봤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제조업 분야는 1억원 정도 있어야 가능하다.
설비를 다 갖춘 건가.
아니다. 그것까지 하려면 비용이 엄청나다. 모터, 기어박스 다 해외 대기업에서 공수받아 조립만 한다. 모터는 일본의 마부치사에서 특별 제작한 것이다. 원래 큰 모터회사들은 소기업에 납품을 안 한다. 직접 찾아가서 “이런 제품을 만들었고 세상에 이 제품을 뿌리고 싶다. 그렇게 했을 때 당신네 이미지와 명성이 뒷받침해준다면 우리 서로에게 윈윈이 되지 않을까? 우리를 한번 믿어 달라. 소량부터 시작해 보자”고 설득했다. 어리다는 점이 어필했는지 직접 연구원도 보내주면서 잘 상의해서 만들어보라고 하더라. 운이 좋았다.
투자를 하겠다는 제의도 받았을 것 같은데.
물론이다. 하지만 받지 않았다. 힘들지만 내 힘으로 꾸려나가려고 한다. 요즘 경제가 안 좋으니까 사업의 목표를 M&A로 잡고 있는 분들이 많더라. 회사를 잘 만들어 팔아버리고 그 돈을 갖고 편하게 살겠다? 난 도저히 용납이 안 되더라, 내가 어떻게 만든 회산데... 그래서 투자를 안 받고 있다.
현재 매출은?
물건을 판매하는 매출은 아직 없다. 내년 일본시장에 계약한 것이 50억원이고, 유럽은 시설이 워낙 크게 들어가야 돼서 준비하고 있다. 국내 시장도 올 연말에 론칭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어려움을 꼽는다면?
외로운 거 같다. 심적으로 외롭다는 것이 아니라 내 사업의 길을 혼자 가야 하니까. 경험과 경력이 많이 필요하고 지금은 그것을 쌓아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전동공구 분야는 상의할 곳이 없더라. 혼자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니까 그런 부분에서 힘들다.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가지원 사업이 있고 뭔가 밑바탕이 있으니까 한번 시작해볼까 하는 사람들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원래 나는 이것을 하려고 했어’ 이런 사람들만 도전해라. 안 그러면 버티기 힘들다. 또 하나 경진대회 같은 것을 통해 사업 아이템을 검증받는 것이 필요하다. 예전에 중소기업 다닐 때 사장들을 만나는 일이 많았다. 그때 사업 아이템에 대해 3자 입장에서 얘길해주면 ‘아니야 내 방향이 맞아’ 하면서 굽히지 않더라. 그런 확신은 좀 아니지 않나.
더 하이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강소기업이 되길 바란다.
꼭 그렇데 되도록 열심히 뛰겠다. 해외를 돌아다녀 보면 인재가 참 많더라. 그래도 한국 젊은이들이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하는데 후에 보면 뒤처져 있더라. 그게 아쉬웠다. 솔직히 마크 주커버그는 거품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는 인정한다. 기술이 있고 탄탄하게 해왔으니까. 전 세계에 대한민국에도 청년사업가가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청년들이 대한민국에 있다. 그것을 내가 보여주고 싶다. 그게 목표다.